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최근 AI(인공지능) 산업이 급성장함에 따라 이와 연관된 반도체 산업도 상승세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불황의 늪에 빠졌던 반도체 시장이 AI 산업이 급성장하자 올해 들어 빠르게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 올해 3월 글로벌 리서치 전문기관 마켓앤마켓은 2023년 1502억달러(약 200조원) 수준이었던 글로벌 AI 시장 규모가 오는 2030년에는 1조 3452억달러(약 18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전문가‧업계는 AI와 밀접히 관련된 반도체 시장 역시 올해 활황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특히 업계는 AI 산업의 핵심 반도체로 각광 받고 있는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 주도권을 두고 올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간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기관에 의하면 최근 SK하이닉스가 글로벌 HBM 시장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바짝 뒤를 추격하고 있다.
이에 ‘조세금융신문’은 HBM 선두 주자인 SK하이닉스와 HBM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맹추격에 나선 삼성전자의 전략 등을 각각 소개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 HBM 후속주자 삼성전자, 끊임 없는 개발로 업계 1위 추격 중
HBM을 처음 시장에 선보인 하이닉스가 현재까지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경쟁사인 삼성전자 역시 주도권 확보를 위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15년 10월 4GB(기가바이트) HBM2 D램 개발에 성공한 삼성전자는 같은해 12월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했다. 이듬해인 2016년 6월에는 4GB HBM2 D램과 같은 크기에 용량과 소비전력 효율은 각각 2배씩 높인 8GB HBM2 D램(플레어볼트)을 양산했고 2017년 7월에는 이 제품의 공급량을 대폭 확대했다.
2017년 12월 삼성전자는 초당 데이터 전송량을 기존 고성능 그래픽 D램(8Gb GDDR5, 8Gbps) 대비 9.6배 향상시킨 2세대 2.4Gbps 8GB HBM2 D램(아쿠아볼트, Aquabolt) 양산에 나섰다.
이후 2년여간 개발에 집중한 삼성전자는 2020년 1월 3세대인 16GB HBM2E(플래시볼트, Flashbolt)를 시장에 내놓았다. 16GB HBM2E는 1개의 버퍼 칩 위에 16Gb D램 칩(10나노급) 8개를 쌓아올려 16GB의 용량을 구현한 제품으로 기존 2세대와 비교해 속도‧용량이 각각 1.3배, 2.0배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2022년 4세대에 해당하는 HBM3(아이스볼트)를 공개한 삼성전자는 2023년 7월 HBM3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4세대 HBM3는 10나노(nm) 공정으로 제작된 16Gb DRAM 다이를 최대 12개 적층해 이전 세대 DRAM에 비해 1.5배에 달하는 24GB의 용량을 갖춘 제품이다. 전력소모는 기존보다 10%가량 줄어든 반면 데이터 처리 속도는 1.8배 빨라졌다.
이어 지난 2023년 10월 20일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소재한 맥에너리 컨벤션 센터(McEnery Convention Center)에서 ‘삼성 메모리 테크 데이(Samsung Memory Tech Day) 2023’을 열고 차세대 AI용 반도체인 5세대 HBM3E(샤인볼트)를 공개했다.
5세대 HBM3E는 데이터 입출력 핀 1개당 최대 9.8Gbps의 고성능을 제공하며 이는 초당 최대 1.2TB(테라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속도이다. 여기에 이 제품에는 그간 최적화가 진행된 NCF(Non-conductive Film) 기술이 적용돼 칩 사이를 빈틈없이 채워 고단 적층을 구현했고 열전도를 극대화해 열 특성도 개선했다.
올해 2월말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36GB HBM3E 12H(12단 적층) 개발에 성공해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36GB HBM3E 12H는 5세대 HBM3E에 현존 최대 용량 36GB와 초당 최대 1280GB의 대역폭을 적용한 제품으로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중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5년 6세대 HBM4를 내놓을 계획이다. 아직 자세한 사양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HBM4가 기존 5세대 HBM3E에 비해 약 50% 이상의 성능 향상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 차세대 HBM4 개발 위해 기존 노하우와 독자적 NCF 기술 활용
삼성전자는 5세대 HBM3E 12H 제품을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중대한 분기점(터닝 포인트)으로 삼고 이를 통해 6세대 HBM4 개발을 가속화해 시장에서의 우위를 점유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자사가 보유한 NCF기술을 HBM 공정에 적극 활용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는 기존 HBM3(4세대) 12H 양산 경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와 적층 기술력, 작년 대비 2.5배 이상 증가한 CAPA(생산능력) 등을 통해 HBM3E 샘플 공급과 안정적인 양산 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더불어 차세대 HBM4의 2025년 샘플링과 2026년 양산 목표로 개발에 집중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4부터는 고객 맞춤형 요구에 대한 대응력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표준제품뿐만 아니라 선단 로직칩(논리적 연산 수행 반도체)을 추가해 고객별로 최적화된 ‘Custom HBM’ 제품으로 주요 고객사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차세대 HBM4 16H 초고용량 제품에선 두께를 더 얇게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칩과 칩 사이 갭(틈, 간격)을 완전히 없애고 칩을 완전히 붙이는 신공정을 개발하는 중”이라며 “지속적인 신기술 확보를 통해 HBM 선도업체로서의 리더십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삼성전자는 HBM 양산 공정에 자사가 독자 개발한 NCF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NCF기술은 필름을 사용해 갭을 채우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갭 내 공극(void)이 없다”며 “여기에 열과 압력을 사용해 칩을 연결하는 ‘써머컴프레션’ 공정도 이미 다년간 양산을 통해 수율과 성능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NCF 공정은 접합 물질인 솔더 표면의 산화막 제거 기능이 포함돼 있어 본딩(접착)시 발생하는 솔더 산화막 제거를 위해 사용하는 세정, 가열 등의 부가 공정이 필요 없다”며 “동시에 칩을 고속으로 정밀하게 적층하는 공정과 솔더를 접합하는 공정을 구분할 수 있는 최적의 공정‧설비를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올해부터 채용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12단 HBM 제품의 경우 스택(적층) 수 증가에 따른 칩 두께 감소로 휘어짐 등 기술적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NCF 기술은 칩 전면을 열과 하중을 인가해 본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칩의 휘어짐을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제어할 수 있어 향후 경쟁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 AI 발전 기여 위해 종합 반도체 역량을 통해 최적의 솔루션 도출
삼성전자는 AI 발전에 HBM 등 메모리 기술이 필수 요인으로 떠오른 만큼 회사가 보유한 종합 반도체 역량으로 최적의 솔루션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김경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 상무는 최근 기고문을 통해 “변화무쌍한 AI 시대를 맞아 고객들이 원하는 시스템 디자인을 완벽히 이해하고 미래 기술 환경까지 고려해 시스템 발전을 예측하고 주도하려면 종합 반도체 역량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차세대 HBM 초격차를 달성하려면 메모리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시스템LSI, AVP의 차별화된 사업부 역량과 리소스를 총집결해 경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혁신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올해 초부터 각 사업부의 우수 엔지니어들을 한데 모아 차세대 HBM 전담팀을 구성해 맞춤형 HBM 최적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업계에서 단시간에 따라올 수 없는 종합 반도체 역량을 바탕으로 AI 시대에 걸맞은 최적의 솔루션을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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