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차명계좌를 활용해 배우자에게 자금을 이전한 경우 외형상 거래 형태와 관계 없이 채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가 발생했다면 사해행위로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단순한 계좌 명의나 거래 형식보다 자금의 실질 귀속과 경제적 효과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11월 사해행위취소 소송에서 원고(과세당국)와 피고(배우자)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차명계좌를 통해 이뤄진 자금 이전 일부를 사해행위로 인정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채무자가 실질적으로 지배 및 관리하던 차명계좌를 통해 배우자에게 자금을 이전한 행위를 증여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해당 거래가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원고인 과세당국은 채무자가 거액의 조세채무를 부담한 상태에서 차명계좌를 통해 배우자에게 자금을 이전한 것은 사실상 재산 은닉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는 해당 계좌가 본인 명의로 개설된 정상 계좌이며 일부 거래는 채무 변제나 정당한 자금 이동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이에 법원은 우선 해당 계좌에 대해 실질적으로 채무자가 자금을 관리 및 처분해온 점을 인정하며 차명계좌 성격을 인정했다. 계좌 개설 이후 자금 흐름과 사용 방식, 관련 회사 자금 유입 구조 등을 종합할 때 명의와 무관하게 자금의 실질 귀속은 채무자에게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해당 계좌에서 이뤄진 주요 거래를 채무자가 자신의 자금으로 배우자의 채무를 변제하거나 주식을 취득해준 것으로 판단했다. 이는 채무자의 재산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배우자의 재산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므로 실질적으로는 ‘현금 증여’에 해당한다고 봤다.
특히 채무자가 이미 조세채무만으로도 보유 재산을 넘어서는 채무초과 상태였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법원은 이러한 상황에서 이뤄진 자금 이전이 채권자의 권리를 침채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사해의사 역시 별도의 입증 없이도 채권자를 해칠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채무초과 상태에서의 증여는 원칙적으로 사해행위로 평가되며, 수익자인 배우자 또한 이러한 사정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판단해 ‘악의’도 인정했다.
나아가 법원은 원상회복 방식에 대한 기준에 대해 차명계좌 자체의 명의신탁 해소가 아니라, 개별 거래가 현금 증여에 해당하는 이상 원문 반환이 아닌 ‘가액 반환’이 원칙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배우자는 증여 받은 금액 상당과 지연손해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봤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차명계좌를 활용한 자금 이전이라 하더라도, 단순한 명의 구조나 거래 형식만으로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조세채권이 있는 경우에는 자금 흐름의 실질과 경제적 효과를 기준으로 사해행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점도 재확인됐다.
[참고 판례: 서울고등법원-2025-나-205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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