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서기수 IFA자산관리연구소 소장) “자 수고하셨습니다. 궁금한 점, 질문하세요.”
“네 강사님. 제가 펀드를 7개 정도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 6개가 마이너스 수익률이에요. 어떤 것은 마이너스 28%로, 마이너스 10%대도 몇 개 있어요. 이 펀드들을 지금이라도 해지하는 것이 좋을까요? 그냥 가지고 가는 것이 좋을까요?”
최근에 모 강연회에서 자산관리와 노후준비 강의를 마치고 질문을 받던 중 어떤 수강생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투자는 그런 것 같다. 투자를 해도 걱정이고 하지 않아도 걱정이고 또 투자를 하고 나서도 늘 언제 빠져 나오느냐에 대한 걱정과 고민으로 전전긍긍 하는 모습들을 많이 본다.
부동산의 경우에도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를 한 상태에서 10년째 가격이 그대로인데 이걸 계속 가지고 가야 하는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매도하고 다른 부동산으로 갈아타는 것이 맞는 건지 혹은 오히려 가격이 하락했는데 보유 또는 매도 중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 건지를 고민한다.
이런 고민에 정답이 있겠는가? 가장 교과서적이고 얄미운 답변은 이런 것이 아닐까?
“현재 시점에서 가지고 있는 주식(부동산)의 가치를 따져보고 향후 지금보다 가격 상승이 기대되면 지금이 바닥권이라고 생각되니 가져가고요. 향후에도 뾰족한 상승 기대치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매도하고 다른 투자종목으로 갈아타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너무나 당연한 말 아닌가?
매수가격이나 가장 높았을 때의 가격일랑 잊어버리고 지금의 가격이 본전 혹은 매수가격이라고 생각하고 현재의 가격대비 투자수익률이 날 것으로 기대되면 보유, 그렇지 않으면 과감하게 매도하라는 의미인데 거기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과연 현재의 가격을 매수가격으로 보고 향후 가격상승 혹은 수익률에 대한 기대치가 있느냐를 분석하는 능력이 없는 것이 문제 아니겠는가?
만약에 투자를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수익률을 거두었을 때에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매도 혹은 계속 보유에 대해서 똑같은 고민을 할 것이다.
더 가격이 올라가서 수익률이 올라갈 것 같으면 보유 및 향후 매도이고 현재 가격보다 더 올라갈 것 같지 않고 지금의 가격이 꼭짓점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지금 바로 매도를 해서 수익률을 확정 시켜야 하는 딜레마에서 고민하게 된다.
자, 마음을 추스리고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애당초 최초에 투자를 할 때부터 현재의 상황에 대한 예상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이고 이 문제부터 고치지 않으면 매번 같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즉, 투자를 했을 때 예상 목표 수익률을 설정해 놓고 그 수익률에 도달했을 때 과감하게 전부 혹은 일부라도매도를 하는 절차를 반복했다면 위와 같은 고민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매도도 마찬가지로 마이너스 구간에 따라서 과감하게 손절매를 진행했다면 더 큰 손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최고의 상황으로 계속 보유했을 때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오히려 플러스 수익률로 전환되거나 플러스 수익률에서 훨씬 더 높은 수익률로 매도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아주 긍정적이고 낙관론자들의 시나리오일 뿐이다.
따라서 투자를 한 이후에 수익이 나거나 손실이 났을때 매도 혹은 계속 보유에 대한 판단을 그 시점에서 하는 것보다는 최초 투자 시 어느 정도 목표수익률과 매도를 통한 수익률 확정 구간을 정해놓는 것이 좋겠다.
만약에 손실이 발생하면 우선은 저가매수로 물타기 방법을 통해서 평균 매수단가를 낮춰서 손실률을 줄이는 전략과 과감한 매도로 다른 투자의 기회를 잡는 것에 대한 나름대로의 방향성 설정이 필요하겠다. 일단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그 누구도 확정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그 어떤 투자를 했을 때 내가 정말 만족할 만한 혹은 인정할 만한, 수익률이나 구간을 정해놓고 시작하는 것이 맞겠고 손실이 났을 경우에도 과감한 매도 및 재투자에 대한 구간이나 방법을 대략적으로 정해놓고 투자를 하는 것이 냉정하고 객관적인 투자가 아닐까 싶다.
차라리 투자 종목별 수익률이 얼마나 났으면 자동적으로 매도가 이루어지고 얼마의 손실이 날 때마다 부분 매수나 매도 후 재투자의 프로그램이 PC에 내장되어 있거나 금융상품의 약관에 명시되어 있으면 좋지 않을까?
그런 날이 올 때까지는 스스로가 정하고 판단해야 하겠고 주변에 관련 전문가가 있다면 상의를 하고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금융기관 직원이 권유하는 상품? 의심부터 하자!
거주할 집을 구하러 다니다가 괜찮은 아파트가 있어서 공인중개사와 함께 집을 보러 갔다. 그런데 이런 말씀을 하신다.
“이 아파트 보여 드리기는 하지만 주차도 어렵고요. 아파트 정문 앞에 재래시장이 있어서 늘 시끄럽고 냄새도 많이 나고 지저분해요. 그리고 위층과 아래층 방음처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소음도 꽤 심해요. 얼마 전엔 층간 소음 때문에 주민 간에 싸움이 나서 치고받고 하다가 위층 아저씨가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다니까요?”
과연 이렇게 얘기하는 공인중개사가 있을까?
“주차는 아주 밤늦게만 귀가하시지 않으시면 자리는 많고요…. 집 앞에 재래시장이 있어서 늘 신선한 야채나 과일을 싸게 살 수가 있고 따뜻한 인간의 정을 느낄 수가 있지요. 소음이요? 완벽하지는 않지만 워낙 점잖으신 분들이 많이 살아서 문제없습니다. 조용한 편이에요”라고 하지 않을까?
똑같은 상황을 이렇게 얘기하는 것과 저렇게 얘기하는 것은 판이하게 다르다. 금융 상품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브라질 주식이 올해 들어서만 20% 이상 올랐고요. 그동안 하락한 것이 이제야 바닥을 친듯한 느낌이에요. 지금이라도 이 대세상승의 파도를 타시는 게 좋겠습니다. 어서 브라질 펀드에 가입하시죠?”라고 얘기하는 것과 “브라질의 헤알화 환율이 2013년 5월 24일 최고인 550.11원에서 최고로 많이 떨어진 게 2015년 9월에 284원까지 하락했지만 최근에 원유 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340원까지 올랐습니다. 올해 브라질과 러시아 주식과 펀드의 수익률이 좋은 것은 올 초부터 시작된 원유가격의 상승으로 인해서라고 보이고 해당 국가의 정치적인 리스크와 경제에 대한 기초체력이 회복되었다고는 보이지 않습니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천지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부동산 거래를 유도해야 하는 공인중개사의 입장과 해당 금융 상품을 판매해야 하는 금융기관 직원들의 입장에서 판매와 거래를 위한 설명과 권유에 너무 믿음을 주고 긍정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같은 동물인 코끼리를 만지면서 이 동물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십여 명의 장님들의 대답이 다 달랐다는 얘기를 우리는 들은 적이 있다.
코끼리의 귀를 만든 장님은 코끼리가 가오리같이 생겼다고 하고 다리를 만진 장님은 코끼리가 전봇대같이 굵은 기둥이라고 했고 코를 만진 장님은 커다란 보아뱀 같다고 했다는데, 현재 금융시장의 트렌드와 전망에서도 미국의 금리인상과 영국의 유로존 탈퇴에 대한 많은 예상과 전망이 난무하고 있고 같은 현상에 대해서도 다양한 관점과 전략이 주장되고 있다.
하지만 각자가 본인이 근무하는 회사 혹은 영업에 맞춘 답변이 많다는 점을 잊지 말고 그저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리스크 회피라는 전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고 안정성을 가장 우선시한 시야를 가지고 투자에 임해야 하겠다.
투자자들은 투자를 하면서 서서히 낙관론자가 된다는 피터린치의 얘기가 있듯이 잘 되는 쪽으로만 설명을 듣고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요소에 대한 부분만 보고 투자를 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그들이 애기하지 않는 위험 요소나 부정적인 예상에 대한 파악을 하는 것이 중요하겠고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해당 투자에 대한 다양한 수익률의 경우의 수를 좌지우지할 요소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많이 알수록 좋을 것이다.
따라서 국내외 경제와 금융 시장의 트렌드 및 향후 전망에 대한 생각을 수시로 하는 습관을 기르고 직접 가상의 전문가가 되어 스스로 시장 전망을 해보고 결과를 확인하는 연습을 부단히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프로필] 서 기 수
• 서울사이버대학교 세무회계학과 교수
• IFA자산관리연구소 소장
• 금융계 26년 간 근무
• 저서 「천만원부터 시작하기」, 「재테크 선수촌」, 「부자특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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