'한 푼도 없다' 고액체납자 재산은닉 천태만상

2019.12.04 14:54:48

국세청 급습에 5억대 현금다발 '우수수'...호화생활
5천만원 이상 체납자, 친인척 금융계좌까지 조회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고액체납자에 대한 국세청의 추적활동이 치밀해지고 있다. 탐문과 잠복을 통해 실거주 사실과 이용차량을 확인하고, 환풍구와 천장 곳곳 집안 깊숙이 숨겨진 돈다발들을 대거 확보하기도 했다.

 

4일 국세청은 고액상습체납자 신규 공개자 6838명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이례적으로 실제 체납징수 영상까지 공개하는 등 부당한 체납회피에 대해 엄정히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현금 영업 골프장의 정체

 

대구지방국세청이 지난 5월 25일 주말을 틈타 찾은 곳은 개별소비세 등 56억원의 세금을 체납한 모 컨트리클럽 골프장.

 


도착하자마자 대구청 세무공무원들은 계산대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골프장은 수십억원의 개별소비세를 체납한 채 버젓이 영업하고 있었지만, 현장 입장료는 현금으로만 받고 예약금은 계좌로 받는 등의 수법으로 수익을 은닉하고 있었다.

 

대구청은 이용객이 많았던 주말에 골프장을 수색, 1억원이 넘는 이용료를 확보했다.

 

 

주말동안 확보한 현금은 전체 체납액의 2%도 되지 않았지만, 현금 영업을 통해 이용료를 은닉한다는 사실을 확보하게 되었고, 이러한 사실 등을 토대로 사해행위 취소소송 및 조세범칙조사에 착수했다. 이처럼 끈질긴 조사 끝에 골프장 주인은 나머지 체납액 55억원을 전액 납부했다.

 

분재를 사랑한 체납자

 

서울지방국세청이 추적한 체납자는 체납 직전 부동산을 모두 팔고, 고가 분재 수백점도 은닉한 인물.

 

서울청은 그의 취미가 분재 수집이라는 점에 착안, 분재를 팔지 않고 비밀장소에 은닉했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그가 실제 거주하고 있는 딸 명의 집 근처에서 잠복하며, 그가 분재를 숨긴 장소를 추적했다.

 

 

서울청은 추적 결과 타인 명의의 비닐하우스 4개 동에서 체납자가 몰래 관리하던 수억원에 달하는 고가 분재 수백점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경찰관을 대동해 비닐하우스를 급습해 377점의 고가 분재를 확보할 수 있었다.

 

1만1천장, '5억 5천만원' 지폐 다발도

 

부산지방국세청이 추적한 체납자는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았지만, 국세청이 공개한 사례 중 가장 거칠게 항의한 인물이었다.

 

그는 공장을 수십억원에 팔기 직전 돌연 자신 명의의 모든 재산을 처분했다. 당연히 세금을 내야 했지만, 그는 직원들 퇴직금을 주다보니 남는 돈이 없다며 발뺌했다.

 

부산청이 포착한 것은 양도대금 중 행방이 묘연했던 10억원이었다. 부산청은 계좌에서 현금 인출된 이 돈을 체납자가 숨겼을 것이라고 보고, 추적에 착수했다.

 

체납자의 주소지는 이미 3년간 빈집상태였고, 행방을 찾기 위해 그가 머물렀던 지역에서 잠복을 반복한 결과 체납자가 외제차를 타고 주택 주차장에 들어가는 현장을 확인했다.

 

 

체납자는 처음 온화한 목소리로 돈이 충분하지가 않다고 설명했지만, 조사원이 잠겨있는 여행가방을 수색하면서 체납 취지를 설명하자 언성을 높였다.

 

그러나 가방 속에서 발견된 5만원권 1만1000장은 고스란히 국고로 돌아갔다.

 

보일러실과 외제차 트렁크

 

부산지방국세청이 추적조사했던 또 다른 체납자 역시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고 사업용 부동산을 매각한 대금 중 5억여원을 13회에 걸쳐 현금으로 찾아 은닉해 추적대상이 되었다.

 

해당 체납자 역시 자신 명의 주소지가 아닌 장남 명의 아파트에 은신하고 있었다.

 

잠복을 통해 체납자의 주거를 확인, 집행에 착수한 부산청. 조사반원이 왜 주거지를 속였느냐고 묻자 체납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며 답을 회피했다.

 

 

사방 곳곳을 찾은 결과 보일러실에 차곡차곡 쌓인 짐을 들어내자 안쪽에서 4000여만원의 쇼핑백이 발각됐고, 체납자가 타고 다니는 고가의 외제 승용차 트렁크에서도 5000만원이 적발됐다.

 

산부인과 의사의 체납생활

 

대구지방국세청은 4억원의 부동산 양도세를 체납한 산부인과 의사를 추적했다.

 

자기 명의 재산은 한 푼도 없었지만, 배우자 명의의 53평형 아파트, 자신과 배우자 명의의 고급 외제차 3대를 보유하고, 해외 출국이 잦은 등 호화생활이 의심됐었다.

 

체납자는 현장 수색에 착수한 대구청 조사반원들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지만, 이미 강제로 문을 따고 열 모든 법적 절차가 완료된 상태였다.

 

 

1시간40분간 설득 끝에 겨우 집 안에 들어간 대구청 조사반원들은 집 밖으로 나가려는 체납자의 지갑에서 현금 500만원, 서재 금고에서 현금 4000만원과 10돈짜리 순금 열쇠 2개를 압류했다.

 

이러한 추적조사 끝에 체납자는 결국 체납세금 4억원을 전액 납부했다.

 

바지주머니 속 수억원

 

중부지방국세청이 맞닥뜨린 체납자도 다른 체납자 못지않게 완강했다. 세무공무원은 수 시간 설득을 해서라도 될 수 있는 대로 자진해서 문을 열어주기를 바라지만, 해당 체납자는 제대로 응대조차 하지 않았다.

 

문을 따고 들어가자 평온하게 의자 위에 앉아 있던 체납자. 신원 확인을 위해 이름을 묻는 세무공무원에게 태연하게 맞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중부청은 이미 작은 아들 주소지에 은거하고, 지인 명의의 고급차를 타는 등 그가 호화생활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조사반원이 체납처분에 들어가자 장롱 속 가방, 체납자 바지 주머니 등에서 외화, 현금, 귀금속 등이 줄줄이 새어 나왔다.

 

가장 큰 성과는 은거지에서 발견된 6억3000만원의 승소채권 판결문과 체납자 바지 주머니에서 확보한 지인명의 통장이었다. 이 통장에는 1억2000만원이 예금돼 있었다.

 

 

중부청은 체납활동 결과 8억5000만원을 압류하고, 차명계좌 잔액 1억2000만원 등 총 2억1000만원의 현금을 징수했다.

 

 

국세청은 추적조사를 일선 세무서까지 확대하고, 납부할 능력이 있으면서도 고의적으로 체납처분을 회피

 

하는 체납자에 대해 끝까지 징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10월 31일 5000만원 이상 체납자의 6촌 이내 혈종, 4촌 이내 인척까지 금융조회가 가능해짐에 따라 친인척 명의를 통한 재산은닉행위가 상당수 차단될 전망이다.

 

한편, 국세청은 은닉재산 제보자에게 체납금액과 제보 기여도에 따라 최대 20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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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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