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24일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달러당 원화값이 크게 반등했고 채권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0.25%p를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예상과 물가와 한미 금리차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연준) 총재의 매파적 발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기준금리 0.50%p를 인상하는 ‘빅스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단 의견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와 관련 채권전문가들의 경우 과반수가 베이비스텝을 예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16일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9%가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며, 해당 응답자 중 70%가 베이비 스텝이 유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올해 4월, 5월, 7월, 10월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고 그 중 7월과 10월엔 빅스텝을 단행했다.
당초 한국은행 금통위가 지난달 12일 두 번째 빅스텝을 단행할 때만 해도 11월 연속 세 번째 빅스텝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킹 달러’의 위세에 원화가 연일 맥을 못 췄다. 달러당 1400원대까지 오르며 연말 1500원대를 찍울 수 있을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0월 금통위 결정 직후인 15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G) 합동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서 한국의 통화정책에 대해 강연하며 두 번째 빅스텝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7∼8월에 언급했던 포워드가이던스(사전예고 지침) 전제조건이 변했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성장률 하락 전망으로 성장 하방 리스크가 커졌고, 예상 밖 환율 상승으로 5∼6%대 물가 수준이 지속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10월 빅스텝 이후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5∼6%대 수준의 높은 물가 상승률이 지속되는 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명확히 하면서도, 지난 7월과 달리 인상 폭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준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한 달 만인 11월 국내외 경제 상황에 많은 변화가 발생했다. 미국의 ‘킹 달러’ 위세가 다소 주춤해진 상태다. 달러당 1400원대에서 1300원대로 내려앉았다.
게다가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자금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상황도 빅스텝 가능성을 낮춘다. 지난달 빅스텝에 찬성표를 던졌던 박기영 금통위원은 “금융 안정도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변수는 지속적인 미 연준이 계속해서 긴축 행보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다. 미 연준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0.5%p 인상할 것이 유력한 상황인 만큼, 한미 금리 역전폭이 더 확대될 수 있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더욱 커지면 환율과 수입물가가 올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에선 한미 금리 역전폭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경기 둔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도 동시에 꾸준히 제기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 “미국 연준의 연속적인 금리 인상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놓을 순 없을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측면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기둔화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