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우리나라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함에 따라 비혼출산율도 법적인 테두리안에서 보호되고, 제도적 공백을 채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안을 토대로 여성 혹은 남성 혼자서도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정부 지원 정책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현행 비혼 동거에 대해서는 가족 관련 법제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다양한 가족의 권리 보호를 위한 민법 등 가족범위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병일 전(前) 강남대 교수는 지난 27일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에서 주최한 “저출생 위기극복 이제 실천이 답이다”에서 비혼출산 대책 발제자로 나서 "비혼출산제도의 도입으로 다양한 가정의 형태를 인정해 출산장려에도 상응하고, 효과적인 복지혜택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사회구성원으로서 법적인 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동성커플의 경우 이성커플에 한해 비혼출산제도로의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방안이다.
지난 2023년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등도 비혼출산제도인 '생활동반자법'를 발의한 바 있다.
생활동반자법에서는 동성혼을 조장한다는 보수적인 종교시민단체의 거센 반대로 이러한 입법적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김 교수는 '생활동반자법'의 소득세, 4대보험과 주택분양에서 배우자를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이성커플에 한정해 '비혼출산제도' 도입을 주장한 것이다.
김 교수는 "비혼출산, 동거커플의 다양한 가족형태의 존중 인식이 빠르게 확산 되고 있으나 현 상황은 동거 등 다양한 생활공동체에 대한 법제도가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또한 청소년 한부모가족 등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도 저출생 지원대책과 함께 연계해 검토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김 교수가 제시한 주요국의 비혼출산율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혼출산츌이 2020년 기준 2.5%, 합계출산율이 0.84명인데 반해 프랑스의 경우 비혼출산율이 62.2%로 합계출산율이 1.79명으로 나타났다.
노르웨이 역시 58.5%(1.48명), 스웨덴 55.2%(1.66명), 덴마크 54.2%(1.67명) 등의 합계출산율도 높은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주요국의 비혼출산 관련제도를 살펴보면 특히 동거법상 재산관계에 있어서도 각자 자신의 재산을 소유·관리하며 자신의 채무를 단독으로 부담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다만 동거인 공동의 주택과 가재도구로서 공동 사용을 위해 취득한 것은 '공동재산'으로 보고 있다.
또한 동거인 사망으로 인한 재산분할을 인정함으로써 생존 동거인을 보호하고 부채를 공제한 동거재산은 원칙적으로 당사자 간에 균등하게 분배 진행해 오고 있다.
아울러 권리의무에서는 동거관계에서 친자관계는 개별적으로 결정되며 자녀가 출생하는 경우 모가 단독으로 친권을 가질 수 있다. 다만 부모는 세무청이나 사회위원회에 대한 인지신고로 공동양육권을 보유하고, 최근 육아휴직법의 개정으로 이들 나라들은 대부분 동거인도 육아휴직급여 수급도 가능해졌다.
여러 국가에서는 이처럼 비혼 공동체에 대한 법적 포섭을 위해 다양한 방식을 채용하고 있어 김 교수는 "앞으로 프랑스와 같이 동거관계를 국가에 등록하면 그 계약관계를 법적으로 포섭하는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사실상의 관계에 주목해 이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스웨덴과 같은 동거법과 유사한 방식 등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면서 "기타 사실혼의 성립 요건, 재산문제 해소 및 부양의무 등 당사자 간의 권리의무 관계를 현재의 상황에 맞게 재구조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비혼출산제도 도입 입법형태(안)을 ▲1안 : 등록 요건을 생활공동체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방향(민법 개정 등 비혼 동거에 대한 등록제 도입과 세제, 사회보장 등 혜택 부여)
▲2안 : 사실상의 공동생활, 즉 동거에 법률상의 지위를 보장(별도의 특별입법 마련, 재산관계, 부양의무 등 권리의무 관계 규율
▲3안 : 사실혼 제도 활용(민법에는 사실혼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판례에 의해 인정, 국민연금법·주택임대차보호법 등 특별법령에서 법률상 배우자와 동일하게 취급) 등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사실혼제도는 단순한 동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혼인관계라고 할 만한 객관적 실체가 있어야 하는 등 사실혼 관계를 입증해야 하므로 동거 커플을 규율하는데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또 비혼 가구 등 다양한 가족형태의 등장으로 가족개념이 확정되고 있다는 점, 일단 태어난 아이에 대해서는 차별 없는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김 교수는 내다봤다.
그는 "합계출산율과 비혼출산율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존재해 이성간 비혼출산율을 지원하는 법과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법률관계의 명확화를 위해 프랑스식 등록제도를 우선적으로 검토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한부모가족 정책에 대해서도 "주거 안정을 위해 한부모가족 복지시설 입소기간을 5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해 줄 것"과 "저소득 한부모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아동양육비인 2024년 기준 월 21만원을 50만원으로 대폭 인상하고 공공임대주택 보증금 지원금액도 현행 1000만원에서 2000만원 이상으로 확대 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이강호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가 '저출생의 가속과 미래도전과제'를 주제로, 김병일 전 강남대 교수가 비혼출산 대책을 주제로 발제했다.
토론에는 ▲구영훈 전 BNK금융경영연구소장 ▲김준형 KAIST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교수 ▲남영희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저출생연구본부 본부장이 참석하고, 좌장으로는 문미옥 서울여대 명예교수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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