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한은, 다음주 금통위서 금리 올릴까…인상론 다시 ‘고개’

2023.02.17 15:41:44

23일 금통위 앞두고 ‘인상론’ vs ‘동결론’ 반반
미 연준, 경제지표 쇼크에 내달 ‘금리인상’ 무게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엿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여전히 5%대 고물가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금리를 인상해야 하지만, 실물 경제에 미칠 부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동결쪽으로 가닥을 잡으면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지게 되고, 그 만큼 외국인투자자의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을 키우게 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3일 한은이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한은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 기준금리는 3.50%까지 오른 상태다.

 


이달 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25%p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하며 긴축정책 속도 조절을 시사하자 한은 역시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이란, 즉 동결을 결정할 것이란 여론이 우세했으나 미국 경제지표 쇼크가 계속되면서 한은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인상론이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 美 힘 잃은 금리 정점론…한미 격차 더 벌어질까

 

실제 미국 내 분위기를 살펴보면, 미 연준 중심으로 급부상했던 ‘금리 정점론’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물론 생산자물가지수(PPI)까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이달 초엔 베이비스텝을 단행하는데 그쳤으나 다음달 ‘빅스텝(기준 금리를 한 번에 0.50%p)’을 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 연준 내 3인자인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가 지난 14일(현지 시간) 최종금리가 최고 5.5%까지 오를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 말 기준금리 수준으로 5.0~5.5% 사이가 올바른 틀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이 여전히 금리 인상 쪽에 무게를 싣고 있는 상황에 한은이 동결을 결정할 경우 한미 금리차가 크게 확대될 수 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한국보다 1.25%p 높은 4.50~4.75% 수준이다. 한은이 오는 23일 금리를 동결하고, 미 연준이 다음달 베이비스텝을 밟는다고 가정하면 한미 간 금리차는 1.50%까지 벌어진다. 역대 최대 역전 폭에 해당하는 수준인데, 미 연준이 빅스텝을 단행하면 그 격차는 더욱 커진다.

 

이처럼 한미 간 금리 차가 커질 경우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최근 안정화된 원‧달러 환율이 다시 급등세를 보일 수 있다. 이는 수입물가를 끌어올릴 것이고, 물가 상승세를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킹달러 공포가 되살아 나게 되는 셈이다.

 

◇ 고물가도 여전…6개월째 5%대 상승세

 

한은이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물가가 잡히지 않는 점도 다음주 금통위에서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실제 올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로 6개월 연속 5%대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6월(6.0%), 7월(6.3%), 2개월 연속 6%대까지 올랐다가 8월(5.7%), 9월(5.6%), 10월(5.7%), 11월(5.0%), 12월(5.0%), 올해 1월(5.2%)까지 5%대가 꺽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정부 당국 역시 1월에 이어 2월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전기요금과 상수도료, 난방비 등 정부발 공공요금이 증가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가스, 가스, 수도는 전년 동월 대비 무려 28.3%나 급등하며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례 최대치를 기록했다.

 

◇ 경기 둔화도 간과할 수 없어…복잡해진 셈법

 

다만 한국의 경기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경제 성장률이 1.7% 정도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고 정부는 새해 경제정책방향에서 1.6% 성장률을 예상했다. 금리 인상 여력이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한은이 금리 인상만을 선호하기엔 실물경제를 감안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서민들 주머니 사정이 점점 어려어지고 있다. 고금리로 대출 이자가 치솟았고 전기와 가스요금 등 생활과 직결된 공공요금이 덩달아 올랐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물가 안정 기조를 확고히 해나가지만 서서히 경기 문제도 신경써야 할 것”이라며 “만약 물가 안정 기조가 확고해지면 모든 정책 기조를 경기 쪽으로 턴(turn)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물가 위주에서 경기로 무게중심을 옮겨 신경을 써야 할 상황이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한은이 다음주 금통위에서 물가와 한미 금리 차에 무게를 두고 금리를 인상할지, 경기 둔화를 감안해 금리를 동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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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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