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24일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가계부채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올해 2분기 가계빚이 전분기 대비 9조5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금리 기조로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생겨나면서 ‘영끌’ 행렬이 다시 시작됐고 그 결과 주택담보대출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경기 부진 상황과 소비자물가 하향 추세를 감안하면 기준금리 동결을 이어가야 하지만, 가계부채 급증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다양한 외부 요인은 물론 최근 국내 가계부채 추이를 기준금리 인상 여부 결정시 고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 금리 동결기간 중 가계부채 급등
한국은행은 지난 1월 기준금리를 3.25%에서 3.50%로 인상한 뒤 4회(2, 4, 5, 7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문제는 기준금리 동결이 지속되는 기간 중 주담대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은행 가계대출은 누적 10조1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1분기 가계대출이 일시적으로 감소했다가 5월부터 7월까지 가계대출이 18조3000억원 증가하면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효과가 사실상 사라진 양상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 차원에서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 ‘내 집 마련’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이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0.5%에서 3.0%p 끌어올려 3.5%까지 인상했으나 정부의 규제 완화와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 등이 이러한 금리 인상 효과를 반감시켰다는 의견이다.
한 금통위원은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와 주택대출 금리의 하락 등으로 주택가격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가계부채도 다시 증가로 전환하고 있어 그간 이뤄온 정책 노력의 성과가 무산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증가하는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선 금리인상이 필요하지만, 자칫 금리인상으로 인해 경기 회복을 실감하지 못한 기업들의 경우 부채 압력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난제에 직면한 가운데 이 총재는 이달 금통위에서 미국과 중국 변수를 비롯해 가계부채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묵언 기간이라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중국 경제 회복 지연과 중국 단체 관광객 허용 영향, 가계부채 등 다양한 면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 총재는 최근 급증한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당국과)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이라며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기조가 계속되면 앞으로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기준금리와의 격차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하고, 외국인 자금유출 압력이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선 “단순 금리 격차보다 미국 연준의 향후 금리 방향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5.25~5.50%로 한·미간 금리격차는 2%p다.
한·미간 금리격차가 역대 최초로 1.75%p까지 벌어진 시점에서도 원달러환율은 안정세를 유지한데다 외국인의 자금흐름 역시 양호했다.
그런 만큼 한국은행은 단순히 한미 금리 격차가 얼마나 벌어질 것인가 보단 미국의 금리가 향후 어떤 방향성을 띄고 움직이는지에 중점을 둬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고 통화정책에 반영할 것으로 관측된다.
기준금리 5회 연속 동결 또는 기준금리 인상 여부는 오는 24일 한국은행 금통위 회의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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