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돋보기] 세상에 홀로 남겨질 자녀 위한 선택 '미성년자 신탁'

2020.12.24 11:24:54

미성년자 재산 지켜주는 '안전판'

국내 신탁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올해 수탁고만 1000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도 일반 대중에게 신탁은 여전히 거리감 있는 자산관리 방법으로 받아들여진다. 수억원 또는 수백억원 이상의 융통 가능한 재산을 소유한 일부 자산가의 ‘전유물’ 같다. 하지만 신탁의 정확한 정의와 구성 방법, 목적을 이해하면 그간의 오해와 억측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자산가는 물론 일반 대중, 나아가 저소득층에게도 ‘미래 먹거리’가 되어 줄 신탁의 제대로 된 이해를 돕고자 지난번 신탁시장에 대한 분석과 전망, 제도 개선이 필요한 지점 진단을 진단했다. 이번에는 실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신탁업이 일상생활에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

2010년 금융권 최초로 ‘리빙트러스트’를 런칭한 뒤 ‘부동산 트러스트’, ‘치매안심신탁’, ‘성년후견지원신탁’ 등 다양한 생활형 신탁을 선보이고 있는 배정식 KEB하나은행 리빙스트러스트센터장이 그간 현장에서 겪은 일화들을 소개한다.<편집자주>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지는 안타까운 경우가 종종 있다.

 


만약 사망자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자녀는 오랜 시간 부모의 보호막 없이 세상에 남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갑작스러운 사고와 질병으로 부모를 잃은 미성년자들을 위한 안전장치를 갖고 있을까.

 

배정식 KEB하나은행 리빙스트러스트센터장은 그 해답을 신탁에서 찾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신탁은 계약 내용에 따라 재산을 관리하면서 미성년 자녀가 성년이 되거나 또는 그 이상의 일정한 연령에 도달할 때까지 수탁자인 금융기관에서 재산을 지켜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 “집 한 채는 딸에게”

 

신탁을 통해 어린 자녀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둔 사례가 실제 있다.

 

40대인 A씨는 갑작스럽게 불치병 선고를 받고, 신탁 상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전처와 이혼하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6살난 딸을 키우고 있었다. 딸을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날 가능성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A씨가 가진 재산은 약간의 현금과 2억원이 조금 넘는 주택 한 채였다. 그는 남겨진 현금은 모두 부모님께 드려 딸을 양육하는데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단 주택 한 채는 신탁계약을 통해 딸이 30세가 될 때까지 지키기로 했다.

 

그가 이런 내용을 계약조건으로 건 이유는 미혼인 남동생 때문이었다. 그의 부모님은 여러 차례 사업 실패를 겪은 작은 아들을 늘 염려해왔다. A씨는 혹여 자신이 사망한 뒤 부모님에게 남겨진 재산이 남동생에게 전부 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린 딸의 안정적인 주거를 지키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신탁 계약을 체결한 A씨는 집 한 채만은 딸이 성인이 될 때까지 팔리지 않은 상태로 온전히 지킬 수 있게 됐다.

 

◇ “암 발병 보험금을 아들에게”

 

암 발병 후 치료비 명복으로 받은 보험금을 꼭 어린 아들에게 주고 싶다는 경우도 있었다.

 

B씨는 암 판정을 받은 뒤 자신이 일찍 사망할 상황에 대비해 보유하고 있던 현금과 전세보증금, 보험금이 향후 어린 아들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미리 묶어놓고 싶었다.

 

먼저 B씨는 현재 재혼해 가정을 꾸린 전남편이 아닌 자신의 언니를 어린 아들의 후견인으로 지정했다.

 

동시에 아들이 성년이 될 때까지 자신이 맡긴 재산이 아들의 교육비 등에 지출될 수 있도록 은행과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에 따라 향후 B씨가 맡긴 재산은 아들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곳에 쓰이게 되고, 이후 남은 금액은 아들이 만 25세가 되면 지급될 예정이다.

 

◇ 부모에게 학대받던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

 

A씨와 B씨 같은 사례와는 반대로 무책임한 부모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도구로 신탁이 활용된 경우도 있다.

 

배 센터장은 법률구조단 광주지부의 한 변호사로부터 학대 피해 아동 C양 대상 신탁을 의뢰받았던 사례를 소개했다.

 

의뢰 당시 만 14살이던 C양은 엄마의 구박과 엄마 남자친구의 성적 학대로 고통받고 있었다.

 

다행히 곧 엄마의 남자친구는 구속됐고, 엄마는 한 차례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잠적했다.

 

그런데 구속됐던 엄마의 남자친구가 감형을 위해 피해보상금으로 법원에 3000만원을 공탁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자취를 감췄던 C양의 엄마가 친권자로서 공탁금을 자신이 갖겠다며 나타난 것.

 

결국 법원 결정으로 C양을 위한 공탁금은 친권자라 하더라도 찾지 못하도록 조치됐다.

 

다만 담당 변호사는 공탁금이 C양을 위해 쓰여지기 위해 제대로 관리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신탁의 도움을 받았다. 공탁금은 신탁 계약을 통해 C양이 성인이 될 때까지 안전하게 운용되다가 성인이 되면 지급하게 됐다.

 

배 센터장은 “미성년 대상의 신탁은 부모가 자녀의 미래를 안전하게 지켜주기 위한 목적으로 계약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A씨와 B씨 나아가 C양의 사례에서 보듯 신탁은 스스로 재산을 통제할 수 없는 미성년자들에게 재산을 지켜주는 안전판이 되어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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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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