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오스템임플란트 1880억 횡령범도 속았다…동진쎄미켐 주가 잔혹사

2022.01.04 13:29:21

국내 유일의 포토레지스트 기업
양산체제‧시장수요 갖췄는데 극자외선 기술만 없다
때 놓치면 어떡하나…늦어지는 EUV PR개발
올라가는 주가…이재용 인수설‧개발성공 등 거짓 소문 확산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회삿돈 1880억원을 빼돌린 오스템임플란트 자금담당부서 부장이 가짜 뉴스에 속아 주식투자를 했다가 거액의 손실을 봤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999년 설립된 임플란트 제조업체 오스템임플란트. 국내 점유율 1위는 물론 건실한 수출실적을 바탕으로 세계 점유율 4위로 꾸준히 성장한 치아용 의료재료대 회사다.

 

코스닥 23위에 달하던 회사가 지금은 긴급 거래정지돼 있다. 회사 자금담당부서의 부장이 지난해 10월 회사 자본금의 92%에 달하는 1880억원을 빼돌리고 12월 말 잠적했기 때문이다.

 

범인은 빼돌린 돈 중 1430억원으로 지난해 10월 5일 동진쎄미켐이란 회사 지분 7.62%(391만7431주)를 사들였다. 지난 10월 1일 동진쎄미켐을 둘러싸고 ‘이재용, 동진쎄미켐 인수지시, 포토레지스터 키운다’는 가짜뉴스가 퍼진 직후의 일이었다.

 


9월 30일 3만1660원에 종가를 형성했던 동진쎄미켐은 10월 1일 가짜뉴스가 퍼진 후 급등을 시작해 당일 4만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급상승세는 반대매매로 빠르게 진정됐고, 당일 종가는 3만2400원에 머물렀다.

 

범인은 가짜뉴스가 퍼진 10월 1일 1430억원을 들여 애써 대량매수했지만 11월 11일 약한 점프가 오기 전까지 동진쎄미켐 주가는 3만원 초중반 내에서 얕은 쌍봉 안에 갖혀 있었다. 범인은 눈치를 보다가 6번에 걸쳐 갖고 있던 지분을 팔았고, 약 400억원대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이 잡히지 않아 정확한 범행동기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정황상으로는 범인이 이재용 인수설이 확실하거나 아니라도 최소 며칠간은 주가상승이 유지될 것이라고 오판한 것으로 추정된다. 거액의 회삿돈으로 단기차익을 올리고, 이후 빨리 회삿돈을 채워놓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착오한 것이다.

 

 

◇ 동진쎄미켐, 이유 있는 주목

국내 유일의 포토레지스트 생산기업

 

범인이 가짜 뉴스만 믿고 회삿돈까지 빼돌려 동진쎄미켐에 올인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미 시장에서 동진쎄미켐의 성장성이 주목받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동진쎄미켐은 반도체 및 TFT-LCD의 첫 표면 노광공정에 사용되는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감광액과 박리액, 세척액, 식각액을 생산하며 태양전지용 전극 페이스트도 제품군에 두고 있다.

 

원래도 탄탄한 회사였지만 2019년 7월 일본의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 보복 무역규제로 인해 재도약기를 맞이 했다.

 

특히 3대 수출규제 제품군 중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수출규제 전 국내 생산이 가능했지만, 포토레지스트는 아직 개척 분야다.

 

동진쎄미켐은 정부 소재부품장비 육성 정책과 맞물려 불화아르곤용 포토레지스트 개발에 성공했으나, 보다 고급제품인 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 개발은 아직 개발 중이다.

 

개발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긴 했지만, 고른 품질로 양산할 수 있는 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관련 소재시장 역시 전환기를 맞이했고, 최근 2년 사이에는 특이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크게 주가가 오르고 그 세가 유지되는 계단식 상승구조를 띄고 있다.

 

 

회사 매출의 경우 2017년 7850억원에서 2020년 9380억원으로 고르게 상승하고 있다. 특히 긍정적인 것은 회사의 이익잉여금이 같은 기간 1030억원에서 2720억원으로 적어도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정직하게 수익이 회사 곳간에 쌓이고 있다. 허튼 곳에 돈을 쓰지 않고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정황 중 하나다.

 

밝은 사업 성장세와 보수적인 자금운용 등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동진쎄미켐은 탄탄한 기술주로 주목받았으나, 최근에는 그 관심과 비례해 이재용 인수설이나 공매도 등 소위 꾼들의 작업 정황이 의심되고 있다.

 

 

◇ 이재용 부회장이 왜?

와전된 소부장 지분투자

 

이러한 소문들이 근거로 삼는 것 중 하나가 2017년 11월 삼성전자의 유상증자 참여다. 당시 동진쎄미켐은 차남 이준혁 부회장(현 대표)승계작업을 추진 중이었고, 증여세를 해결하면서 자금을 끌어당김과 동시에 부분적인 희석작업이 필요했다.

 

우군으로 작동한 삼성전자는 유상증자로 128만5360주를 251억원에 매입했고, 이부섭 회장으로부터 118만2534주를 231억원에 사들였다. 총 483억원으로 동진쎄미켐 지분 4.8%(246만7894주)를 확보했다.

 

2017년 1월 1만원도 못 넘던 주가가 2017년 말이 되면 2만2000원에 달했다.

 

그렇지만, 그 다음 주가 실적은 썩 재미있지 않았다. 반도체 호황붐이 2017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꺼져가면서 주가도 같이 수그러들었기 때문이다. 동진쎄미켐은 배당성향이 0.5%도 안 넘는 회사라 삼성전자가 공급선 확보 차원에서 묻어두기 투자를 했다고 보는 시선이 많았다.

 

동진쎄미켐 주가는 2018~2019년 반도체 수요 수축기를 타고 아래로 움푹 들어간 하향세를 그렸고, 2019년 일본 무역규제로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2020년 5월까지만도 2만원선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주가에서 반전이 생긴 것은 2020년 6월이었다.

 

동진쎄미켐이 경기도 화성 발안에 반도체 포토레지스트(PR) 신공장 준공소식이 들려오고, 불화크립톤‧불화아르곤 포토레지스트에 이어 아직 개발 단계에 있고 현재도 개발 중인 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까지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발안 신 공장의 최대 생산능력은 당시 동진쎄미켐 생산능력의 4배에 달하는 월 3만2000갤런에 해당했고, 삼성전자 3D 낸드용 포토레지스트를 독점 공급하고 있었고 일본 보복 수출규제 이후 2019년 말 불화아르곤 포토레지스트 양산에 성공했기에 시장에서 동진쎄미켐에 갖는 기대가 폭주했다.

 

2020년 6월 단박에 2만원선을 깨고 2만8000원선까지 솟구친 주가는 3만원 초반에서 보합세를 그렸다. 6월 거래량은 동진쎄미켐 창설 후 역대급을 뚫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만 개발되면 주당 5만원은 기본이라고 기대했고,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동진쎄미켐을 인수한다는 가짜 소문도 이 무렵이었다.

 

이재용 부회장 인수설이 거짓으로 드러난 이후 11월~12월에 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 개발이 성공한다는 루머가 돌았고, 기사의 형태로 지난해 12월 19일 한 전자부문 전문매체가 개발 성공 보도를 내면서 기대했던 5만원 컷을 내버렸다.

 

 

◇ 모 아니면 도

실적 비해 과도한 주가

 

기술주 관련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이 기술 개발 뉴스다. 기술 자체 구현방법 등은 이미 확립된 방식들이 있고 그 자체만으로는 산업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산업에 영향을 미치려면 구현된 기술로 균일한 품질의 제품을 양산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양산능력이 없는 기술은 아무리 그 기술이 좋아도 쓸모가 없다. 업계에서는 이를 퀄(퀄리티의 축약표현, qualification)을 맞춘다고 표현한다.

 

아직 동진쎄미켐의 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는 아직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고 퀄을 맞춘 것은 아니라고 알려져 있다.

 

지난해 12월말 5만원대에서 1월 4일 4만6000원선으로 가라앉기는 했지만, 여전히 동진쎄미켐의 주가는 2021년 11월 3만원대 초중반에 걸쳐 있던 것에 비하면 과대 평가된 부분이 있다.

 

동진쎄미켐의 예상과 달리 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 개발 완수 시기가 당초 2020년 말에서 2021년 말로 자꾸 늦춰지고는 있기는 하지만, 시장에서 이에 대한 믿음은 굳건하다. 일단 개발만 되면 주가는 뚫린다는 기대 심리는 여전하다.

 

 

기술주는 상용화 기술과 양산 체제 확보, 시장 수요 등 삼위일체가 맞으면 대박이 나는 종목이다. 현재 동진쎄미켐은 양산 체제와 시장 수요라는 두 가지 호재를 갖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기술만 나오면 대박이 된다고 보고 있지만, 마지막 퍼즐인 상용화 기술의 성공 시기는 현재로는 점치기 어렵다.

 

포토레지스트 가운데 극자외선이 가장 난이도가 높은 기술임은 틀림이 없다. 문제는 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를 애써 개발했더라도 다른 해외 경쟁사들이 늘어나거나 글로벌 반도체 수요에 변동이 생긴 이후라면 주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동진쎄미켐이 배당을 잘 하는 회사도 아니고, 전체 부채에서 단기 부채가 높아 아무런 흠이 없다고 호언장담할 수도 없다.

 

동진쎄미켐을 둘러싼 시장의 불안과 기대가 쏠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며, 이번 오스템임플란트 횡령범처럼 초단기 도박 투자가 나올 정도로 시장의 기대와 불안이 최고조에 달한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가짜뉴스 사태 휘말린 오스템임플란트

 

한편, 횡령범에 의해 회사 곳간이 빈 오스템임플란트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거래소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5영업일 이내에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한다. 시기로 보면 오는 21일이다. 만일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면 15영업일이 또 늘어난다.

 

상장폐지까지는 이르지 않겠지만, 오스템임플란트 주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횡령자금을 많이 회수하지 못할 경우 차입금으로 부족한 자금을 충당해야 하는데 이자비용으로 인한 올해 당기순이익률 하락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오스템임플란트는 경비인력으로 항의차 방문하는 투자자들을 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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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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