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백정숙 노무사) 대한민국 노사관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한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2026년 3월 10일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근로계약 체결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을 행사한다면 원청 사업주에게도 사용자 책임을 묻겠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이에 따라 기업 현장에서는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범위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정부 또한 시행령 개정과 해석지침, 교섭절차 매뉴얼 발표를 통해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달라진 법의 핵심, ‘사용자 범위 확대’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단연 ‘사용자 범위 확대’입니다. 이를 의식한 정부는 지난 2월 발표한 해석지침을 통해 ‘구조적 통제’와 ‘불법파견’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하고자 하였습니다. 정부는 ‘구조적 통제’가 ‘불법파견’과 동일시되어 과도하게 확대 적용되지 않도록 설명을 보완(지휘명령하는지가 아니라 근로조건 결정에 대한 계약사용자의 의사결정을 제한하는지로 완화)하였습니다.
아울러 시행령 개정을 통해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판단 기간을 고려하여 교섭창구 단일화 관련 시정신청 기한을 기존 10일에서 1회 연장할 수 있도록 절차적 보완 장치도 함께 마련하였습니다.
이러한 사용자성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복잡한 교섭 절차의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고, 실무적으로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교섭절차 매뉴얼과 시행령 보완, 어디까지 대비됐나
정부는 이러한 개정법 시행에 따른 실무적 혼선에 대비하여 하청 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청할 때 기존의 교섭창구 단일화 틀 내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시행령 및 교섭절차 매뉴얼을 수립하였습니다.
이는 기업이 법적 절차를 명확히 숙지하여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도록 돕고, 교섭창구 단일화라는 기본 원칙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모든 하청업체를 동일한 교섭단위로 묶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직무나 상급단체의 차이 또는 하청기업의 특성 등 분리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교섭단위를 합리적으로 분리하도록 명시적 근거(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11 제4항)를 신설하였고, 이는 원청 사업장 내 기존 노조와 새롭게 진입하는 하청 노조 간 또는 복수의 하청 노조 간 세력 다툼이나 행정적 혼선을 방지하기 위한 현실적인 안전장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장 지원책은 마련됐지만, 결국 기업의 사전 점검이 관건
현장의 즉각적인 지원을 위한 제도적인 보완도 수립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법률 및 현장 전문가로 구성된 ‘단체교섭 판단지원 위원회’를 통해 개별구체적 사례에서의 해석을 지원하고, 지난 2월 25일부터 개별 사례의 사용자성 여부 등을 질의할 수 있도록 노동포털(고용노동부 홈페이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공부문부터 시작해 민간으로 확산될 정부지원 ‘상생교섭 컨설팅’은 단순한 법적 준수를 넘어 원·하청 간의 합리적인 교섭 모델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정부는 이러한 컨설팅을 통해 급격한 법 시행이 가져올 충격을 완화하고 노사 양측이 수용 가능한 상생의 길을 제시하고자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전방위적인 지원 체계에도 불구하고, 개별 사업장의 복잡다단한 도급 구조를 정부가 모든 케이스마다 선제적으로 진단해주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참고하는 수준을 넘어, 전문적인 노무·법률 진단을 통해 기업의 고용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입체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결국 2026년 3월이라는 변화의 기점에서, 기업의 노사관계에 있어 실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전문가의 조력을 통해 예방적 노사 관리 모델을 설계하는 기업만이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프로필] 백정숙 이산HR그룹 부대표/공인노무사
• 지방공기업평가원 평가위원
• 여성가족부 가족친화인증 심사위원
• 가족친화지원센터 컨설턴트
• 성균관대학교 법학학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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