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기욱 기자) 취임 이후 실적 개선과 노조 임금 통합이라는 성과로 연임이 확실시되던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최근 잇단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하나금융지주는 내달 말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함 행장의 후임 선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5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어 후보군을 압축했으며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초 최종 후보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함영주 현 하나은행장의 연임이다. 함 행장은 지난 2015년 초대 하나·외환 통합 은행장으로 취임한 이후 줄곧 호실적을 이끌어냈으며 하나은행, 외환은행 노조도 조기에 통합하며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2017년 3월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이후에도 호실적을 이어갔으며 지난해에도 2조92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하나금융그룹 사상 최대 실적에 큰 기여를 했다. 특히 이자이익(5조 2972억원)과 수수료이익(8384억원)을 합한 은행의 핵심이익은 6조1356억원으로 전년 대비 9.2%나 증가, 통합은행 출범 후 최대 수치를 보였다.
지난달에는 출범 이후 3년4개월만에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인사·급여·복지제도를 통합하며 은행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데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5일 KEB하나은행 노조가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연임 대세론에 균열이 시작됐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채용비리 혐의로 KEB하나은행의 브랜드 가치를 실추시키는 도덕적 결함을 지닌 함영주 행장은 더 이상 은행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함 행장은 채용비리 재판 결과에 따라 임기 도중 물러나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호실적도 경영능력이 특별히 뛰어나서가 아니라 최근 시장조건이 전반적으로 좋았기 때문”이라며 “인사·급여·복지 제도 통합도 함영주 행장이 아니었으면 오히려 더 빨리 이뤄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26일에는 금융감독원이 함 행장의 연임에 우려의 뜻을 표했다. 금감원 은행담당 임원 등은 이날 하나은행장 후보자 선정과 관련해 지배구조 리스크요인에 대해 하나지주 사외이사와 면담을 진행했다.
금감원 측은 “하나은행 경영진의 법률리스크가 은행의 경영안정성과 신인도를 훼손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며 “하나은행장 선임에 대한 권한과 책임은 전적으로 이사회에 있음을 면담과정에서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측도 연임 반대 움직임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의연대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채용비리 관련 논평자료를 발표해 왔다”며 “다른 시민단체들과의 연대 여부는 미정이지만 내부적으로 함 행장을 비롯한 은행권 채용비리 관련 경영진의 연임을 반대하는 의사 표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각 기업들이 주주총회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논평식으로 끝날지 직접 행동으로 나설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나은행 노조 측은 향후 선임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최종 후보자가 결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 볼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은행의 CEO리스크 최소화, 장기적 이익”이라고 밝혔다.
이어 “함 행장뿐만 아니라 일방적인 관치, 낙하산도 거부할 것”이라며 “후보자 선임 결과에 따라 적극적인 투쟁을 이어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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