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세제 선진화 세미나] 혼란스런 유언대용신탁 과세체계…‘수익자 실질’ 해법되나

2020.06.25 12:34:07

소득·증여·상속 관련 세금 규정 미비…시장은 갈팡질팡
수익자 과세 원칙, 형식보다 수익 귀속 실질에 맞춰 적용 주장 제기
신탁소득 납세의무자·증여시기·상속재산 범위 전체 개정 필요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불분명한 과세체계로 유언대용신탁이 애물단지가 되지 않으려면 수익자 중심 과세를 형식이 아닌 실질에 맞춰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을 소개한 연구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다만, 유언대용신탁의 형태와 관계없이 수익자 귀속 실질에 맞춰 신탁 세제를 개편할 경우 소득세법상 신탁소득에 관한 납세의무자, 증여시기, 상속재산의 범위에 관한 규정 전체를 개정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평이 나온다.

 

이환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25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 세미나’에서 ‘신탁 세제의 개편방안’ 주제발표를 통해 “유언대용신탁이 도입된 지 9년이 지났는데도 소득세, 증여세, 상속세 등을 어떻게 과세할지 구체적인 규정이 없는 상태”라며 “현행 규정에서는 수익자 지위 취득 시점에 따라 상속세·증여세를 달리 부과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언대용신탁은 부모 등 피상속인(위탁자)이 생전에 신탁사에 재산을 맡기고, 사후에 재산분배를 결정하는 제도다.

 


위탁자는 생전에 신탁사로부터 운용수익을 받아 노후보장을 할 수 있고, 별세 후에는 자녀에게 자신의 의사에 따른 상속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자신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부모(위탁자) 생전에는 부모가 신탁의 수익을 갖고, 자녀는 부모가 사망한 후에야 수익자가 되는 1호 신탁(신탁법 제59조 1항 1호), 부모 생전에 자녀가 수익자로 확정되지만, 수익자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부모 사후 시점에 이뤄지는 2호 신탁(신탁법 제59조 1항 1호)이다.

 

부모가 생전에 노후 등의 목적으로 신탁운용수익을 자신이 쓰다가 사후에 자녀에게 재산을 넘겨준다는 점에서 1호나 2호나 큰 차이는 없다.

 

신탁법 제59조 2항에 따라 별도의 약관이 없다면 위탁자 생존 시에는 자녀가 수익자로서 권리 행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소득·증여·상속세 등 과세 이슈에 대해서는 명쾌한 규정이 없어 답답해 하고 있다.

 

1호 신탁의 경우 소득세를 부모(위탁자)에게 부과하면 된다. 운용수익을 받는 사람이 부모이고 쓰는 사람도 부모다. 생존 동안 증여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신탁재산을 부모의 상속재산에 포함해 상속세 과세하는 데도 이견이 없다.

 

2호 신탁의 경우 이미 부모 생전에 수익자로 지정된 자녀가 부모(위탁자) 사망 후에 신탁재산에 급부를 행사하는 구조다. 부모 생전에 자녀가 수익자로 지정됐기에 세법에서는 신탁재산을 부모가 자녀에게 생전에 이전한 증여재산으로 취급한다.

 

그런데 2호 신탁에 의해 수익자가 된 자녀는 부모 생전에는 신탁재산 관련된 수익에 대해 한 푼도 만져보지 못한다. 그런데 부모 사망으로 수익자 권리를 행사한 시점이 됐을 때 2호 신탁의 형태로 계약을 맺었다는 이유만으로 증여세가 부과되는 것이다.

 

 

신탁업계에서는 이러한 논리에 펄쩍 뛰고 있다.

 

세법상 부모 생전에 주면 증여, 사망 후 주면 상속이다. 얼핏 1호 신탁에는 상속세, 2호 신탁에는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 맞는 것 같지만, 1호나 2호나 자녀는 부모 사망 후에야 신탁재산을 만져볼 수 있기에 둘 다 실질적으로 상속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1호 신탁과 2호 신탁을 세법에서 서로 다른 것이라고 보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기에 2호 신탁도 1호 신탁처럼 상속세 과세를 하는 것이 맞는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고 꼬집었다.

 

소득세도 불형평하기는 마찬가지란 지적도 나온다.

 

신탁에서 소득세는 수익자 과세 원칙이다.

 

1호 신탁은 위탁자 생존 시점에서 위탁자와 수익자가 동일한 자익신탁에 해당한다. 이 경우에는 위탁자가 신탁재산 운용수익을 가지므로 위탁자에게 소득세를 부과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2호 신탁은 부모 생전에 신탁운용수익을 만질 수 있는 것은 부모(위탁자)이지만, 정작 신탁운용수익에 대한 소득세 납세 의무자는 형식상 수익자인 자녀가 된다.

 

 

 

만일 부모가 신탁운용수익 외 다른 수익이 있다면, 소득 쪼개기가 가능한 셈이다. 이를 막으려면 실제 신탁운용수익을 만질 수 있는 위탁자 과세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변호사는 “타익신탁에서 위탁자가 수탁자를 변경할 권리를 갖는 경우 위탁자에게 소득세를 매기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며 “이 경우 위탁자가 수탁자를 변경할 권리를 갖는 유언대용신탁도 같은 논리가 적용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말했다.

 

다만 “2호 신탁에 관한 현재의 해석론에 관하여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입법론상으로는 제1호 신탁과 제2호 신탁을 동일하게 보아야 하는지 여부에 관한 검토가 필요한데, 제1호와 제2호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소득세법상 신탁소득에 관한 납세의무자, 증여시기, 상속재산의 범위에 관한 규정 전체를 개정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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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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