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재건축 수주전, 그 뜨거운 논란

2017.11.27 08:27:09

권대중 교수의 부동산 따라잡기


(조세금융신문=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 요즘 건설사 왜 이러나?
모든 국민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얼마 전 서울의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1단지 재건축 사업장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국내 최고의 건설사인 현대건설과 GS건설이 한판 붙었다. 결과는 현대건설이 승리했지만 무리한 수주 경쟁으로 내내 찝찝하다.


아마도 수주의 영광보다는 상처의 아픔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이러한 상처가 가시기도 전에 GS건설과 롯데건설이 이번에는 잠실벌에서 붙었다. 결과는 롯데건설이 이겼다. 이곳 역시 무리한 수주전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남겼다.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도덕적으로 투명해야 할 기업이 어떤 자금에서 지출되는지는 몰라도 조합원들에게 이주비를 7000만원씩이나 무상으로 주겠다고 제시하면서 과열의 불씨가 되었다. 이번에는 잠실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시행하는 것이 무색하게도 건설사가 이를 대납해 주겠다고 공약으로 내 걸면서 수주전이 과열되었다.


이유 있는 수주전
건설업계에 따르면 반포지역은 재건축사업 공사비가 반포주공 1단지만 무려 약 2조6000억원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어 대형 건설사의 연간 주택 수주 금액과 맞먹는다고 한다. 여기에 입지조건도 한강변에 소재하여 주거환경도 좋은데다가 학군이나 교통 등 모든 면에서 국내 최고의 입지라는 점에서 무리한 수주전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니 욕심을 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현대 건설은 조합원들에게 시공사로 선정되면 수천 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이사비 명목으로 무상 제공하겠다는 공약까지 내걸었다. 법적인 문제를 따지기 이전에 이사비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면 건설사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재건축 조합원 부담금도 늘어날 수도 있으며 결국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분양가격을 올리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주변 아파트가격에 영향을 미쳐 또다시 가격이 상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을 잘 알면서 무리한 수주전을 벌인 것이다. 잠실벌 수주전도 마찬가지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미성·크로바 아파트 재건축사업 공사비 규모가 총 4296억원이라고 한다.


여기는 공사수주 금액보다도 롯데타운을 만들고 있는 롯데 입장에서는 텃밭을 남에게 내어주고 싶지 않은 것도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니 과열되더라도 꼭 수주를 해야했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무리한 수주전이 벌어진 것이다.


7000만원이 적은 돈인가?
그래서인지 반포지역 같은 경우에는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이 이사비로 가구당 700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파격 조건을 제시했고 이 금액은 조합원에게 무이자로 빌려주는게 아니라 공짜로 주겠다는 것이었다. 황당하지 않은가? 돈을 그냥 주겠다니? 상가 조합원을 포함한 반포 1단지 조합원은 모두 2292명으로 현대건설이 부담해야 할 이사비만 약 1600억원 정도다. 세금(기타소득세) 22% 등을 제외하고 가구당 실제 지급되는 돈은 약 5400만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 금액은 공사비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게 현대건설 측 설명이다.


즉, 현대건설은 이사비 지원 금액으로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차라리 시공비를 낮춰서 공사를 수주하는 것이 더 좋을텐데 현금으로 주는 것은 왜일까? 조합원들에게는 당장 눈에 보이는 돈을 줘야만 수주할 수 있다는 자신 없는 행동이 아닌가 싶다. 현대건설과 수주전을 치렀던 GS건설은 오히려 무상제공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쪽은 너무 많이 주고 한쪽은 기존에 줬던 것만큼도 안주니 과열이니 도를 넘은 선심성 공약이니 하는 말들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손실 보전에 대해서는 두 건설사 모두 공세적이었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은 미분양이 발생하면 분양가격으로 대물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재건축사업의 미분양 리스크는 조합이 책임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건설사가 대신 떠안겠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또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따른 조합원 일반분양 금액 손실분을 떠안겠다고 밝히자 GS건설도 마찬가지로 맞출 수 있다고 제시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7000만원은 서민들에게는 어마어마한 돈일 수 있다. 돈 많은 사람들이 가볍게 여기는 돈 7000만원은 서민들에게는 전재산일 수도 있다. 차라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뜻에서 이 돈을 서민들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에 사용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무색하다
잠실의 미성·크로바 재건축정비사업 수주에 성공한 롯데건설은 롯데월드타워, 롯데백화점, 롯데호텔 등에 이어 랜드마크가 될 대표적인 주거 단지까지 지으면서 롯데그룹 타운화 프로젝트를 달성할 수 있게 됐다. 잠실역 역세권이라는 입지적인 장점이 더해져 잠실에 랜드마크 단지 건립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롯데건설은 올 하반기에 선보일 롯데캐슬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미성·크로바아파트 재건축 단지에 처음으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최고 35층 14개동 총 1888가구로 탈바꿈하는 미성·크로바 아파트는 롯데월트타워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시그니엘에서 따온 시그니엘 잠실 또는 롯데건설의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 중 조합의 의견을 반영해 최종 결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역시 이곳도 시공사 선정전에 논란이 되었던 재건축초과이익환 수금 대납건을 내걸고 수주를 했는데 이와 관련해서 롯데 측에서는 아직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반포지역과 잠실지역에서 모두 패배한 GS건설 관계자는 “현장 투표에서 이기고도 부재자 투표에서 져 아쉽다”며 “공정한 경쟁을 위해 노력했지만 자정 노력만으로는 현실의 벽이 높았다”고 말했다.


이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현장에서 벌어지는 불법·과당 영업행위 근절에 대한 업체 스스로의 노력뿐 아니라 법제도적 측면에서도 이제는 이를 관가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와 있는 듯하며 정부 당국의 행정력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건설사들 자기 무덤 파지 말아야
같은 업계에서 자기 살 깎아 먹기 식의 과열양상을 언제까지 할 것이며 어디까지 갈 것인가? 결국 과열 수주전이 재건축 조합원은 물론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뻔하며, 수주전에 투입된 비용은 조합원 부담금으로 되돌아와 분양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건설업체들도 참으로 답답하다. 경쟁사보다 조합원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당연히 사업을 수주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건설사의 수익성 악화와 함께 기업의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져 기업을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알 텐데 말이다.


실제 금년 초 경기도 과천주공 1단지 시공권을 따낸 대우건설은 일반분양가격으로 주변 시세보다 20% 이상 높은 3.3㎡ 당 3313만원을 조합에 제시했었다. 또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해당 아파트를 3.3㎡당 3147만원에 매입해주겠다는 미분양 인수 조건도 내놨다.


그런데 이런 내용의 분양 안에 대해서 주택도시보 증공사가 분양보증을 해 줄지는 미지수다. 과천주공 1단지는 내년 초 일반분양 예정인데 주택도 시보증공사의 분양가 규제에 막혀 3.3㎡당 3300만원의 일반분양가를 받기는 어려울 때 대우건 설은 곤경에 빠질 수 있다. 여기에 최근 정부의 부동산 시장규제가 강화되면서 장래 가격하락을 예고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이렇게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제시하는 건설사들의 무상제공 등이 합법인가, 불법인가를 제외하고라도, 투명한 사회와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서야할 대형 건설사들이 비도덕적 행위와 공정하지 못한 과당경쟁은 우리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일들이다.


국토교통부도 이렇게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관측된 수주경쟁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기준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기준이 개정되면 이주비 지원 등 건설사가 제시하는 각종 지원책에 대한 내용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시장 개척에 힘 기울여야
국민은 국내에서 이렇게 수주전을 벌이고 있는 건설사들을 보면서 해외에서도 이와 똑같은 양상으로 외국기업과 우리기업의 경쟁이 아닌, 국내 건설사들끼리 과다경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매년 해외건설 수출 10위권 이내라고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순수 건설시장은 보이지도 않고 대부분 플랜트사업 분야다.


이런 가운데 올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1억 달러 증가한 163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건설산업연구원이 2017년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 동향 보고서에서 밝혔다. 이렇게 해외수주가 늘어난 이유는 최근 국제유가가 40달러대를 보이고 세계경제 회복이 늦어지는데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역시 지역별로도 중동에 치중되어 있으며, 공종별로도 플랜트 공사에 한정되어 있어 향후 유가가 출렁이면 해외건설 시장도 출렁일 것이다. 이런 와중에 현대건설은 올 1분기 수주잔고에서 국내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수주액은 총 67조4400억원이라고 한다. 경쟁사들이 2~3조원 내외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그 다음이 GS건설(38조5530억 원), 대우건설(33조7200억원), 삼성물산(30조680억원), 대림산업(28조8110억원) 순이다. 수주잔고는 건설사의 향후 매출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미래 수익성을 의미한다. 현대건설은 총 수주잔고에서 해외부문(40조279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도 60%에 달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과연 수익성 측면에서도 이렇게 업계 1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재건축 수주전이 뜨거운 이유
이렇게 최근 재건축시장에서 사업 수준전이 뜨거운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의 6 · 19 대책, 8 · 2 대책, 9 · 5 대책 여기에 가계부채종합대책과 주거복지로드맵 등 모두가 부동산시장규제 대책이다. 이러한 고강도 부동산대책이 문재인 정부에서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이는 국내 주택시장을 위축시켜 상대적으로 수분양자를 끼고 있는 안전한 재건축시장 수주전이 과열되는 것이다.


이제는 이런 비현실적이며 비상식적인 수주전은 그만두고 가격 경쟁력과 기술 경쟁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그것도 국내시장보다는 해외에서 말이다. 무상제공을 하려면 차라리 시공비를 낮춰 주고 안전하고 스마트한 아파트 단지를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다시 한 번 건설업계는 백년대계를 위해 건설시장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깊이 성찰하고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그 소임을 다하고 있는지 이번 기회에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프로필] 권 대 중
•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

• (사)대한부동산학회 회장

• 국가공간정보전문위원

• 국토교통부 부동산산업발전위원

•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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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 djk11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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