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족의 가치 되찾아야 저출생, 고령화 해결”…베트남 학자의 진단과 처방

2024.09.06 11:18:16

-팜 민 투이 호치민국립정치아카데미 교수 “바나나의 생명력으로 인구 위기 극복”
-도시로 간 젊은이들, 높은 주거비‧교육비로 결혼 엄두 못내…일자리 경쟁에 큰 재교육비 부담
-“가족 재조명할 미디어 역할 막중, 저출생 고령화 극복정책 법제화 추진…한국 잘 극복할 것”

 

 

 

(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베트남에서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관 양쪽에 바나나 나무를 넣어 장례를 치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나나 나뭇잎은 말라서 노랗게 변해도 줄기를 감싸안고 생명 유지기능을 포기하지 않죠. 낙엽이 뿌리로 돌아간다는 의미입니다.”

 

팜 민 투이(Pham Thi Minh Thuy) 호치민 국립정치아카데미-지역정치아카데미 교수가 지난 8월 20일 기자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투이 교수는 베트남 공산당 고위 간부들에게 인간 및 사회윤리 과목을 강의하는 직책을 맡고 있다.

 

투이 교수에 따르면, 베트남은 지난 2023년 4월 인구 1억명을 넘었다. 하지만 도시를 중심으로 저출생 문제가 심각해지고 인구고령화에 직면해 있다. 정치수도 하노이와 최대 경제도시 호치민의 출생률이 급락, 유지해오던 전국 평균 합계출생률 2.0이 무너졌다.

 

베트남 젊은이들 대부분은 자기발전을 위해 부모 품을 떠나 도시로 나간다. 돈을 벌더라도 주택과 결혼, 취업 지원 또는 대학원 등 고등교육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한다. 자동화로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높은 실업률로 ‘괜찮은 일자리’를 둘러싸고 경쟁이 치열하다.

 


취업 자체가 어렵지만, 취업하더라도 일자리를 유지하려고 재교육에 많은 비용을 쓴다고 한다. 시골 지역에는 아직 ‘남아선호사상’도 남아 있다. 부부가 이혼하면 자녀양육은 어머니 몫이 돼, 여성들은 자녀 출산에 더욱 신중해졌다.

 

베트남 정부는 고령화와 저출생 문제 모두 전통적 가족에 대한 인식이 변화된 결과로 본다. 효도와 자녀양육의 중요성을 강조, 미디어를 통한 국민의식개선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특히 출생 자녀의 건강을 위해 가급적 조기에 출산하도록 미디어를 통해 장려한다. 자녀출생 가구에 금전적 지원과 함께 지역별 저출생전략을 세워 추진하는 정책을 법제화할 계획이다. 베트남 정부는 노동력이 부족하면 이주노동자도 적극 받아들인다는 방침이다.

 

베트남 학자는 한국도 저출생 위기를 잘 극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투이 교수는 “한국은 현재 가장 심각한 상황이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적자원의 양과 질과 관련된 획기적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기자에게 전했다. 다음은 투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 베트남 인구가 1억명을 넘었나? 곧 1억 명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 베트남 통계총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4월 중순 베트남 인구 규모가 1억 명에 도달했다. 세계 인구 순위 15위, 아시아에서는 8위, 동남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다음으로 3위를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베트남은 인구 강국이 됐다.

 

— 그런데 왜 베트남 사람들은 요즘 인구에 대해 걱정하나? 도대체 무슨 걱정인가?

 

▲ 베트남에서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인구고령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베트남 노인 수와 비율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 세계 전체적으로 볼 때 국가 전체인구 중 노인 인구 비율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국가 그룹에 속한다.

 

노인 비율이 전체인구 중 10%에서 20%로 증가하는데 프랑스는 115년, 스웨덴은 85년, 호주는 73년, 미국은 69년이 걸렸는데, 베트남은 25년만 있으면 도달한다. 수천만 명의 노인들이 소득을 보장받고 세대 간 조화를 이루는 우호적인 사회 환경에서 건강하게 능력을 개발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

 

— 베트남의 경우 소도시는 여전히 출산율이 높지만 하노이나 호치민 등 대도시에서는 합계출산율이 급락, 전국 합계출산율 2.0이 무너졌다고 들었다. 베트남 정부는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나?

 

▲ 베트남 인구정책을 주도하는 보건부 추정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2.01명이던 베트남의 총 출생률이 2023년 들어 1.95로 떨어졌다. 남동부와 메콩강 삼각주는 비상이 걸린 지역으로, 출생률이 1.5명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다. 호치민시 출생률은 1.27명으로 전국 최저 수준이다.

 

여성 1인당 2.1명의 자녀를 낳는 것이 목표였지만,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인구 당국의 마이 트룽 손(Mai Trung Son) 국장은 “출생률 저하가 세계적 추세이지만, 베트남은 세계보다 빠르며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도시 여성이 1.7명 이상의 자녀를 낳았다면, 지난 2년 동안 출산율은 1.7명 이하로 떨어졌다. 몇 년 전만 해도 출생률이 2.4명에 육박했던 농촌 지역의 경우 2023년 2.1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베트남 정부는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많은 해결책을 제안했다.

 

— 도시에서 더욱 심각하지만, 지방도 저출생 비상이라는 점은 몰랐다. 빠른 도시화로, 출생률 감소는 물론이고 인구감소까지 불러오는 것 아닐까?

 

▲ 출생률 시나리오인 통계청 인구예측에 따르면, 베트남의 평균 인구증가율은 2069년까지 0에 도달할 전망이다. 저출생이 현실화되는데 35년밖에 걸리지 않았고, 2069년에는 인구증가율이 마이너스가 된다는 현실에 직면한다는 시나리오다.

 

마이 트룽 손씨는 “베트남이 2.1명을 유지한다면 인구 1억 명을 유지하며 안정을 이루지만, 지금 추세라면 2500년까지 현재 응에안(乂安) 성(省) 인구 수준인 360만 명에 그치고, 2700년이면 전국 인구가 수만 명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 탄 둥(Le Thanh Dung) 보건부 인구총국장은 출생 감소로 이어지는 여러 이유 중 “매우 자연스러운 사회적 이유”도 있다며 했다. 사회경제적 발전과 함께 도시화 과정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발전의 나선이 이어지면서 젊은이들이 쉴 새 없이 몰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 베트남 학계에서 지금까지의 인구정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예상되고 있나?

 

▲ 출생률은 가계에서 볼 때 자녀를 적게 낳거나 많이 낳는 선택이지만, 국가 입장에서는 국가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인구 재생산의 문제다. 장기적으로 낮은 출생률은 인적자원, 특히 젊은 노동자를 감소시켜 사회경제적 발전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낮은 출생률은 노동력 부족을 의미하며, 외동 자녀 세대가 장차 인구고령화에 따른 초고령사회를 부양할 책임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베트남 정부는 출생율이 낮은 지역에서 그동안 출생률을 낮추는 정책을 재검토, 폐지하는 추세다. 가족과 지역사회는 점차 ‘2자녀 장려정책’을 공포하고 시행하고 있다. 자녀출생 관련 각종 상담을 지원하는 한편 결혼 및 가족 서비스 제공, 임신 및 출산 관련 여성 지원, ‘2자녀 갖기 운동’ 지원 등을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보건부는 지난해 ‘베트남 인구의 날(12월 26일)’을 맞아 ‘인구에 관한 2023 국가 행동의 달(National Action Month on Population 2023)’을 시행하면서 “가정의 행복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결혼 전 상담 및 건강 검진에 참여하세요”라는 캠페인을 벌였다.

 

— 베트남도 도시에서 출생률이 유독 낮던데.

 

▲ 대도시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것은 자녀 양육비 증가와 비싼 생계비, 일자리 경쟁 격화 등 때문이다. 자녀 양육비가 매우 많이 들고, 두 명 이상의 자녀가 있으면 양육이 더욱 어렵다. 학비도 비싸다. 젊은이들 대부분은 자기발전을 위해 부모와 함께 살지 않고 도시로 나간다.

 

돈을 벌더라도 주택과 결혼, 취업 지원 또는 대학원 등 고등교육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한다. 자동화로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높은 실업률로 ‘괜찮은 일자리’를 둘러싸고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취업 자체도 어렵지만 취업하더라도 안정적 직업 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재교육에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

 

이밖에 ‘남아선호사상’도 불평등한 부부관계를 심화시켜 출산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 여성이 이혼하면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고, 노령에 따른 건강 악화, 노동시간 부족 등으로 경력이 단절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저출생 문제를 고민하는 나라들은 대부분 가족에 대한 전통적 가치부여가 낮아졌음을 호소한다.

 

▲ 젊은 세대에게 가족의 의무와 어머니의 진정한 행복, 시민의 책임 등에 대해 교육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법으로 강요될 수 없지만, 자발성은 사랑과 헌신에서 나온다.

 

가령 베트남에서는 자녀의 부모 부양 책임, 부모 학대 금지, 부모의 양육 의무 등에 대한 최소한의 수준을 법령으로 정하고 있다. 부모 봉양과 자녀 부양을 위한 물질(금전)적 기준도 어느 정도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법을 초월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은 마음의 평화를 갖고 일할 동기를 부여하며 재능을 기부할 수 있는 인센티브 메커니즘을 갖추는 것이다. 여기에는 성교육과 공동체적 책임, 인종 보호, 문화적 신념 등이 수반돼야 한다.

 

— 교수님은 몇 명의 자녀를 두셨나? 학자로서, 여성으로서, 베트남 젊은이들에게 자녀출생에 대해 어떻게 조언하고 싶은가?

 

▲ 나는 아들과 딸, 2명의 자녀를 낳아 키워왔다. 저는 가급적 조기출산을 권고한다. 이른 나이에 출산하는 것이 남녀 모두의 출산 능력, 건강한 자녀 출생 모두에 좋기 때문이다. 물론 30세 이전에 2명의 아이를 낳으면 산모에게 힘들다. 그래서 35세 이전에 2명의 아이를 낳는 것이 정상이라고 본다. 자녀 수는 2~3명 이상이 좋다고 생각한다.

 

— 베트남 정부는 저출생 극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고, 그 성과는 무엇인가?

 

▲ 베트남 정부는 투자 자원의 한계가 많은 상황에서 저출생 지역의 출생률 증가를 장려하고 있다. 다오 홍 란(Dao Hong Lan) 보건부 장관은 국가적으로 인구노령화에 적응한 경험이 없음을 지적하며 국제사회의 경험과 관련 기술을 공유하는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7월11일 수도 하노이에서 보건부와 UN인구기금(UNFPA)이 ‘세계 인구의 날’ 공약 이행 과정에서 전 세계의 진행 상황을 되돌아보는 국제회의를 열었다. 베트남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인구통계의 맥락에서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우선순위를 논의했다. 성적 건강과 생식 건강 및 권리 등의 주제도 포함됐다.

 

2024년, 베트남은 인구 및 개발에 관한 국제기구의 실행프로그램을 시행한 지 30년 만에 사회경제적 발전을 거뒀다. 기아 퇴치와 빈곤 개선, 최근에는 삶의 질 개선 등 인구 문제에서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

 

같은 기간 지역과 계층 간 사회경제적 지위 격차를 줄이는 불평등 해소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인간개발지수가 세계 다른 나라에 견줘 크게 향상돼 세계평균 수준에 도달했다. 영양실조와 산모사망률, 유아 사망률이 급격히 감소했다. 국민 평균수명은 1993년 65.5세에서 2020년 74.5세로 급격히 증가했다.

 

— 지금과 같은 성공 추세라면, 인구정책의 비전도 밝아 보인다. 실제 그런가?

 

▲ 많은 성과를 달성했지만 현재와 미래의 베트남의 삶과 사회, 지속가능한 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어려움과 과제는 여전히 많다. 2.1명 출생률 목표 유지와 고령화 대응이 대표적인 어려움이다.

 

‘남아선호사상’에 따른 성비 불균형 위험, 조혼과 근친결혼 극복도 더딘 상황이다. 청소년의 임신율은 여전히 ​​높으며, 특히 북부 산악 지역과 중부 고원 지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여전히 가족계획이 필요한 지역도 있다. 오지, 소수민족 지역 주민들의 신장, 체력, 삶의 질은 여전히 ​​도시 및 삼각주 지역에 견줘 한계가 있다.

 

 

 

 

— 그렇다면 구체적인 정책 솔루션은 어떤 것들이 있나?

 

▲ 현재 작성 중인 ‘인구법’ 법안에는 출산율이 낮은 지방자치단체와 도시에서 두 자녀 출산 장려를 위해 4가지 방안이 제시된다.

 

우선 여성이 둘째 아이를 낳으면 일회성으로 금전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유아‧초등학생 수업료 감면과 학습비 지원 같은 게 포함된다. 결혼과 가족에 대한 상담 및 지원 서비스 제공에 참여하는 기관, 조직 및 기업은 보건 분야의 사회화를 장려하는 정책의 수혜를 입을 것이다.

 

부부가 두 자녀를 낳고, 자녀를 잘 돌보고 양육, 가족 간 책임을 분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적합한 환경과 공동체를 구축한다. 자녀를 양육하는 직원 및 기타 조치에 대한 고용주의 사회적 책임을 규제한다.

 

두번째는 ‘국정홍보’다. 응우엔 딘 쿠(Nguyen Dinh Cu) 교수에 따르면, 합계출생율 2.1명 수준으로 되돌리는 솔루션을 찾으려면 정책을 변경하고 보다 유연하게 홍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구정책은 전환이 필요하며, 인구정책이 출산율 감소와 가족계획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언론의 사고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세번째, 출생율 감소 기간의 정책들은 즉각 폐지하고, 출생률 제한이 필요한 지역은 자체 정책을, 출생률 증가가 필요한 지역은 자체 정책을 마련하는 등 지역별 구체적 정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자녀 수 규제와 출생 증가를 법으로 장려해야 한다. 결혼하고 아이를 갖는 것은 법률상 부부로 인정받는 모든 부부의 문제이지만,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체 출산율을 유지하고 지역 간 합리적인 출산율을 보장하여 미래에 베트남의 인구 규모가 영토에 적합하고 연령별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생산가능인구의 안정적인 비율을 유지하면 ‘황금인구’ 구조가 연장될 것이다. 이는 특히 인구고령화 전환을 늦추고, 인구의 질을 개선할 것이다.

 

— 베트남의 저출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면, 외국인에게 베트남 시민권을 부여하고 현 베트남 시민으로 대우하는 것이 가능할까?

 

▲ 꽤 흥미로운 질문이다. 출생률과 무관하게 베트남은 평시는 물론 전시에도 항상 외국인들에 대해 친절하고 우호적이며 문명화된 국가다. 베트남 법률은 베트남 국적을 취득하고 베트남 시민이 되기 위한 조건을 규정한다. 물론 베트남 시민의 책임과 의무도 생긴다. 법률에 규정된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베트남 시민이 될 수 있다.

 

— 현재 지표로 볼 때 한국의 저출생이 지구촌에서 가장 심각하다. 베트남과 일본, 중국 중 한국을 제칠 나라가 있을까?

 

▲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고 개입정책도 달라, 어느 나라가 출생율이 가장 낮을지 확신할 수 없다. 지표상 지금은 한국이 가장 심각한데, 한국 정부가 적절한 정책과 국민의식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은 현재 가장 심각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인적자원의 양과 질과 관련된 획기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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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기자 dipsey@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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