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문은행들의 숙원인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규제 완화가 이번에 성사될지 주목된다.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그동안 자본금을 늘리는 데 애를 먹었던 인터넷 전문은행도 시중은행 못지않은 규모로 '덩치'를 키울 수 있다.
23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국회에서는 은산분리 완화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20대 국회 하반기 원 구성에서 은산분리 완화에 찬성하는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정무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정무위원회는 은산분리 규제를 담당하는 상임위원회다.
정무위 여당 의원들도 달라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부정적인 분위기였는데 이번엔 은산분리 규제 완화 법안을 발의한 정재호 의원이 여당 간사를 맡았다.
당론으로 은산분리 유지를 고수한 민주당도 기류 변화를 보인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규제개혁 토론회에서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특례법을 통해 지분 보유 한도를 34%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정재호 의원이 발의한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안에서도 비금융주력자가 인터넷 전문은행의 지분을 34%까지 보유하도록 했다. 단, 개인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즉 재벌은 현재와 같이 지분한도를 4%로 제한하게 했다.
이를 포함해 관련 법안 5건이 계류돼 있다.
금융당국도 특례법을 통한 은산분리 완화에 힘을 싣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경제규모 확대와 경제시스템 선진화 노력이 이어지면서 (은산분리라는) 원칙 적용 방식을 재점검할 시점이 됐다"며 "은행법상 은산분리 원칙을 덜 훼손하려는 목적으로 의원들께서 특례법 형태가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최근 '금융소비자 연대회의'를 꾸리고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약화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취약하게 할 우려가 농후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저지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은산분리는 한국 금융정책 기본 원칙이자 금과옥조이며 어떤 이유로도 은산분리 완화는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이를 강행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총력투쟁으로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인터넷 전문은행 부진이 은산분리 규제 때문이 아니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시중은행들도 비슷한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인터넷 전문은행의 차별점이 퇴색되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출범 당시에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면서도 "하지만 인터넷은행이 내놓은 서비스가 시중은행과 많이 다르지 않아서 인터넷은행이 메기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원래 15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추진했다가 300억원 밖에 하지 못했다. 계획보다 규모가 줄었고 보통주 지분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전환주로 발행됐다.
케이뱅크 주요 주주인 KT가 은산분리 규제에 막혀 실권된 보통주는 사들일 수 없던 탓이다.
현행 은행법령에서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가 보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을 최대 10%(의결권은 4%)로 제한하는데 KT가 보유한 케이뱅크 지분은 10%로 이미 한도가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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