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비화 ㉝]1965년 금리현실화, 비현실적 극약처방(Ⅱ)

2019.03.16 06:00:00

<전편에 이어>

 

(조세금융신문=이국영 前 은행감독원 검사역) 금리현실화 사흘 뒤인 10월 2일 장 부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정기예금의 증가와 연체회수, 자금가수요의 감소, 고리채축소, 부동산 투기의 감퇴 등은 물가의 안정과 기동성 있는 행정력의 강화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주일 후 신문사설은,

 

“금리현실화는 실시 일주일 동안의 경과로 보아 대체로 성공적인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통제권 밖에서 국민경제를 좀먹어오던 시중사채금리에 도전해서 단행된 고금리정책은 유통의 주류를 공공금융기관으로 환원시키는데 획기적인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공공금융기관의 공신력 회복은 금융정상화의 기반을 굳히게 됨으로써 이제까지 금융대출을 특혜로 생각하던 폐풍도 줄어들고, 항상 문제가 되어온 금융자금의 가수요를 덜게 하는 한편, 예금증대로 수신내 여신 원칙이 바로 잡힐 것 같다.”

 

금리현실화에도 불구하고 염려했던 물가앙등, 사채금리상승, 금리정책 등의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 목표였던 내자동원 측면에서도 8일 만에 저축성예금이 25억원 이상 증가, 당초 기대를 넘는 성과를 나타냈다.

 

10월 17일 시민회관에서는 금융사상 초유의 전 금융기관 책임자 합동회의가 열렸다.

김세련 한은 총재의 개회사가 울려 퍼졌다.

 

“이번 금리현실화 조치는 확실히 이 나라 금융사상의 혁명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금융쇄신을 위한 일대전기가 될 것이고 따라서 금융인의 자세에도 전환해야 할 것으로 믿습니다.

우리 금융인은 이제 한 자리에 모여 과거 싫든 좋든 우리에게 가해졌던 비판과 그릇된 평가를 자성하고 심기일전, 새로운 자세확립을 다짐해야 할 것입니다.”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장 부총리의 연설.

 

“금리현실화는 바야흐로 은행인의 사고의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회의 개최 의의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금리현실화의 목적은 경제적, 정치적 그리고 사회 정책적인 세 가지 목표에 있습니다. 경제적 목적이란 제2차 5개년 계획의 성공적 달성을 위한 내자 4900억원의 재원을 저축을 통해 조달하는 것입니다.

정치적 목적이란 금융의 이권성 배제이며, 사회 정책적 목적이란 고리채의 일소에 있으며 현재까지 탈세의 2대 원천이 되고 있는 고리채이득과 부동산이득의 일소에 있습니다. 만일 금리현실화가 성공한다면 그 공로는 일선책임자인 일선 지점장들의 공로에 있으며, 실패한다면 그 책임은 중앙에 있는 우리들 정책입안자에게 있습니다. 정부는 보완 조치를 위해 매일 저녁 은행장회의를 갖고 대책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불퇴전의 결의로서 금리현실화를 위한 적전상륙을 감행한 것입니다.”

 

12월 2일 국회예결산위에서 소선규 의원의 질의

 

“금리현실화 문제 이것은 나도 어려운 얘기를 잠깐 물어보는 것이 올시다마는… 그러나 최근에 시중의 동향을 보면 사금융에 있어서는 소액 50만원 이하의 소액에 있어서는 2% 내지 3%가 올라가고 시중에서 아마 7부, 8부에 거래되는 것이 사실이고 비교적 거액 50만원 이상, 100만원 이상이, 거액이 0.5% 내지 2할이 오른 것이 사실입니다.”

 

민중당 유창렬(柳昌烈) 의원도 이 점을 지적했다.

 

“금리현실화정책 이것에 대해서는 정부는 2차 5개년 계획 소요내자 4900억원 조달을 위한 저축투자식 금융기능회복조치라고 하고 있습니다. 초단계 저축성 예금증가분 70여억원의 대부분은 기업체 고리 사금융 상환자금으로 환류시켜서 고리채를 제압하는 전쟁에서 우선 서전에 이겼다 이러한 말씀인데 그렇다면 그 환류시킨 사채 상환자금의 대부분이 그대로 저축자금으로 재환수되어야 하는 것인데 그러한 징조가 아직 보이지 않고 나타나지 않고 있으므로 정부의 승리감은 아직 시기가 상조하다고 하겠습니다.”

 

1966년 4월 4일 국회본회의에서 한통숙(韓通淑)의 질의 내용을 보자.

 

“또 정부는 금리현실화를 참 제일 좋은 정책으로 자랑하고 추진하고 하더니 이것이 요새는 꽥 소리가 없는데 실패하고 말았어요. 결국 금리를 올리고 말았다 말이에요. 특혜융자는 여전히 있다 말입니다. 금리현실화의 목적이 특혜를 없애고 금리를 저하시키는데 있는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여기에 대한 대책은 어떻게 할 작정인지 변명을 좀 해보시지요.

또한 그 정책금융과 비정책 금융간에 이자 격차가 현재와 같이 심해 가지고는 이것은 금리를 현실화하는 것은 말만 금리를 현실화하지 실질상으로는 이것은 금리현실화가 아니라고 이렇게 보는 입장에서 여기에 대한 조절책은 무엇인가. 또한 저축성예금이 지금 아마 70억원이라고 하는데 이 이상 저축성예금이 늘 도리가 어디 있나 나는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금리현실화가 주는 시사점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났다. 1967년 3월 12일 시민회관에서 열린 제3회 전국금융인대회에서 장 부총리는 금리현실화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 동안 예금과 대출의 랑데부는 성공했으며 궤도진입작업은 끝났습니다. 이제 예금과 대출이 팽팽해져 도킹할 상태가 되었습니다. 지금이니까 말할 수 있지만 지난번 실시한 금리현실화는 가장 비현실적인 금리현실화였습니다.

그러나 이 비현실적인 고금리정책은 병든 환자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불가피했습니다. 역금리체계조차 쓰면서 금리현실화를 단행한 것은 마치 마취제를 쓴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 금리는 정상화시키고 내려야 할 단계가 되었습니다.”

 

장기영 부총리의 말대로 6·30 금리현실화는 경제성장을 위한 도약단계에서 불가피한 극약처방이었음이 틀림없다.

 

금리현실화가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그것이 통화개혁과는 달리 금융인이 주체가 됐다는 점과 경제논리가 강했다는 차이에 있다. 그리고 이 조치가 국민을 은행에 끌어들여 국민경제에서 금융의 역할을 크게 확장한, 획기적 전환점이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또 금리현실화의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는가?

 

 

한편 경제개발계획이 외부차입 쪽으로 기울어진 가운데, 대부분의 계획사업도 순조롭게 진척되어 당초 목표치보다 훨씬 높은 8.3%의 성장률을 달성하게 되었다. 그런데 제1차 경제개발계획에서 성장률은 계획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올리지만, 설비투자실적은 당초 계획치 22.6%에 훨씬 미달하는 15.6%에 그친다. 이를 재원조달면에서 보면, 내자조달이 6.9%, 그리고 해외차입이 8.7%로 둘 모두 계획치에 크게 밑돌았다.

 

35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국내외 경제학자들이 상당히 많은 금리현실화조치에 관한 연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조치에 대한 분석과 평가는 상당히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나 부정적인 평가가 아닌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금리현실화조치는 사채를 제도금융권으로 흡수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부자본 유형간에 상대적 조건의 변화를 초래하였다.

 

이러한 가설 하에 아래와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해외차입금의 이자가 국내 대출이자보다 낮아서 재벌들은 외자도입을 더욱 확대해 나갔다. 이러한 해외차입과 월남파병에 따른 특수경기의 영향으로 외화가 많이 들어오고 이를 우리 돈으로 바꾸어 가니 돈이 많이 풀려 통화량이 급증하게 되었다.

 

이 때 정부는 돈 가치를 유지하기 위하여 즉, 통화량 조절을 위해 달러 환율을 내려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고 대신에 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은행의 대출을 억제하였다.

 

이러한 과정으로 재벌은 자금조달을 해외에서 차입하여 써서 압박 받지 않았지만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에는 압박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래서 중소기업은 자금조달의 어려움으로 사채를 끌어 썼고, 여의치 못해서 부도로 폐업 또는 도산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은 독점화를 초래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결국 금리현실화조치는 정부가 국내 사채나 집에 놓아둔 돈, 예금을 받아들여 내자조달을 기반한 경제개발자금으로 쓰려는 의도와는 달리 해외차입을 촉진하는 계기를 이루게 되었다. 그러나 은행의 대출금액은 대출억제에도 불구하고 수출지원금융 등으로 인하여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은행의 자금이 주로 재벌과 수출산업에 집중됨으로써, 대자본화를 촉진하고 산업자본의 수출의존성을 높였다.

 

그리고 특히 외자도입을 촉진한 결과 전반적으로 산업자본은 자금조달 중 외자에 의한 자금조달 비중을 크게 높였다. 그런데 이러한 외자 의존적 자금조달은 재벌이 중심이 되었다.

 

금리현실화조치는 지금에 와서 보면 대외 의존적인 독점자본의 성장을 돕는 결과를 가져왔다. 즉, 독점자본주의의 발전을 초래했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프로필] 이 국 영
• 효도실버신문 편집국장·시니어라이프 연구소 소장

• 전) 한은 은행감독원 은행검사역

• 전) 한은 사정과장과 심의실장

• 저서 「금융기관 자점감사론(199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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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영 前 은행감독원 검사역 stat1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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