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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외환거래 92%가 가상자산...관세청 "규제 강화 시급"

관세청-최기상 의원 '초국가범죄와 가상자산' 세미나
5년간 불법 외환거래 92%가 가상자산 활용 통로
정영기 변호사 “스테이블코인 악용 법적 그물망 必”
토론자들 “투명성 확보 및 외국환거래법 개정 시급”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가상자산을 이용한 불법 외환거래가 전체 외환 범죄의 90%를 넘어서며 국가 금융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환치기’ 수법이 지능화되면서 적발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반면, 이를 뒷받침할 법적 규제와 징수 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5일 관세청과 최기상 의원(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이 공동주최한 '초국가범죄와 가상자산' 정책 세미나에서는 가상자산 규제 강화의 시급성을 두고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적발된 불법 외환거래액은 약 15조 원에 달하며, 이 중 92%인 13조 7,000억 원이 가상자산 관련 범죄였다. 특히 2020년 208억 원 수준이었던 가상자산 이용 불법 외환거래액은 2024년 1조 631억 원으로 급증하며 불과 4년 만에 50배가 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정영기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날 발제자로 나서면서 이러한 외환거래 범죄와 관련해 가상자산의 익명성과 신속성이 범죄자들에게 ‘최적의 도구’를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USDT 등)을 이용한 신종 자금세탁을 경고하며, “가상자산은 실질적인 가치 이전 수단임에도 외국환거래법상 정의가 명확지 않아 감시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 단속을 넘어 가상자산을 외환 관리 체계 내로 명확히 포섭하는 제도적 완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가한 토론자들은 가상자산의 '기술적 투명성'을 역으로 활용해 범죄를 차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구민우 체이널시스 코리아 부사장은 “가상자산은 모든 기록이 블록체인 원장(온체인)에 남기 때문에, 이를 '망원경'처럼 조망하면 조직적 자금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홍콩 OTC(장외거래)를 통한 외화 반출과 명품 밀수 후 가상자산 세탁 사례를 언급하며, 온체인 데이터 분석이 외환 심사를 합리화할 보조적 수단으로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신상훈 연세대 객원교수는 “현재 논의되는 스테이블코인 법안은 발행자 규제에만 치중되어 자금세탁방지(AML)나 외국환거래 규제가 빠져 있다”고 우려했다. 스테이블코인은 P2P(개인간 거래) 전송이 가능해 전통 금융보다 자금 세탁 속도가 훨씬 빠르므로, 관련 부대 법령의 조속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조광선 관세청 외환조사과장은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의 부족을 현장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조 과장은 “외국환거래법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 사업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보고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사업자를 통하지 않은 개인 간 이전(비보관용 지갑 등)은 '트래블 룰(가상자산 이전 시 정보 의부 제공)'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이를 추적할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조 과장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관세청의 가상자산 범죄 조사는 주로 사후적인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크게 두 가지 경로로 정보가 입수되는데, 첫째는 수입 신고 내역을 살피다 밀수입 등 의심 징후를 포착해 역추적하는 경우이고, 둘째는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가상자산 사업자의 의심거래보고(STR)나 고액현금거래보고(CTR)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하는 방식이다.

 

조 과장은 "현재 구조는 정보를 받은 뒤 수입·수출 신고 내역과 연결해 다시 영장을 받아 수사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가상자산 사업자가 외국환거래법상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야 관세청이 직접 보고 자료를 받고 실시간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의 가상자산 사업자는 대형 은행 수준의 엄격한 의무를 지고 있어, 현실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소규모 환전' 형태의 가상자산 거래를 제도권으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조 과장은 "과거 달러상들을 '환전 영업자'로 등록시켜 제도권으로 끌어들였듯, 가상자산 사업자도 규모별로 분류해 관리한다면 스테이블코인의 편리함은 살리면서도 불법 자금 흐름은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관세청은 현재 서울세관에 전문 인력을 배치하고 가상자산 전문 분석 프로그램을 도입해 선제적 추적을 진행 중이지만, 이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외국환거래법 개정'을 통한 명확한 보고 의무 부여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이명구 관세청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외환 제도는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이라며, 가상자산 불법 거래가 조세 기반을 잠식하는 행위를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최기상 의원 역시 “낮은 과태료 징수율을 개선하고 관세청의 단속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외국환거래법 개정 등 입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세미나는 가상자산을 범죄의 통로가 아닌 '새로운 관찰의 창'으로 전환하기 위해 외국환거래법의 조속한 개정과 민관 기술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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