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과세 사각지대 캐디, 연 1조원 가량 현금 받아도 세금은 0원? …수십년 탈세관행, 대책은 막막

2023.05.27 06:35:20

영수증 없는 탈세관행…캐디들, 수십년간 세금 내는 지도 몰라
국세청, 복지정책 추진 과정에서 우연히 캐디 소득 파악
멋대로 수정해도 반박증빙 쉽지 않아
취약한 특고직‧복지체계가 근본원인…탈세, 부작용 중 하나에 불과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골프장 캐디들 상당수가 수십년간 세금신고를 하지 않아 거액의 탈세가 발생한 가운데, 과세당국이 수십년간 수수방관하다 뒤늦게 신고안내 및 검증에 나섰다.

 

하지만 제대로 과세망을 구축하질 않아 탈세 검증에 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캐디들처럼 현금으로 보수를 받는 간병인·대리운전 등도 관리 사각지대라는 지적이다.

 

 

국세청이 최근 한국골프캐디협회, 한국골프장경영자협회 및 대형 골프장에 보낸 종합소득세 신고 안내문.

 

골프장 캐디들은 사업소득자이니 5월 말까지 2022년도 사업소득에 대해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국세청으로선 안내문을 보내야 했던 이유가 있었다.

 

국세청은 최근 ‘캐디들은 종합소득세를 낸 적도 없고, 내지도 않는 사람들인데 어째서 올해 갑자기 세금을 내라고 하느냐’는 내용의 문의전화가 잇달았다.

 

캐디들은 소득세법 4조 1항 1호에 따라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자가 맞으며, 단 한 번도 면세대상이 된 적이 없다. 그런데 세금을 내는지도 몰랐다는 것은 탈세가 횡행한다는 뜻이 된다.

 

현재 캐디로 활동하고 있다고 추정되는 인원은 약 3만여명.

 

업계에 따르면 1인당 평균 수입은 약 3000~5000만원 정도인데 이를 토대로 단순계산하면 연간 전체 캐디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1조원 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소득 1조원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 탈세액과 건강보험기금손실액은 아무리 적어도 수천억 단위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캐디들의 탈세가 수십년된 관행이었다고 설명했다.

 

대형골프장 다수를 관리하는 A씨는 “캐디들은 골프장 이용객에게 현금으로 직접 보수를 받는데 돈을 준 쪽과 받은 쪽에 대한 증빙이 없으니 국세청에 세금신고를 하지 않아도 알 방법이 없다”며 “세금을 신고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가 없고, 세금 내라고 안내장 한 번 받아본 일이 없으니 캐디는 원래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라고 말했다.

 

 

◇ 뒷걸음치다 소 발견한 국세청

 

의아한 대목은 그간 세금을 안 내던 캐디들이 갑자기 올해 세금을 내야 하느냐고 문의하게 되었느냐는 것이다.

 

이유를 살펴보면 정부가 충분한 준비없이 정책을 시행했던 것이 문제였다.

 

2021년 7월 이후 정부는 근로자는 아니지만, 근로자처럼 일하는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단계적으로 전국민 고용보험 정책을 추진했다.

 

특수고용직은 언제든지 일감을 잃을 수 있고, 수입도 불안정하기에 국회는 그간 여야를 막론하고 복지 테두리에 특수고용직들을 넣으려 했다.

 

캐디들의 경우 2021년 11월부터 적용을 받게 됐으나, 고용보험 가입을 위해 가장 기초가 되는 소득자료가 없었다.

 

대부분의 캐디는 골프장 직원이 아닌 프리랜서(개인사업자)라서 골프장 관리 밖에 있고, 캐디들 역시 제대로 세금 신고를 한 적이 없다보니 월 소득이 얼마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

 

 

국세청은 급하게나마 전국 모든 골프장들을 설득해 대략적인 금액이라도 신고하라고 요청했고, 이를 골프장들이 받아들이면서 외형상으로는 캐디들의 소득이 얼마 발생했는지 매월 국세청에 집계됐다.

 

그러면서 국세청에서는 지난해 갑자기 캐디 수만명의 소득을 새로이 인식하게 됐고, 이에 대한 과세를 추진하게 되면서 탈세 관행을 마치 정당한 법처럼 여기고 있었던 캐디들로부터 문의가 빗발치게 된 것이다.

 

◇ 영수증 없어요, 입 닦으면 그만

 

그런데 골프장이 신고한 금액도 허점투성이일 가능성이 높다.

 

골프장들은 캐디 보수에 관여를 하지 않다보니 정확히 얼마를 받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국세청에서 매월 신고하라고 하니 캐디가 고객들과 골프장에 나간 횟수와 권장보수를 곱한 대략적인 예상 수입을 신고했을 뿐이었다.

 

실제 캐디들의 건당 보수는 날씨나 고객의 기분과 사정에 따라 고무줄처럼 달라진다. 캐디 보수는 영수증 없이 전액 현금으로만 거래가 이뤄지다보니 정확히 얼마나 받았는지는 캐디 본인의 양심 외에 알 방법이 마땅치 않다.

 

 

영수증 없이도 얼마든지 현금거래가 가능한 탓에 캐디들은 증빙없이도 얼마든지 복지이음 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소득을 거짓으로 줄여서 신고할 수도 있다.

 

물론 국세청에 전혀 수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신고된 소득에 비해 지출이 크고 그 쓴 돈이 어디서 났는지 제대로 해명을 하지 못한 경우 미소명 은닉소득으로 보아 과세하거나, 다른 캐디들에 비해 일은 똑같이 했는데 소득이 극단적으로 낮은 경우 지출검증을 통해 과세 통보할 수는 있다.

 

또한, 캐디가 지기 보수를 받아 꼬박꼬박 개인계좌로 넣어둔 경우는 신고소득 검증이 월등히 용이해진다.

 

하지만 적당한 선에서 소득을 축소신고하면서 자신이 보수를 에누리해줬다고 주장하면 국세청으로서는 반박을 위해서 많은 행정력을 소모해야 한다. 결국 어디선가는 과세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심각한 건 당장 올해 신고분이다. 만일 올해 3600만원 이상 소득을 신고한 캐디는 의무적으로 세무대리인을 통해 신고해야 한다. 3600만원 미만으로 신고하면 단순경비율 등을 적용받아 높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캐디들 사이에서는 이를 노리고 신고소득을 3600만원 미만으로 신고하자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 탈세관행, 골프장은 나몰라라 

 

캐디들에게 현금영수증발급의무나 신용카드 결제 의무를 부여하면 이러한 탈세관행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골프업계에서는 고객들이 직접 현금으로 캐디 보수를 주는 관행을 깨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골프업계 관계자 B씨는 이를 해소할 가장 좋은 방법은 캐디를 골프장이 직접 고용하거나 지금처럼 프리랜서로 둔다고 하더라도 고객과 캐디가 직접 돈을 주고 받지 말고, 고객이 골프장 이용비 계산할 때 캐디 보수까지 합쳐서 일괄 계산하게 하고, 그 후 골프장이 캐디 계좌로 보수를 지급하면 깔끔히 해결될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골프장들은 이에 대해 대단히 꺼리는 눈치다.

 

캐디업 업무 행태는 도우미 용역과 대단히 유사한데 골프장은 직접 캐디를 모집해 캐디 교육을 하거나 아니면 캐디 교육업체로부터 교육받은 캐디를 공급받아 운영한다. 하지만 골프장이 직접 채용은 거의 하는 경우가 없는데 직접 채용을 하면 4대보험과 퇴직금, 원천징수 의무를 부여받기 때문이다.

 

B씨는 “골프장들은 캐디들과 연관되는 것을 극도로 기피한다”며 “만일 골프장이 캐디보수를 받아서 주게 되면 자칫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캐디들은 비정규직이라도 골프장 소속으로 들어가고 싶어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골프장들은 캐디들과 관련된 노무 부담을 지는 것을 대단히 싫어한다”고 전했다.

 

 

◇ 눈물의 나이스 샷

 

현재 캐디만이 아니라 간병인, 파출부, 대리운전 등 2021년 11월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시행대상이 된 업종들은 영수증 없는 현금거래 등으로 인해 대부분 비슷한 소득은폐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올해 국세청 소관 부서에서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자마자 신고 대응 및 신고 검증 체계 정비 등 대단히 기민한 후속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과거 세법 개편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담당자, 법을 집행한 국세청 관리자 및 담당자들은 모두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이들은 과거 언론 일부, 국회 일각 등에서 여러 차례 캐디 등 특수고용직 부실 관리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심각하게 상황을 인지하지 않고, 떠넘기듯 시간을 보내왔다.

 

 

그나마 전국민 고용보험이 시행된 덕분에 그간의 문제가 드러났고, 이제는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놓였다.

 

정부는 올해부터라도 유관부서와 협력해 제대로 된 소득파악 체계를 구축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특수고용직 특유의 취약한 근로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고용노동부 측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대목도 있다.

 

골프장들은 199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캐디들을 직접 근로자로 고용하는 경우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골프장들은 노무 부담을 덜기 위해 캐디들을 프리랜서로 내몰았고, 이에 캐디들이 반바하면서 대법원에서 사실상 캐디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대법원 1993.5.25. 90누1731)이 나오긴 했다.

 

그러자 골프장들은 아예 캐디와의 근로자성을 끊어내기 위해 보수지급 및 관리에서 완전히 손을 뗐고, 대법원이 이를 인정하면서 캐디들은 근로자성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대법원 1996.7.30. 95누13432 판결).

 

한국의 노동법 체제의 경직성 때문으로 미국이나 일본처럼 보다 실질적인 기준에 근거하여 캐디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것과 대단히 상반된 결과다.

 

이로 인해 캐디들은 골프장에서 일하면서도 골프장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이상한 지위에 놓였고, 그러면서 복지사각 및 일감이 유동적인 수입 불안에 놓이게 됐다.

 

전국민 고용보험을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한 발자국을 내디뎠지만, 수입불안으로 말미암은 부작용들은 여전하며, 골프 인기가 높아지는 것에 비해 캐디 숫자는 늘지 않는 것과 대단히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캐디들의 탈세관행은 그 자체로 문제인 것은 맞으나, 허술하고도 후진적인 노동법제도로 인해 발생한 부작용이며, 따라서 과세당국의 관리 미비와 개인의 양심 문제로만 치부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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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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