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구] KB금융 양종희號, 작년 순익 ‘톱’…비결과 숙제는?

2024.03.14 09:51:38

4대 금융지주 회장, 성적표 희비 엇갈려
KB금융만 10%대 성장…나머진 역성장경영 환경 불확실성 여전…수익성‧건전성 지켜야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KB, 신한, 하나,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성적표가 모두 공개됐다. 녹록지 않은 대내외 금융환경 아래 4대 금융 회장들의 표정은 엇갈렸다. 양종희 KB금융 회장만이 10%대 성장을 이어간 우수한 성적표를 받았고 이외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역성장을 감수해야 했다.

 

KB금융이 지난해 신한금융을 밀어내고 ‘리딩금융’ 타이틀을 되찾았다. 신한, 하나, 우리금융이 모두 전년도에 비해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낸 반면 KB금융은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성장세를 이어갔다.

 

KB금융은 지난해 연간 누적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한 4조 6319억원을 달성했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은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6.4% 줄어든 4조 3680억원을 올렸다.

 


KB금융은 상생금융 지원과 희망퇴직 단행에 따른 비용이 발생에도, 순이자마진(NIM) 하락 압력을 방어하고 비이자이익이 고른 성장세를 보이며 실적이 성장했다.

 

실제 지난해 KB금융의 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12조 1417억원이었다. 은행 원화 대출금이 기업 대출 중심으로 전년 대비 4.0% 늘면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확보됐다.

 

게다가 금리 상승 여파로 대출 자산 조정 효과가 반영되면서 NIM도 개선됐다. 금융그룹과 은행의 NIM이 각각 2.08%, 1.83%로 전년 대비 각각 0.12%p, 0.10%p 개선됐다.

 

비이자이익 또한 전년 대비 무려 80.4% 증가한 4조 874억원으로 집계됐다. 비이자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수료 이익이 같은 기간 4.5% 증가한 3조 6735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또한 KB금융은 보수적인 경기 전망을 반영해 약 510억원의 추가 충당금을 적립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해외 상업용 부동산 등 중점 관리 부문 관련 약 7540억원의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했다. 이로써 지난해 그룹 대손충당금전입비율이 0.67%로 전년 대비 0.24%p 늘었다.

 

◇ 은행-비은행 고른 성장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이 ‘맏형’ 역할을 톡톡히 했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8.9% 증가한 3조 2615억원이었다.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이 골고루 늘면서 은행 순익 상승을 이끌었다. 다만 ‘리딩뱅크’ 타이틀은 지키지 못했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당기순이익으로 3조 4766억원을 달성하며 앞질렀다.

 

주력 계열사인 은행은 물론 KB금융의 비은행 계열사들도 호실적을 내면서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 간 균형 있는 성장을 이어갔다.

 

지난해 KB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전체 당기순이익은 1조 3704억원으로, 전체 지주 이익 기여도가 34%를 기록했다.

 

 

 

◇ 보험계열사, 효자 노릇 톡톡

 

특히 주력 보험계열사인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 실적이 약진하며 ‘리딩금융’ 타이틀을 탈환하는데 공신 역할을 했다.

 

KB손보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1% 증가한 7529억원을 달성하며 KB금융 비은행 순위 1위를 기록했다. KB라이프도 전년 대비 무려 88.7% 증가한 256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이외 KB금융 비은행 계열사들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으로 KB증권이 3896억원, KB국민카드가 3511억원, KB캐피탈이 1865억원, KB라이프생명이 2562억원을 각각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KB금융은 보험 계열사에서만 1조원 가량의 순익을 거둔 셈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KB손보는 계약서비스마진(CSM), 투자영업수익, 보험영업수익 등 각종 수익성 지표에서 모두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지난해 4분기 기준 80.6%를 기록한 점도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 어깨 무거워진 양종희 회장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KB금융이지만, 일각에선 양 회장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거워진 시점이란 평가도 나온다.

 

비은행 계열사의 수익성이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은행이 지주 수익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고, 충당금 추가 적립 등 부담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에 양 회장은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들의 고른 성장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과 디지털 강화를 통해 수익성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양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에 대한 정상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은 물론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글로벌 부문을 지주 전담으로 전환하는 등 계열사들의 글로벌 진출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습이다.

 

◇ 수익성‧성장성‧건전성 모두 잡아야

 

업계 여론을 종합하면 양 회장은 본인이 선두에서 부각되기보단 지주와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힘을 실어주는 ‘서포터’ 역할에 방점을 두겠다는 복안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4년 이후 9년 만에 KB금융에 새롭게 등장한 회장이다. 윤종규 전 회장 자리를 이어받으며 마침내 ‘양종희 시대’가 열렸다.

 

 

 

양 회장은 1961년생으로 전주고,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다. 이후 1989년 KB국민은행에 입행한 뒤 36년째 KB금융과 함께하고 있는 정통 ‘KB맨’이다. 양 회장은 2007년 국민은행 재무보고통제부장, 2008년 서초역 지점장을 역임했고 이후 지주로 자리를 옮겨 주요 부서장을 맡기 시작했다. 2014년 지주 전략기획부 상무를 지내면서 LIG손해보험 인수 실사도 총괄했다. LIG손해보험은 지금의 KB손해보험이다.

 

그는 상무 다음 직급인 전무를 뛰어넘고 1년 만에 부사장에 오르는 등 빠르게 승진했다. 부사장 시절 양 회장은 꼼꼼한 업무처리와 빠른 의사결정으로 기업설명회(IR)와 인적자원(HR) 부문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6년 KB손해보험 대표에 올라 2020년까지 근무했으며 이후 KB금융 보험 부문 부문장과 부회장직을 역임했다.

 

그는 회장 자리에 오른 직후 각 계열사의 독립경영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지난해 주요 계열사 대표 인사를 통해 KB손해보험, KB증권, KB자산운용 등 내부 출신 대표를 발탁하며 계열사 업무 연속성을 높이는 동시에 각자의 전문성에 힘을 실어줬다.

 

 

또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차기 국민은행장에는 이재근 행장 연임을 결정했다. 양 회장이 지주 계열사 전반을 두루 경험하긴 했으나 국민은행장을 지낸 적이 없는 점은 아쉬움으로 꼽혔는데,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국민은행장 연임을 결정하며 안정을 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윤 전 회장 임기 중에는 주로 그룹 위주로 전략회의가 진행됐으나, 양 회장 취임 이후 계열사별 전략회의가 열리는 등 각 계열사별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분위기다.

 

소탈한 성품에 직원들에게 먼저 호의적으로 다가가 편안한 인상을 풍기는 양 회장은 내부에서도 평이 좋은 수장이다. 게다가 은행과 비은행 분야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올해 금융사 실적이 전반적으로 전년 대비 하락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상생금융 비용처리는 물론 불확실성에 대비한 충당금 추가 적립 등도 부담이다. 은행 중심에서 벗어난 수익 다변화도 필요하다.

 

양 회장은 앞으로 닥칠 험로를 어떻게 타파할까. 수익성, 성장성, 건전성을 모두 잡고 미래 성장 동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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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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