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향이 확 터지는 韓담배시장…BAT 켄트, 더블캡슐 불 당긴다

2021.02.16 13:44:17

부드러운 맛 찾아 저타르, 캡슐담배 ‘껑충’
제한 없는 가향범위, 신시장 개척 동력
청소년 흡연…미국·유럽에선 10여년 전부터 우려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최근 5년 사이 150% 성장한 한국 가향담배 시장을 둘러싸고 담배업계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BAT코리아는 이달 초 수퍼슬림 더블캡슐담배 ‘켄트 더블 프레쉬’ 출시를 통해 가향담배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도발적인 도전장을 썼다.

 

가향담배의 강점을 더블캡슐 형태로 극대화하고, 고급스럽고 감각적인 켄트 브랜드를 통한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다가서겠다는 것이 그 취지다.

 

 

◇ 새로운 욕구, 새로운 제품

 


그간 담배시장은 보수적 시장이란 인식이 지배해왔다.

 

담배가 갖는 인상 자체가 ‘근로’나 ‘피로’ 또는 ‘고민’ 등의 이미지가 결부되다 보니 기호식품임에도 차나 술과 달리 제품군의 변화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한국 담배시장의 경우 보수적인 해외시장과 달리 다양한 변화가 포착된다.

 

담배 사용의 편의성, 새롭고 다양한 맛 등 다양한 욕구로 번져가고 있고, 실제 그러한 욕구는 가향담배와 전자담배 시장의 급성장에서 포착된다.

 

글로벌 BAT에서 BAT코리아를 주목하는 이유다.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담배의 맛이다.

 

담배의 묵직한 맛은 타르나 니코틴에서 비롯된다. 건강유해성 논란에도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여전히 ‘묵직한 맛’에 대한 선호도가 압도적이다.

 

반면, 한국 시장에서는 저타르나 저니코틴이 부드러운 맛으로 각광받고 있다.

 

박해호 BAT 이사는 “담배는 다른 기호품에 비해 제품군의 변화의 폭이 작지 않지만, 한국 시장은 더 다양한 맛, 더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건강유해성이 낮은 저타르 슬림 제품,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가향담배에 대한 선호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수퍼슬림 ‘향의 전쟁’ 벌어진다

 

이러한 변화를 주도한 1세대는 KT&G의 에쎄다.

 

가볍고 경쾌한 느낌의 슬림 담배인 에쎄는 담배연기에 거부감이 크고, 묵직한 맛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 소비자를 타깃으로 했으나, 정작 중장년층 남성 소비자에게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국내시장 1위 제품으로 팔리고 있다.

 

BAT코리아 역시 슬림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그보다 더 얇은 수퍼슬림을 채택한 것만으로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보지 않고 있다. 때문에 향을 담은 캡슐을 두 개 탑재한 더블캡슐이란 이중 구조로 시장에 나서고 있다.

 

원인은 한국 시장에서 가향담배의 성장세 때문이다.

 

2012년 2.4%였던 국내 가향·캡슐 담배의 시장점유율은 2019년 26.4%로 11배 뛰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 자료에 따르면, 가향담배의 시장점유율은 2018년 18.7%에서 2019년 38.4%로까지 관측된다.

 

담배업계는 가향담배의 시장점유율을 30%대 중후반으로 보고 있으며, 최근 5년 사이 150% 고속성장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담배시장에는 수퍼슬림, 더블캡슐 등 ‘향의 전쟁’도 예고하고 있다.

 

박해호 BAT 이사는 “특정 국가에서는 담배의 가향범위를 규제하고 있지만, 이는 일부 국가에서만의 규제로 한국을 포함한 상당수 국가에서는 가향의 범위가 특정되지 않고 있다”라며 “소비자가 원한다면 과일향 등 다양한 향을 첨가할 수 있고, 이는 담배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유해성 논란, 가향담배에서는

 

가향담배 역시 담배 제품의 숙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해성 논란이다.

 

가향담배 등이 확산세를 펼치고 있는 곳은 일본과 한국시장이 독보적이고, 최근에는 한국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두 국가 다 가향의 제한이 없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 박하 향을 제외한 다른 향의 첨가를 금지했고, 유럽에서는 아예 가향담배를 금지하고 있다.

 

가향담배 유해성에는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분야도 있지만, 청소년 흡연 유발 등의 영역도 있다.

 

건강유해성의 경우 일부 가향담배는 저타르, 저니코틴 등 유해물질 함유량을 낮춤으로써 논란에서 자유로워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박하 등 특정 향을 돋보이려고 다양한 첨가물을 담배에 넣음으로써 이들이 연소되는 과정에서 일반 궐련형 담배보다 더 유해한 물질이 나온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김기현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팀이 KT&G와 일본 JTI의 가향 담배와 일반 담배의 연기 성분을 비교분석한 결과다. 

 

담배업계에서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부정하고 있다.

 

특정 환경에서 그러한 결과가 나올 수는 있겠으나, 전반적으로 받아들여질 만 한 충분한 타당성이나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업체들은 연구방법, 연구설계, 장기간 추적 등 연구의 한계성 등을 가향담배 유해성 연구의 약점으로 꼽는다.

 

학계에서는 담배회사들이 연구결과를 제한적으로 축소 해석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가향담배의 또다른 전선은 청소년 흡연 유도 효과다.

 

2000년대 중반 미국과 유럽의 학부모와 시민단체들은 가향담배 판매금지에 강력한 사회활동을 벌였다. 

 

통상 첫 담배의 인상은 독한 담배연기를 콜록거리는 것을 연상할 수 있는데, 가향담배는 그러한 역한 연기가 없다.

 

오히려 달콤하고 자극적인 향을 제공해 청소년들에게 담배에 대한 거부감을 극단적으로 낮춘다는 주장이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거부감 없는 향과 맛은 가향담배의 핵심 홍보 문구이기도 하다.

 

2017년 구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가 발표한 ‘가향담배가 흡연시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 흡연자의 60% 이상이 가향 담배로 첫 흡연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배업계에서는 청소년 흡연은 애초에 금지되어 있고, 판매 단계에서의 문제라고 강력히 항변한다.


이러한 항변은 타당성이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가향 담배가 청소년 접근성을 낮춘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부인하는 근거로서는 다소 미흡하다.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향 담배 금지법안을 발의하는 등 규제 움직임에 나서고 있지만, 해외처럼 학부모들과의 연계 움직임은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

 

청소년 흡연 논란은 매우 민감한 이슈인 만큼 언제 불붙을지는 알 수 없지만, 성인 담배 소비자들이자 부모들이 가향담배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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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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