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통화 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매파’ 성향의 박기영 금통위원이 “아직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생각해 본 적 없다”고 강조하며 기준금리 인하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16일 박 위원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미국과 유럽 은행권 위기에 따라 다음 달 금통위 결정이 달라질 수 있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박 위원은 금통위 내에서 매파 성향 인사로 분류된다. 그는 지난 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에 표를 던졌으나, 동시에 연 3.75%까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 위원은 “국내 물가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나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어떻게 결정 하느냐에 따라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의 문제는 중앙은행의 맨데이트(책무)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는 원칙적인 말씀밖에 못 드리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이 우리나라에 어떻게 파급되는지도 중요하지만 결국 통화정책 결정시 우리의 맨데이트인 물가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하에서만 주요 변수를 고려할 생각”이라며 “이창용 총재가 물가가 2%대 목표에 수렴한다는 확실이 들면 향후 금리인하도 고려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런 숫자가 나오면 금리인하를 고려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론 아직 피봇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전했다.
박 위원은 3월 물가가 많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기저효과 때문인 것이지 물가 상승 추세가 꺾였다는 뜻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달 물가가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물가가 올랐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 때문이다. 물가가 꺾였다는 정보를 주는 것은 아니고 근원물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박위원은 최근 미국과 유럽 지역의 은행 위기 사태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통화정책 결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통위에 1년 반 있었는데 항상 회의때마다 의사 결정을 하기 전 고차방정식을 풀고 나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나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물가 상황과 미 연준의 결정, 중국 상황 등 이런 것들이 하나 하나의 방정식의 해가 되고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겠다는 결정이 나오는데 최근 일주일 동안의 느낌은 그동안은 5차 방정식이었는데 7차 8차로 미지수 개수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 대해선 “교과서적인 원칙을 놓친 결과”라고 평가하며 “처음에는 안전자산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많이 가진 은행이 망했다고 해서 굉장히 놀랐다. 막상 들여다보니 은행은 기본적으로 단기자금을 장기자금으로 바꾸는 기관인데 이자율에 대한 헤징(위험 회피)을 안 하는 등 너무 교과서적인 원칙들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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