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무역 갈등과 경제위기 그리고 부동산시장

2019.10.28 05:39:16

(조세금융신문=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 경기침체와 소득불평등 심화로 세계 경제가 만성적 수요부진에 빠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경기침체와 소득양극화로 미래가 희망적이지 못하다. 미국의 앨빈 한센 하버드대 교수가 지난 1938년 처음 사용한 용어가 바로 구조적 장기침체라는 단어다.

 

2014년 11월 열린 IMF(국제통화기금) 컨퍼런스에서 로렌스 서머스하버드대 교수가 또다시 들고 나왔다. 이들은 경제가 성숙단계에 달한 상황에서 만성적인 수요부족, 특히, 기업들의 투자회피에 따른 과잉저축이 세계경제 장기정체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서머스 교수는 그 동안 빚을 지면서 소비를 늘려온 가계가 소비를 줄여 부채를 갚고 저축을 늘린 데다 주요 선진국들도 금융위기 이후 긴축기조로 전환하면서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며 기업들은 투자에 관심이 적고, 은행들은 여신의 만기연장에만 관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머스 교수는 대안으로 정책당국에 공항,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주문했다. 민간 부문이 만성적인 수요 부진에 빠져 있어 스스로 충분한 고용과 성장률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인위적인 수요 창출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세계경제는 보호무역주의의 팽창으로 각국이 앞 다투어 무역 갈등을 빚고 있다. 그 결과 미·중무역갈등과 한·일무역 갈등을 비롯하여 유럽의 경제위기, 남미의 브라질까지 여러 나라들이 경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기에 해결될 문제가 아닌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세계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로 가는 길목에 서 있는 듯하다.

 

미·중 무역 갈등심화

 

지난 2017년 1월 20일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는 취임 직후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각국을 상대로 무역적자 해소를 천명했다. 대표적인 나라가 중국이다. 미국은 2018년 본격적인 무역 갈등에도 불구하고 –210억 달러적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10년 만에 최대 규모다.

 

특히, 2018년 대(對) 중국 무역적자 규모는 –197억 달러로 전체대비 68%에 이르렀다. 그래서 무역적자 해소에 있어 가장 비중이 높은 중국에 초점을 맞춰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은 대외적으로 미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와 불공정무역으로 인한 국내 일자리 감소 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사실 중국 중심의 세계경제 구도 개편에 대한 우려와 미국 내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도 다분히 있다.

 

반면, 중국은 2013년 3월 14일 국가 주석으로 선출된 시진핑 주석이 중국굴기, 중국 몽 등을 내세우며, 강력한 리더십 아래 권력을 공고히 유지해왔다. 국제적 분쟁 수역인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존재감을 높였으며, 일대일로 구상을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2018년 국가 주석 임기제를 폐지하면서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길을 열었다. 강한 영향력으로 장기집권을 유지하려는 중국 역시, 지금으로서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미국과 중국은 세계경제 대국으로서 전 세계 경제규모 약 85조 달러의 4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세계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매우 크다. 지난 2018년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총 2500억 달러,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총 1100억 달러규모의 관세를 부과하고, 금년 5월, 11차 무역 협상 결렬로 미·중 갈등이 고조되었다.

 

다행히 지난 6월 G20 정상 회의에서 두 나라는 잠시 휴전에 합의하면서 추가관세 부과는 일단 중단된 상태이다. 미·중 갈등은 관세를 높여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고자 하는 경제 전쟁을 넘어 이제는 패권 다툼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은 양국 간의 보복관세 격화가 2020년까지 세계 경제성장률을 0.5% 떨어뜨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피해는 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제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개발도상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며 수출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그 어느 나라보다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무역 갈등심화

 

이 와중에 우리나라와 일본 간의 무역 갈등도 심각하다. 일본정부가 지난 7월 4일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한 지 두 달이 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경제와 산업은 이를 계기로 소재·부품 국산화에 한발 더 나아가는 등 노력하고 있으나 이미 수출시장은 타격을 받고 있으며 국민은 경제대립 뿐만 아니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까지도 폐기하여 불안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왜? 일본과 이렇게 대립이 격화되었을까? 일본은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나오자 사실상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써 7월 4일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감광액)에 대한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또 한국을 일본의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 수출 무역관리령을 8월 28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아마도 일본의 이러한 일방적 조치는 위안부 문제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우리나라의 고속성장에 두려움을 갖고 이를 저지하려는 의도가 더 컸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이에 우리 정부도 지난 9월 18일 오전 0시부터 수출우대국가 명단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개정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를 시행했다. 이는 9월 11일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에 맞서 일본을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한 데 이어 2번째로 나온 대응 조치다. 산업자원부는 전략물자 수출통제제도는 국제수출통제체제의 기본 원칙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며 이에 어긋나게 제도를 운용하는 등 국제공조가 어려운 국가에 대해 전략물자 수출지역 구분을 변경해 수출관리를 강화하고자 개정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정부가 지난 8월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종료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본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갈등은 일제 강점기의 위안부 강제동원 등 과거사 문제부터 무역 분쟁 그리고 안보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일본이 수출규제 대상 품목을 확대하거나 관세인상, 송금규제, 비자발급 기준강화 등 추가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해운이나 식품 등 우리나라와 일본 간 무역 분야에서 유·무형의 추가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 정부도 여기에 맞대응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제전쟁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며 그 여파는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경제위기

 

해방이후 경제성장을 외치며 달려온 한강의 기적이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중 무역갈등과 한일 무역 갈등이 우리의 수출시장과 내수경제 모두를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무역 갈등은 군사협정까지 파기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와 미국과의 관계에는 정부가 문제없다고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은 듯 연일 여러 가지 불편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이미 남북관계 경색으로 미국과의 공조가 절실한 지금 일본과의 군사문제가 미국을 자극하여 우리에게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국민은 매우 불안해한다. 최근 서울에서는 이민을 가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불안 심리는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물가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기획재정부 월간 통계자료를 보면 전 산업이 어려운 것을 알 수 있다. 수출시장은 물론 제조업 설비투자가 점점 줄고 있으며 물가도 하락하고 있다.

 

이 말은 기업들이 어려워서 생산설비를 늘리지 않고 있으며 소비자는 불안감 때문에 아니면 경제가 어려워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말이다. 경제위기다. 정부는 진정 국민을 위한 정부인가? 국가 미래를 걱정하는 정부인가? 걱정이 된다. 국론이 양분되고 있다. 누구누구를 탓하기 전에 우선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

 

부동산 시장도 위기

 

경제가 어려우면 부동산시장도 덩달아 어려워진다. 그런데 정부는 계속 부동산시장 규제만 하고 있다. 지난 해 9·13대책으로 대출을 규제하고 보유세를 대폭 인상하더니 이번에는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한다고 한다.

 

즉, 고공행진하는 분양가격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 임대차시장에 개입하여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정부가 시장경제를 추구하고 있는지 의

심스럽다. 제도 시행 전 전문가나 시민들을 상대로 공청회 한번하지 않고 법을 개정하거나 시행령 또는 규칙을 개정하여 시행한다.

 

경제가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지금도 규제가 너무 강하다고 아우성들인데 또 다른 부동산 시장규제는 시의적절치 못할 수 있어 염려가 된다. 만약 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좋은 제도라면 시행 전 전문가 의견이나 시민들을 상대로 공청회를 열어 이해를 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 기업들은 아우성이다. 자영업자들도 힘들어 한다.

 

이런 시기에 부동산시장규제 3종 세트(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를 발표하고 시행하면 더욱 경제는 어려워질 것이다. 벌써부터 수출시장과 내수경제는 어려워졌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기업들은 수익이 감소할 것이고 수익이 감소하면 유동성 결여와 몸집 줄이기로 들어갈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보유부동산까지 매각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오피스빌딩들의 공실률이 늘어나고 공실률이 늘어나면 주변 지역의 자영업자들이 망하게 될 것이다. 이후 자영업자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주택을 매도하게 되거나 파산하게 될 수도 있다.

 

결국, 경제가 어려워지면 부동산시장도 망가진다는 말이다. 세계경제의 장기침체와 우리나라를 둘러싼 열강들의 무역 전쟁이 장기화 된다면 우리나라도 장기 침체로 갈 가능성이 점점 커진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부동산시장도 서울을 비롯한 일부 대도시 지역을 제외하고 지방 같은 경우는 지역경제 침체와 함께 인구 감소, 공급과잉 등으로 장기침체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지역별, 계층별 맞춤형 정책이 필요한 시기이며 규제보다는 시장정상화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할 시기다. 분명 우리경재는 위기다. 정부, 기업, 개인할 것 없이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대비해야 할 때다.

 

[프로필] 권대중 명지대학교 창의융합인재학부 학부장

•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명지대학교 창의융합인재학부 학부장/•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주임교수

• (사)대한부동산학회 이사장/• (사)대한부동산학회 제17~18대 회장역임

• 국토교통부 중앙지적위원회 위원/•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전문가위원회 위원/• 한국토지주택공사 경영투자심사위원회 위원/• 주택도시보증공사 도시재생위원회 전문위원/• 고양시 분양가심의위원회 위원장/• 경기도시공사 분양가심의위원회 위원장/• 인천광역시 서구 분양가심의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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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 djk11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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