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담보평가, 은행 아닌 ‘감정평가법인’의 몫이다

2025.10.01 15:18:00

(조세금융신문=권대중 한성대학교 일반대학원 석좌교수) 

은행 자체 감정평가, 왜 문제인가

 

얼마 전 감정평가업계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감정평가사를 고용해 담보대출 감정평가를 하는 데 반발하며 시위를 벌였다. 일반적으로 가계대출은 담보를 기반으로 실행되며 대출액은 담보물인 부동산 평가가액에 따라 결정된다. 그래서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제2조는 담보물 가액의 결정을 감정평가사의 전문적 판단에 맡기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은행은 은행 감독업무 시행세칙과 오랜 관행 등을 이유로 내부 인력을 이용해 담보가액을 결정하고 있다. 만약 내부 직원으로 감정평가사를 고용해 평가한다면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감정평가사는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노무사와 함께 국가가 엄격한 시험과 연수 과정을 통해 자격을 부여한 전문가 그룹이다. 국가 공인 자격사 제도는 각 업무의 독점성을 인정하는 대신 높은 공공성과 국민적 신뢰를 요구한다. 이를 위해 전문가가 속한 법인과 개인사무소에 대한 국가 등록제를 실시하고 정부가 이를 관리·감독한다.

 


대형 로펌은 법무부에, 회계법인은 금융위원회에, 세무법인은 국세청에, 감정평가법인은 국토교통부에 각각 등록하는 것이 그 이유다. 따라서 감정평가사는 자신이 소속된 기관이 정부에 등록되어 있어야만 법률에 규정된 감정평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은행은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감정평가법인이 아니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는 2025년 9월, 은행이 감정평가사를 고용해 담보물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법률 위반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는 너무도 당연하다. 기업 관련 소송을 사내 변호사가 전담하고, 기업 회계감사를 내부 회계사가 수행하는 것을 상상해 보라. 택지개발사업의 토지 보상액을 LH가 고용한 감정평가사가 결정한다면 토지 소유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전문 자격사 제도의 운영에 있어 독립된 외부기관 소속은 필수조건이다.

 

제도 개선과 TF의 역할

 

이에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은행이 담보물 평가를 외부 업체에 의무적으로 맡겨야 하는지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린다고 한다. 수년간 이어져온 외부 감정평가 의무화 논란을 매듭짓기 위해서다. 감정평가업계는 법에 따라 은행들이 담보대출 시 반드시 외부 업체에 의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은행권은 반대로 은행 감독업무 시행세칙에 따라 자체 감정평가도 가능하다며 맞서왔다.

 

논란의 뿌리는 2016년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이 「부동산 가격공시법」과 「감정평가법」으로 분리된 데 있다. 「감정평가법」에는 금융사가 대출이나 자산 매입·매각 시 토지 등 감정평가를 하려면 감정평가법인 등에 의뢰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그래서 업계는 은행이 담보물 가치를 산출할 때 외부 감정평가업체에 반드시 의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아파트처럼 시세 파악이 쉬운 경우는 KB시세 등으로 대신할 수 있다. 그러나 다세대·연립주택, 공장, 기계기구처럼 가격 산정이 까다로운 경우는 반드시 별도의 감정평가가 필요하다. 평가가 부실하면 대출사고는 물론 전세사기와 같은 사건에도 연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반대로, 은행 감독업무 시행세칙에 따라 비주택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산정할 때 국세청 기준시가 등 공신력 있는 자료를 활용하면 자체 평가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외부 감정평가를 의무화하면 비용이 늘어나 결국 고객 대출금리에 전가될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감정평가 업무는 단순 계산이 아니다. 감정평가사는 평가 금액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지며,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하지 못하면 강력한 처벌과 손해배상 책임까지 지게 된다. 은행이 고용한 내부 감정평가사가 산정한 가격을 국민이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 은행의 이해관계에 따라 평가가 왜곡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소비자를 보호하기보다는 은행을 보호하는 평가가 될 위험도 있다.

 

감정평가사의 윤리강령은 정직성과 청렴성, 신의성실, 비밀 유지, 지속적 전문성 향상을 강조한다. 이는 자산 가치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최소 조건이다. 감정평가사는 이 원칙을 지켜야만 국민의 재산권을 지킬 수 있다. 그렇기에 평가는 무엇보다 공정해야 한다. 하지만 내부 직원의 평가가 소비자 입장에서 과연 공정할 수 있을까? 의문은 남는다.

 

이번에 꾸려지는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 TF에서 법을 지키고 소비자를 보호하며, 감정평가사의 고유 업무영역을 침해하지 않는 합리적인 결론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프로필] 권대중 한성대학교 일반대학원 석좌교수
•(현)㈔한국부동산융복합학회 회장
•(현)한국부동산융복합연구원 원장
•(현)㈔대한부동산학회 명예회장
•(현)국토교통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위원· 국토교통부 자체성과평가위원회 위원·LH기술평가 위원회·경영투자심사위원회 위원·서초구,
용산구 분양가심의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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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중 한성대학교 일반대학원 석좌교수 djk11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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