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자영업자들의 소득 개선 속도는 느린 반면 빚 부담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차주 자영업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연체율도 급등하면서 자영업자 대출 부실 위험이 ‘한국 경제 뇌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은행의 ‘2023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해 1분기(960조7000억원) 보다 7.6% 증가한 1033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시기 이전인 2019년 말 684조9000억언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50.9%(348조80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자영업자 중 취약차주가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대출이 증가하면서 부채의 질도 전반적으로 악화됐다. 2019년 4분기의 경우 자영업자 대출 중 취약차주 비중이 9.9%, 비취약차주 비중이 90.1%였으나 올해 1분기엔 취약차주가 10.1%로 증가했고 비취약차주가 89.9%로 감소했다.
한국은행은 “자영업자 부채는 코로나 사태가 1년을 경과하면서 다중채무자가 급격하게 늘고 대출총액도 급격히 늘었다”며 “활동 제한 때문에 영업 매출이 급격히 떨어진 사황에서 임대료 등 써야 하는 고정비가 있는데 부족해진 부분을 부채로 메꾸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자영업자 소득은 대출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라 코로나19 이전 대비 92.2% 수준에 머물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경기 악화·상업용 부동산 하락·대출금리 부담
문제는 향후 자영업자 연체위험률이 더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올해 말 전체 자영업자 연체위험률이 3.1%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취약차주 연체위험률은 18.5%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점점 떨어지는 가운데 대출금리 부담이 유지될 경우 취약 자영업자 중심으로 연체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는 올해 말 자영업자 대출 연체위험률을 추정한 것이다. 기존 연체율 지표보다 연체 위험을 광범위하게 포착하기 위해 연체가 시작(5일 이상)됐거나 세금을 안 낸 자영업자가 보유한 대출잔액을 연체 위험 대출로 간주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와 올해 4분기 추정치에서 자영업자 연체 위험률이 1.3%에서 3.1%로 뛰고 취약차주는 9.5%에서 18.5%로 상승한다.
자영업자의 경우 비자영업자와 비교해 부동산 가격 하락에 더 취약하고 원리금 상환부담이 높은데다 단기대출과 일시상환 주심 부채구조를 가지고 있는 영향이다.
실제 자영업자 대출 중 올해 1분기 말 기준 비 주택부동산 담보대출 비중이 58.6%였다. 비장영업자가 15.1%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높다. 원리금 상환부담 역시 컸다. 올해 1분기 자영업자 1인당 대출규모는 3조3000억원으로 비자영업자의 9000억원 대비 3.7배 많았다.
한국은행은 “취약차주, 비은행권, 대면서비스업 위주 부채가 증가해 부채질도 악화됐다. 자영업자 대출 중 잠재 부실 위험이 높은 대출의 연체 리스크를 관리하려면 단기적으로 취약 차주에 대해 새출발기금 같은 채무 재조정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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