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층간 소음을 해결하기 위해 ‘라멘(기둥식)’구조 건축공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 주택 구조는 벽식 구조로 이뤄져 층간 소음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기둥식(라멘) 구조는 천장에 수평으로 보를 설치하고 수직으로 기둥을 설치해 천장의 하중을 분산 부담하는 구조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2일 층간소음 분쟁 현황과 대책방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층간소음 갈등이 폭력과 살인을 부르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면서 “최근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원격수업 등 실내 생활 증가로 층간소음 민원이 지난해 약 2배로 폭증했다”라며 사회 이슈를 짚었다.
경실련은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기존 벽식 구조로 이뤄진 주택을 라멘 구조 방식으로 건축물을 의무화하고 층간소음 전수조사, 벌칙 강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환경부(산하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민원접수된 층간소음 추이는 2019년 2만6257건에서 코로나19를 거치며 2년 만인 2021년엔 4만6596건으로, 약 2배 급증했다.
지금까지의 층간소음 문제 해결 방안은 이웃간 분쟁 차원에서 논의되거나 개인의 문제로 접근해왔다. 경실련은 이러한 접근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주장하며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층간소음 저감에 효과적인 건축공법 도입·확대 및 시공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이 개선되도록 제안했다.
경실련은 현재 대부분의 아파트가 층간소음에 취약한 벽식 구조로 지어졌다며 진동을 분산하는 ‘라멘 구조’ 건축 시공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7년부터 10년간 지은 전국 500가구 이상 아파트의 98.5%가 벽식 구조다. 경실련은 “라멘 구조는 층과 층 사이에 보를 넣어 진동을 보와 기둥으로 분산시켜 소음을 낮출 수 있다”며 “국토부 연구에 따르면 라멘식 아파트(슬래브 바닥 두께 280㎜)가 벽식보다 경량충격음 6.4㏈, 중량충격음 5.6㏈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경실련은 “라멘 구조 아파트는 층고가 높아져 일반분양 수익이 적어진다는 단점이 있다”면서도 “수명이 100년 단위인 장수명 주택이라 철거와 재건축 횟수를 줄여 환경에도 좋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토지주택연구원과 5대 민간건설사 등 11곳에 라멘 구조로의 시공구조 변경에 대해 물었으나 대부분 건설 단가를 높일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부정적인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또 경실련은 “신규로 건설하는 공동주택은 바닥충격음 성능등급을 인정받은 바닥구조가 설계도서에 반영되는데 시공상의 하자, 성능인정서와 시공 현장 간 품질 차이 등으로 층간소음 저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동일한 설계시방서임에도 불구하고 작업자의 숙련도 및 시공품질관리에 따라 층간소음 차단성능이 달라질 수 있다”라며 “준공 시 현장의 모든 세대를 대상으로 전수조사해 시공 품질을 높이고, 실제 현장에서의 층간소음 차단성능이 확보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실련은 층간소음 기준 초과 시 벌칙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현행 층간소음에 관한 법적 기준은 층간소음의 범위(직접충격 소음, 공기전달 소음)와 기준(주, 야간 등가소음도 및 최고소음도)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민원 현장에서의 층간소음 측정 결과 90% 이상 법적 기준을 만족하는 등 법적 기준이 시행된 2014년 이후에도 층간소음에 관한 분쟁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경실련은 민원 접수 센터가 평일 주간 시간대(오전 9시~오후 6시)에만 운영돼 실시간 민원 해결이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층간소음 피해가 집중되는 시간이 오후 10시 이후 야간·주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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