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3500억 달러(약 455조 원) 규모의 대미 전략적 투자 사업을 법제화하는 특별법안에 ‘국회 통제’와 ‘통상 리스크 방어막’이 대폭 강화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미국 관세 판결과 같은 급변하는 통상 환경에 대비해 투자 집행을 중단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안전장치와 국회 감시 기능을 강화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는 앞서 지난 11월 김병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원안에 상업적 합리성을 지키기 위한 ‘최대한의 안전장치’를 추가한 것이다.
◇ 455조원 ‘전략투자’ 법적 근거 마련...공사 설립·3조원 자본금
이 법안은 2025년 11월 한미 양국 정부가 서명한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를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 조선, 반도체, 의약품, 핵심광물, 에너지, AI, 양자컴퓨팅 등 7대 핵심 전략 분야에 대한 투자를 법적으로 뒷받침한다.
법안에 따르면 전략적 투자는 대한민국이 미국에 약정한 2000억 달러(대미투자)와 조선 분야에 대한 민간투자·보증 등을 포함하는 1500억 달러(조선협력투자)를 합쳐 총 3500억 달러 규모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전략적 투자 재원 조성과 운용을 전담할 ‘한미전략투자공사’를 3조 원의 법정 자본금으로 20년 이내 한시적으로 설립하고, 정부와 한국은행 등의 위탁자산으로 조성된 ‘한미전략투자기금’을 통해 투자를 집행하게 된다.
투자 공사의 운영을 위한 운영위원회와 사업의 상업적 합리성을 검토할 사업관리위원회도 설치된다.
◇ 美 관세 판결 등 ‘정책 리스크’ 발생 시 즉각 집행 중단
홍기원 의원안의 핵심은 예측 불가능한 미국 내 정책·외교적 변수에 대한 방어막을 명시한 점이다. 원안이 투자 사업의 상업적 합리성만을 강조했다면, 보완된 안은 ‘안전장치’에 방점을 찍었다.
법안은 미국의 관세·수입규제 체계나 관련 법령·판례 등에 중대한 변경이 발생하여 투자 환경이 악화될 경우, 정부가 대미 전략투자의 신규 및 기존 집행을 중단하거나 조정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이는 미 연방대법원의 관세 위헌 판결이나 상호 관세 부과 등 거대 통상 변수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투자 자금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권한을 확보하게 됨을 의미한다. 나아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역시 필요시 투자 중단 또는 시정조치를 정부에 요구할 수 있다.
또한, 미국 내 상황 변화가 투자 정책에 즉각 반영될 수 있도록 외교부 장관과 차관을 각각 운영위원회와 사업관리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으로 포함해 외교적 리스크 관리 기능을 강화했다.
홍기원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대미 투자는 속도를 내고 있지만, 미국 내 상황 변화로 손해가 나면 안 된다는 것이 법안의 기본 취지”라며, “예측 불가능한 변화 속에서도 상업적 합리성을 지키기 위한 최대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국회 차원의 견제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라고 밝혔다.
◇ ‘재정 영향평가서’ 신설…국회 사전보고 의무화
국민 재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규모 해외 투자에 대한 국회의 감시·통제 기능도 대폭 강화된다.
홍 의원안은 ▲국제·통상 환경의 실질적 변경 발생 시 30일 이내 국회 보고 의무와 ▲일정 규모 이상 투자 사업 집행 시 30일 전 국회 사전 보고 의무를 신설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해외투자 영향평가서’ 신설 조항이다. 전략적 투자가 국가 재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그 우려가 있을 경우, 정부가 이를 작성해 국회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투자 집행 전 재정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검증 체계를 갖추게 했다.
홍기원 의원은 “이번 대미 투자는 공정하고 안정된 제도적 기반 위에서 추진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예측 불가능한 변화 속에서도 상업적 합리성을 지키기 위한 최대한의 안전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발의 취지를 설명하며 국회 차원의 관리·감독 강화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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