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서기수 IFA자산관리연구소 소장)
신중함과 과감함을 겸비한 투자
옛 고사성어에 ‘복철지계(覆轍之戒)’라는 말이 있다. 먼저간 수레가 엎어진 것을 보고 경계(警戒)한다는 말로, 남의 실패(失敗)에서 교훈(敎訓)을 얻자는 것인데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반드시 교훈으로 삼아서 실천해 봄직한 좋은 의미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최근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성향이나 모습을 보면 이 ‘복철지계’의 교훈을 무시하고 오히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두고 보자는 식의 투자를 하는 경우를 가끔보게 된다.
투자 종목이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마찬가지여서 일단 가입해서 가지고 있다가 수익률이 조금이라도 나면 매도를 안하다가 하락세를 보이면 최고점의 눈 앞에 아른거려서 또 매도를 못한다. 이런 식으로 매도 타이밍을 못 잡아서 울며 겨자 먹기로 가지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특히 2007년도 중국펀드 열풍이 불었을 때 정말 많은 사람이 중국펀드에 가입했었다. 필자가 16년간의 은행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금융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은행 객장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던 상품이 이 당시에 나왔던 모 운용사의 중국 관련 펀드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후까지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더니 2008년 급기야 글로벌 금융위기에 올라갈 만큼 올라갔다는 심리적인 영향이 작용해 중국주식에 대한 매도물량이 쏟아지면서 130%까지 갔던 수익률이 곤두박질쳤고 6000p까지 올라갔던 중국상해 A지수는 1700p대까지 하락했었다.
당연히 천당과 지옥을 경험한 투자자 중에서는 잽싸게 환매를 해서 그나마 수익률을 거둔 경우도 있었지만 필자 주변에는 최고점대의 가격을 잊지 못하거나 지금이 바닥권이니 이제부터 올라간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아직도 8년 넘게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이 봐왔다.
중국경제나 전망에 대한 관심은 없고 막연하게 ‘중국이 설마 망하겠느냐?’라는 생각으로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두고 보자’며 그냥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 어떤 투자자들은 기초자산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ELS에 투자했다가 크게 손실을 본 경우나 대통령선거 등의 정치 테마주에 덜컥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고 있는 경우도 무척이나 많이 봤다.
부동산투자에서도 이러한 예는 많이 본다. 경기도 모 도시의 50평대 아파트를 10억원 이상의 대출을 받으면서 5채나 투자해놓고 3년째 팔리지 않아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경우를 본 적 있고, 너무나 유망하다는 주위의 얘기에 귀가 솔깃해서 대규모 개발 호재지라는 모처의 상가를 4개나 투자했다가 그중에 3개가 몇 년째 비어있어 관리비와 세금만 내고 있는 주부를 본 적도 있다.
시장이 상승하면 상승한다고 투자하고 하락하면 하락해서 바닥이라고 투자하는데 정작 수익을 낼 수 있는 매도 타이밍을 놓쳐서 체념 반 오기로 버티기에 들어간 경우를 보다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브라질 국채의 경우에도 브라질 헤알화 환율이 바닥이라는 얘기를 5년째 듣고 있으면서도 가입을 하고 있고 ELS의 경우도 분명히 종목형의 경우 기초자산의 업황이나 주가 향방에 주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설마…’하면서 다시 가입하고 있다. 부동산도 요즘처럼 길거리에 ‘특별분양’, ‘발코니 무료확장’, ‘중도금 무이자 후불제’, ‘얼마에 빌라가 2채’라는 식의 현수막이 많이 걸려있는 적이 있었던가?
매수에서는 ‘신중히’, 매도에서는 ‘과감하게’
물론 나름 고민을 한다고 하고 신중하게 투자를 하는 많은 투자자에게 찬물을 끼얹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먼저 간 수레가 엎어지는 것을 보면서 조금 더 조심하고 천천히 가도 늦지 않다는 것을 알리고자 할 뿐이다. 경제나 금융은 크게 사이클을 돌면서 또 하나의 작은 사이클들의 집합체이다.
전체적으로 상승하더라도 단기간으로 보면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고 있고 연 단위의 하락세에서도 월 단위로 보면 역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것이다. 투자에 있어서 적어도 매수 단계에서는 ‘과감함’보다는 ‘신중함’이 필요하겠고 매도에서는 ‘과감함’이 ‘신중함’보다 앞선다는 투자의 원리를 잊지 말아야 하겠다.
요즘 투자의 대세는 숙성이나 발효투자
매년 교수신문이 각 대학 교수들을 대상으로 그 해의 큰 사건이나 이슈를 빗대서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2006년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단어가 바로 약팽소선(若烹小鮮)이었다.
노자에 나오는 이 사자성어는 본문 중 ‘치대국약팽소선’의 준말로 ‘작은 생선을 삶듯이 무엇이든 그대로 두고 기다리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당시 교수들은 “개혁의 명분은 정당하더라도 시행 과정에서는 조심, 또 조심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거나 “소모적인 갈등이 있겠지만 세부적인 차이에 연연하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순리를 따르면 상생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 글귀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었다. 당시 황우석 박사의 사태에 대한 내용으로 기억하는데 이 약팽소선이라는 사자성어가 8년이 흐른 요즘 다시 회자되고 있다.
투자나 재테크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되는데 시장이 급변한다는 이유로 혹은 원하는 기간에 수익률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식이나 부동산 혹은 펀드상품 등의 투자 방법을 너무나 쉽게 갈아타는 경향을 두고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서이다.
나만의 투자원칙 만들어 매도타이밍 잡자
어찌 보면 위에 전장에서 언급한 ‘신중함과 과감한 투자’에 대한 반대의 의견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너무 과감하거나 서둘러서 큰 손실을 보거나 더 나은 수익률을 거두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서두르거나 조급해서 매도나 환매를 하는 실수를 하지 말자는 의미이다.
수익률과 원금손실에 대한 자신만의 룰을 정해서 얼마 이상 수익이 나면 투자원금의 절반을 매도하겠다거나 얼마 이상 손실이 나면 또 얼마를 재투자하거나 손절매를 하겠다는 자신만의 소신 있는 투자원칙에 입각해서 진행하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실제 일반 투자자들의 경우를 살펴보면 조바심이 생기거나, 나만 주저앉아 있기 싫어서 앞뒤 안 가리고 투자종목을 바꾸거나 매도와 매수를 쉽게 쉽게 하는 경향이 많다.
매도와 매수를 하거나 투자상품이나 금융상품을 환매나 중도해지하고 새로 가입할 때 수수료나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보통은 환매수수료와 중도 해지 수수료 및 중도해지 이율이 별도로 부여되어 작지 않은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수수료 등의 비용도 문제지만 자신이 매도만 하면 그때부터 가격이 오르고 매수만 하면 떨어지는지 모르겠다는 투자자들의 볼멘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러한 생각이 들곤 한다.
부동산의 경우에는 더더욱 한번 움직이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세금이나 비용이 들기 때문에 한 번 갈아타는 부분에 대해서 신중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금융상품은 전체 운용자산의 30% 이상은 10년 이상의 기간을 두고 가족 명의로 노후자금과 자녀의 교육 및 결혼자금으로 아예 장기운용을 하고 나머지 자금 중 10% 안팎은 긴급예비자금이나 추가 투자자금으로 CMA나 MMF 등의 단기상품에 넣어주고, 나머지 50~60%의 상품을 최소 3년 이상의 기간을 두고 운용하되 중간에 일부 인출과 재투자에 대한 전략을 세운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 또한 중도인출이나 추가 투자 시 별도의 비용이 발생하지 않거나 비용 부담이 크지 않는 상품으로 활용해야 하겠다.
결론적으로 조급함과 서두름의 결과로 인한 원금손실을 피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가 종목과 시간을 적당히 분산해서 위험과 수익률까지 분산해서 얻는 방법이겠고 두 번째 방법은 철저한 재투자와 매도나 환매 수익률이나 타이밍 구간을 정해서 지키는 것이다.
즉 어떤 주식을 사거나 펀드 혹은 금융 투자상품에 가입했을때 수익률이 6%만 나면 일단 투자 금액의 50%를 무조건 환매나 매도를 통해서 1차 수익률을 시현하고 다음에 다시 6%의 수익률이 나면 나머지 절반도 과감히 매도하겠다는 식이다.
그렇다면 첫 번째에 환매하거나 매도하지 않고 그대로 둔 잔액에 대해서는 12%의 수익률을 거두는 결과가 나온다. 반대로 투자 후 원금손실 5%를 보게 되면 30%의 금액을 매도 내지는 환매하겠다고 정하거나 반대로 저가 매수의 기회로 얼마의 자금을 재투자하겠다는 식의 방법이다.
고기나 유제품은 적당히 익히거나 발효를 해서 먹어야 정말 건강에 좋지 덜 익은 것을 먹으면 반드시 배탈이 나게 되어 있다. 워런 버핏만 투자의 원칙과 오계명이나 십계명이 있으란 법이 있는가? 나만의 투자의 원칙을 정하고 실천하면 그게 바로 나만을 위한 투자 지침이 아니겠는가? 그러한 투자의 지침 첫 번째를 ‘적당한 수익실현과 재투자 기회포착’으로 삼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3년 단기, 20년 장기계획을 함께 세워라
얼마 전 필자는 벼르고 별러 평생 처음으로 수술이란 걸 했다. 큰 수술은 아니고 언제부터인가 왼쪽 눈이 뿌옇게 흐리게 보이는 현상이 심해져서 투명하지 않은 비닐을 통해 세상을 보는 듯한 증상으로 고생하다가 진단을 받아보니 백내장이라고 해서 결국 수술을 했었다.
젊은 나이에 이게 웬일인가 놀랐지만 인생 잠깐 쉼표를 찍고 쉬어가라는 긍정적인 암시로 알고 수술을 잘 마치고 교정시력으로 생활하고 있다. 흔히 눈의 증상에 얘기하는 것 중에 ‘근시’와 ‘난시’가 있다.
가까운데 있는 것은 잘 보아도 먼 곳은 선명하게 보지 못하는 시력을 근시(myopia, 近視)라고 하고 눈에 들어간 빛이 각막을 통과하여 굴절된 후 망막의 한 점에서 초점을 맺지 못하고 두 점 또는 그 이상의 초점을 갖는 눈의 굴절 이상을 난시라고 한다.
이 눈에 대한 증상을 활용해서 자주 쓰는 표현이 있는데 앞날의 일이나 사물 전체를 보지 못하고 눈앞의 부분적인 현상에만 사로잡히는 모습을 일컬어 ‘근시안적(近視眼的)’ 사고나 생각, 시야라고도 한다.
투자나 자산관리에서도 이러한 근시안적 생각과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당장 눈앞에 놓인 상황에 대해서만 살펴보고 남들이 좋다고 하니 자신과 가정의 상황과 향후 돌아올 지출계획이나 변수를 무시한 채 덜컥 돈을 쏟아붓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우리 신랑이요? 은퇴는 아직 6년 이상 남았어요. 그때까지는 고정으로 월 800만원에서 1000만원 정도 급여가 들어오니까 일단 지금 아파트를 매도한 금액으로는 다른 부동산에 올인해서 투자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라고 3개월 전에 얘기한 40대 후반의 어느 주부가 갑자기 연락이 와서 그동안 대기업 중에서도 국내 굴지의 그룹에 속한 회사인 남편의 회사가 갑자기 경영이 어려워져 그 사이 구조조정으로 퇴직했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눈물까지 흘리며 황당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도 난감해한 적이 있다. 당장 몇 개월이라도 버텨야 해서 이미 투자한 부동산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 생활해야 하나 아니면 급하게 매도를 해야 하나 고민이 여간 많지 않다는 주부의 얘기였다.
이처럼 3년은 고사하고 불과 3개월 앞도 예상하기 힘든 것이 우리의 인생이라고 본다면 이러한 경우를 비일비재하게 보기 때문에 눈앞의 상황보다는 미래를 생각하고 투자하고 자산을 운용하는 전략이 필요하겠다.
필자가 10명을 상담해보면 10명 중에서 8~9명은 모두 3년 정도를 바라보고 투자를 한다. 주식에 투자할 경우에는 더 짧게 보통 몇 개월이나 1년을 넘지 않게 투자를 하고 부동산에 투자하더라도 무슨 경기라도 치르는 모습으로 저돌적으로 3년 안에는 결과물을 기대하면서 투자를 한다.
물론 정말 여유 자금으로 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갑자기 닥칠 예기치 못할 상황에 대한 대처나 준비가 전혀 없다는 점이 위험요소인 것이다. ‘부자는 망해도 10년은 간다’거나 ‘부자곳간은 비는 일이 없다’라는 속담이 왜 있을까?
지출 항목 정해두고 장단기 계획을 세워라
적어도 부자들은 전 자산을 한 종목이나 투자처에 몽땅 넣는 일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식에 투자하더라도 투자금액의 30~40%는 안전한 채권에 투자하고 있고 부동산에 투자를 하더라도 부담스러운 물건 하나보다는 작은 물건 두세 개로 분산해서 투자하는 철칙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그리고 어느 가정이나 반드시 겪어야 할 자산의 지출이나 부채를 발생시키는 항목은 정해져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결혼할 때에는 결혼자금이 들어갈 것이고 전세보증금이나 아파트 청약을 하려고 해도 청약 증거금이나 중도금 및잔금이 필요하겠고 자녀가 태어나면 양육비와 교육자금이 필요하다. 아울러 은퇴시점부터는 매월 고정으로 은퇴 이후의 생활비가 필요하다. 이때 다시 자녀의 결혼자금도 어느 정도는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지출 항목들은 대한민국의 어느 가정이나 겪어야할 지출이기 때문에 ‘우리 집은 예외겠지’라는 생각을 할 수 없는 것들이다. 따라서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수입을 창출시키면서 바로 위에 언급한 확정적 지출 항목들에 대해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직장생활을 시작해 결혼하고 자녀 낳고 교육 시키고 또 자녀가 결혼하고 은퇴를 하고 노후 생활을 보내기까지 최소한 20년에서 3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가고 그 사이 이러한 항목들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인데 20대에서부터 시작하는 것과 30대, 40대에 시작하는 것은 화폐의 복리효과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기간을 길게 잡으면 그만큼 부담이 줄어들고 준비도 수월하다. 또한 장기투자나 자산운용으로 위험도 줄고 세제혜택 등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지금부터라도 1년, 3년의 단기적인 눈앞에 닥친 계획을 위한 자산운용도 좋지만 적어도 20년 이상을 바라본 장기계획도 세우고, 그 계획에 맞는 금융상품이나 투자를 통해서 발이라도 담가놓는 첫 단추부터 끼워 넣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프로필] 서 기 수
• 서울사이버대학교 세무회계학과 교수
• IFA자산관리연구소 소장
• 금융계 26년 간 근무
• 저서 「천만원부터 시작하기」, 「재테크 선수촌」, 「부자특강」 등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