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수십억 상속해도 상속세 0원…기재부, 文때 반대하던 유산취득세 도입

2025.03.12 19:35:18

최상목 기재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 최상목 기재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기획재정부가 현행 상속세 과세표준을 상속인별로 쪼개는 유산취득세 도입을 추진한다고 12일 밝혔다.

 

명목은 고가아파트 내지 지방 다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의 상속세가 과다하다는 이유에서다.

 

배우자 공제의 경우 여야가 주장하는 상속세 폐지는 포함하지 않되, 최저한도만 수정해 10억원까지는 법적상속분을 넘어서도 공제해주도록 했다. 최대한도는 30억원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신 자녀공제를 1인당 5억원으로 설정해 많은 자녀가 있을수록 상속세에서 이익을 보도록 했다. 배우자와 자녀공제를 잘 이용하면 상속세 0원을 만들 수도 있는 셈이다.

 


이번 유산취득세안은 여야 정치권의 상속세 감세안과 맞물려 돌아간다.

 

민주당이 밝힌 기초공제 상향만으로도 연 2만명에 달하는 상속세 대상 상속인 가운데 하위 80~90%가 빠져나갈 수 있다(2024년 국세통계연보). 2023년 기준 12.3조원의 상속세 가운데 1.6~1.7조원이 날아가게 된다.

 

기재부가 추진하는 유산취득세가 들어오면 하위 80~90% 구간 위 상단의 허리라인이 감세혜택을 보게 되며, 기재부 추산으로 0.3~0.4조원의 세수손실이 예상된다.

 

여기까지만 해도 2조원대 감세인데, 대기업 상속인들은 워낙 상속재산이 커서 여기 혜택을 별로 받지 못한다.

 

국민의힘은 대기업 상속인을 위해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까지 손 대면 상속세는 반토막이 날 수 있다.

 

재정 여력이 약화되는 시점에 상속세 감세가 발의된 것도 석연치 않은 모양새다.

 

유산취득세는 2019년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위가 제안했지만, 기재부의 거센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기재부는 내건 이유는 세수 손실이었다.

 

그런데 그 시기 국세수입은 2016년 242.6조원, 2017년 265.4조원, 2018년 293.6조원, 2019년 293.5조원, 2020년 285.5조원, 2021년 344.1조원, 2022년 395.9조원이었다.

 

2019년 정체, 2020년 소폭 감소시기가 있었지만, 중기적으로 상향 추세였는데 기재부가 상속세 감세에 발동을 건 시기 국세수입은 2023년 344.1조원, 2024년 336.5조원으로 큰 폭의 감소를 기록하고 있었다.

 

2023‧2024년은 국세수입성장률이 경제성장률에 역행하는 시기라서 심각한 재정타격이 우려되는 시기였다. 그런데도 상속세 감세를 꺼내 들었다는 건 정치권과 정부 관료들이 위험한 일선을 넘으려 한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 ‘묻고 더블로 가’ 뒤가 없는 감세

 

유산세‧유산취득세든 도입 취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지금 돈이 필요한지, 그 돈을 어떤 형식으로 마련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한국은 저출생 고령화로 누가 뭐라고 해도 돈이 필요한 나라다. 노인 복지를 줄여도 지출 비용 증가 자체를 막을 수 없다.

 

세금 제도를 살필 때는 전체 세수 구조, GDP 대비 세수 규모를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일본과 더불어 영미권 세법을 받아들였는데, 이들 국가들의 공통점은 세금부담이 높지 않은 대신 사회복지 지출도 낮추는 나라들이다.

 

한국은 개인 각자도생 정글 국가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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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b-archive.oecd.org/temp/2024-06-24/63248-expenditure.htm

 

한국의 공공분야 지출 수준은 콜롬비아 미만, 코스타리카 이상의 밑바닥 국가다(출처, OECD Social Expenditure Database(SOCX), 사회복지지출통계). 비슷한 조세체계를 가진 미국(22.7%), 영국(22.1%), 일본(24.9%)과 비교하기가 미안할 정도다.

 

대륙국가들은 세금부담, 특히 직접세나 사회보장기여금 부분의 부담이 높고, 공공분야 지출도 높다.

 

세금 제도 측면에서 한국은 법인을 통해 개인소득을 쌓는 게 아니라 법인소득을 쌓아 개인의 부를 늘리는 식으로 작동하며, 소득세가 낮은 대신 재산세(상속증여세 포함)나 법인세로 세금을 걷는다. 이는 일본도 다소 유사하다.

 

다만, 미국의 경우 소득세가 재산세‧법인세의 두 배 이상인데, 한국은 소득세가 재산세‧법인세의 삼분의 2정도 밖에 안 된다(출처, OECD 조세통계(Revenue Statistics 2023: Tax Revenue Buoyancy in OECD Countries).

 

일본은 상속증여세를 부분적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대신 연금 등 사회보장기여금을 대폭 올렸다. 개인도 부담이 늘어나지만, 기업도 부담이 늘어났다.

 

반면, 한국은 국민연금에 소폭 손을 대려고 하지만, 현 양당 개혁안을 보면 그래봤자 일본의 4분의 3 정도다. 고령화가 가장 심각한 나라의 현주소다.

 

상속세를 줄이면, 무엇으로 비는 부분을 충당할지가 없다. 노령자나 사회취약층, 청년층 복지를 포기해야 한다.

 

앞으로 증세하면 어디다 쓸지, 감세하면 누구를 내버릴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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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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