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금융감독원이 이번주 내내 KB국민은행 대상 현장 점검을 벌이고 있다.
홍콩H지수 하락으로 관련 투자상품의 대규모 손실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주요 판매처였던 국민은행 대상으로 대응상황 등을 확인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이 이번주 국민은행 대상으로 홍콩H지수 관련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현황 파악 차원에서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ELS는 개별 주식 가격이나 주가지수에 연동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으로 계약기간 중 기초 자산 가격이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하면, 가격 하락폭 만큼 원금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최근 국민은행 비롯 주요 시중은행들이 홍콩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 그래프를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 녹인형 ELS 집중된 국민銀
홍콩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한 ELS판매 잔액이 현재 기준 약 20조원인데 이중 약 16조원 가량이 은행을 통해 판매됐다.
내년 상반기 16조원 중 절반 수준인 8조3000억원 가량이 만기가 도래한다. 그런데 손실 영향권에 진입한 물량이 56%(4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대부분이 국민은행에서 판매됐다.
특히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한홍(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은행을 통해 판매된 홍콩H지수 연계 ELS 중 내년 상반기 도래 물량은 KB국민은행(4조7447억원)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신한은행(1조3329억원), 하나은행(7389억원), 농협은행(7330억원), SC제일은행(6187억원) 등이었다.
금감원이 해당 사안을 두고 국민은행에 대한 점검을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가장 큰 판매처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판매규모가 큰 것뿐만이 아니다. 국민은행은 녹인(Knock-in·원금 손실)형 ELS를 집중 판매했고, 손실이 집중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그 만큼 더 높다는 것이다.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H지수 연계 ELS 중 국민은행에서 판매된 것 98%가 녹인 구간에 진입한 상태다.
그렇다면 현재 홍콩H지수 상황은 어떨까. 2021년 고점인 1만~1만2000선으로 치솟았다가 현재 하반기 중 H지수 흐름은 5800~6000선을 오가며 반토막이 났다.
이는 2021년 설정 물량이 대부분 손실 구간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다.
투자자들이 원금을 보전하기 위해선 ELS 설정 시점 기준치의 60~70% 수준을 회복해야 하지만, 쉽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국민은행 이외 다른 은행들의 경우 노(no)녹인인 물량이 많다. 노녹인 상품은 계약 기간 중 주가가 얼마나 하락했는지와 상관 없이 만기 때 주가 하락 폭이 상품마다 다르고, 하락폭이 50~65%보다 작으면 원금과 이자 모두 회수 가능하다. 이자율은 리스크가 작은 만큼 녹인형에 비해 낮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 “2021년 설정 물량 중 대부분 금융사는 노녹인인 물량이 많다”며 “이에 해당된다면 극단적으로 원금손실에 이르는 경우는 많지 않을 수 있으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금감원은 이번 점검을 통해 국민은행의 홍콩H지수 연계 ELS 잔액 현황, 상품 구조, 대응 상황 등을 살펴보고 있는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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