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보험사 부채 늘어나는데 실적잔치?…회계조작 우려에 금감원 '머뭇머뭇'

2023.06.22 10:54:59

과거 물가인상분 반영해 부채 일시 반영이 원칙
일부 보험사, 올해 인상분만 찔끔 반영
금감원 가이드라인 준수한 거 맞나 '논란'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올해부터 과거보다 부채를 더 많이 인식하는 방식으로 회계기준(IFRS17)이 바뀌었지만, 거꾸로 1분기 보험사 당기순이익이 솟구치면서 심각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새 회계기준을 적용한 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이 5.2조원이나 되면서 일각에서는 회계조작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다.

 

새 회계기준은 물가 따라 매년 보험부채가 늘어나는 시가 평가 방식이다. 이러면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에 대비해 쌓아둬야 할 돈이 늘어나고, 당기순이익도 크게 제한 받게 된다.

 

국내 보험사들은 보험업 설립 이후로 수십년간 장부가로 평가해 보험부채를 낮게 설정해왔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가 IFRS17을 제시했을 때부터 보험부채 실질을 전액 반영할 것을 시사했고, 국내에선 새 회계기준이 시행될 경우 그간 누적된 인상분을 일시 반영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왔다.

 

금감원도 IFRS17 가이드라인을 내려줄 때 그간 수년~수십년간 장부가로 평가하느냐 누적됐던 보험부채를 올해에 일시에 전액 반영하도록 알려줬다(전진법).

 

이렇게 되면 보험사들이 대폭 적자로 돌아서거나 최소한 당기순이익이 대폭 깎일 것이 우려됐고, 국내 보험사들은 입을 모아 새 기준에 따른 파급효과가 어마어마하니 준비할 시간을 달라며 수 년의 유예기간을 얻었다.

 

그런데 올해 시행하고 보니 일부 보험사들은 과거수년~수십년 누적된 보험부채를 일시 반영하는 게 아니라 올해 한 해 물가인상분만 찔끔 반영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소급법).

 

예상대로 보험사들의 이익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올해 1분기 새 기준을 적용한 보험사들 당기순이익만 5.2조원에 달하는 등 거꾸로 실적 잔치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보험사 일부는 새 IFRS17는 보험부채를 과거 누적분까지 모아 전액 시가로 인식하라는 게(회계 추정 변경) 아니라 올해부터 룰이 바뀌었으니 과거 것은 과거 것대로 내버려두고, 올해 것만 시가 처리하고, 그 다음부터 매년 한 해 한 해 적용하면 되는 거 아니냐(전기 오류 수정)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행 유예기간을 몇 년이나 준 것은 과거부터 묵혀둔 막대한 보험부채 상승 누적분을 일시에 반영하면 보험사 이익이 대폭 깎아 나갈 수 있으니 충분히 현금 쌓고 대비하라는 차원에서 시간을 준 것이지 위 주장처럼 올해 것만 찔끔 적용할 것이면 유예기간을 수 년이나 줄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일각에선 이러한 소급법, 전기 오류 수정 등은 자의적 해석이고, 최근의 보험사 ‘실적 잔치’가 상당히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문제되는 것은 새 IFRS17 변경 취지를 완전히 벗어나, 변경 효과를 상당 부분 무력화시키는 방식으로 적용했다면 이는 회계조작, 회계사기 범죄와도 맞닿을 수 있는 영역이 생길 수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야 이 문제 때문에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사례는 없을 것이고, 국내 투자자들도 어지간해선 대형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진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법규 준수에 예민한 국제 투자자 쪽에서 문제를 삼는다면 그 때는 국내 보험사들이 줄줄이 두들겨 맞지 않을지 예단하기 어렵다.

 

이를 정정하도록 할 권한은 금감원에 있는데 아직 이에 대한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

 

금감원이 새 IFRS17을 적용할 때 회사가 자율적으로 회계처리를 할 수 있도록 했지만, 그렇다고 국제기준과 금감원 가이드라인을 현격히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최소한 상황이라도 알려는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금감원이 가이드라인을 내려줄 이유가 없다.

 

올해 1분기 손해보험사 당기순이익은 삼성화재 6133억원, DB손해보험 4060억원, 메리츠화재 4047억원, 현대해상 3336억원, KB손해보험 2538억원, 롯데손해보험 794억원이다.

 

생명보험사 1분기 당기순이익은 삼성생명 7068억원, 교보생명 5003억원, 한화생명 4225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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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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