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 돋보기] 치매신탁, 웰다잉으로 가는 법…치료비에 상속까지 한 번에

2020.12.21 18:39:29

중증 치매시 병원비‧요양비‧생활비 은행이 처리

국내 신탁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올해 수탁고만 1000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도 일반 대중에게 신탁은 여전히 거리감 있는 자산관리 방법으로 받아들여진다. 수억원 또는 수백억원 이상의 융통 가능한 재산을 소유한 일부 자산가의 ‘전유물’ 같다. 하지만 신탁의 정확한 정의와 구성 방법, 목적을 이해하면 그간의 오해와 억측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자산가는 물론 일반 대중, 나아가 저소득층에게도 ‘미래 먹거리’가 되어 줄 신탁의 제대로 된 이해를 돕고자 지난번 신탁시장에 대한 분석과 전망, 제도 개선이 필요한 지점 진단을 진단했다. 이번에는 실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신탁업이 일상생활에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

2010년 금융권 최초로 ‘리빙트러스트’를 런칭한 뒤 ‘부동산 트러스트’, ‘치매안심신탁’, ‘성년후견지원신탁’ 등 다양한 생활형 신탁을 선보이고 있는 배정식 KEB하나은행 리빙스트러스트센터장이 그간 현장에서 겪은 일화들을 소개한다.<편집자주>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고령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웰리빙’을 넘어 ‘웰다잉’을 꿈꾸는 이들이 늘고 있다.

 


100세 시대의 실현이 가시화되자 삶을 잘 살아내는 것 이상으로 죽음에 잘 대비하는 것 역시 중요 이슈로 부상했다.

 

이런 관심은 금융 고객들의 니즈로도 이어졌다. 최근 은퇴 이후 품위 있는 노후와 죽음까지 대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신탁’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노후에 치매가 발병했을 경우를 사전에 준비하고 대응할 수 있는 ‘치매안심신탁’은 중장년층 고객들의 관심까지 한 몸에 받고 있다.

 

◇ 초고속 고령화…30년 뒤 다섯 집마다 치매 환자

 

중앙치매센터의 ‘대한민국 치매 현황 2017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65세 이상 인구 중 치매 환자는 66만1707명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추세라면 치매 환자가 2025년에는 100만, 2043년에는 200만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불과 30년만 지나도 치매 환자가 다섯 집마다 있게 되는 셈이다. 그로 인해 치매 환자 자신은 물론, 가족이 겪을 고통과 사회가 겪게 될 문제들이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 최근 ‘치매안심신탁’에 관심을 갖고 은행을 찾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

 

◇ 치료비+상속 ‘두 마리 토끼’ 잡기

 

치매안심신탁 관련 배정식 KEB하나은행 리빙스트러스트센터장은 80대 초반이던 A고객의 일화를 들려줬다.

 

A고객은 초기 치매 증상을 앓고 있었으며, 딸만 셋으로 막내딸과 함께 살고 있었다. 위의 두 딸은 미국에 거주 중인 상태였다.

 

그간 상가 한 곳에서 나오는 임대료가 매월 들어오는 데다, 알뜰한 생활로 생활비 걱정이 없던 A고객이었으나 막내딸이 현금카드를 가지고 가서 수시로 지출을 하는 바람에 어느 날부터 통장 잔고가 바닥나 있었다.

 

이런 소식을 접한 첫째 딸과 둘째 딸은 미국에서 이미 보편화 돼 있는 신탁제도를 떠올렸고 ‘치매안심신탁’과 ‘부동산관리신탁’으로 모친인 A고객의 재산을 지키기로 했다.

 

A고객은 초기 치매 증상이 중증으로 진행될 때를 대비해 소유 상가를 ‘부동산관리신탁’으로 관리하기로 결정했다. 부동산관리신탁은 고객이 신탁재산으로 금전을 맡기는 것과 같이 부동산을 은행에 신탁해 수탁자인 은행이 해당 부동산의 임대차 관리와 자금 관리, 시설관리 등의 관리 업무를 수행해 비용을 제외한 수익을 신탁계약서에서 정한 수익자에게 지급하는 신탁이다.

 

이외 A고객이 보유한 현금은 ‘치매안심신탁’을 활용하기로 했다. 치매안심신탁은 평상시 정기예금이나 채권 등 안전한 금융상품으로 자금을 운용하다가 고객이 적절한 케어가 필요한 간병 상태에 처할 때 병원비, 요양비, 생활비 등에 대해 은행이 직접 비용처리를 맡아주는 신탁이다.

 

구체적으로 A고객의 ‘치매안심신탁’은 적정 생활비로 책정된 금액을 은행이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하고, 본격적인 치매가 시작됐을 때 의료비, 요양비 등이 추가로 필요할 때는 금융기관이 직접 비용을 처리하도록 설계됐다.

 

해당 신탁 계약 당일 A고객은 세 딸과 함께 은행을 찾았다. 그는 유고가 발생할 경우 세 딸이 1/3씩 나눠서 공평하게 재산을 가지면 된다고 설명하며, “나 사는 동안 너희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깔끔하게 살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처럼 치매안심신탁은 자신의 남은 인생을 인간답게 누리고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재산을 남길 수 있게 돕는 하나의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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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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