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올해 마지막 달인 12월 들어 반도체 수출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며 역대 12월 1~20일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 수출의 또 다른 축인 승용차는 미국의 관세 압박 등 대외 악재에 부딪혀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이며 품목별 희비가 뚜렷하게 갈렸다.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430억 2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증가했다. 수입액은 392억 1200만달러로 0.7% 늘었으며,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38억 15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023년 6월 이후 이어진 흑자 기조가 연말까지 유지되는 모습이다.
◇ ‘반도체 독주’ 비중 27% 돌파…자동차는 ‘관세 쇼크’ 가시화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의 독주가 두드러졌다.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8% 급증한 116억 47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7.1%로 1년 전보다 6.7%포인트나 치솟았다. 무선통신기기(17.8%)와 컴퓨터주변기기(49.1%) 등 IT 관련 품목도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반면 그동안 수출을 지탱해온 승용차는 12.7% 감소하며 부진에 빠졌다. 특히 최대 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이 1.7% 줄어든 점이 뼈아프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관세 부과 가시화에 따른 심리적 위축과 수요 감소가 실질적인 데이터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밖에도 선박(-21.7%)과 가전제품(-16.2%) 등이 감소세를 보였다.
◇ 美·EU 서구권 수출 동반 하락…中·베트남은 ‘반등’
국가별 수출 지형도 요동치고 있다. 대미 수출액은 78억 69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7% 감소했고, 유럽연합(EU) 수출 역시 14.0% 급락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면 대중국 수출은 반도체 수요 회복 등에 힘입어 6.5% 증가한 85억 7800만달러를 기록하며 미국을 다시 앞질렀다. 베트남(20.4%)과 대만(9.6%), 홍콩(32.8%) 등 아시아권 수출도 일제히 기지개를 켰다.
수입 측면에서는 에너지 가격 하락세가 반영됐다. 원유(3.2%↓), 가스(15.0%↓) 등 주요 에너지 수입액이 8.6% 줄어들며 무역수지 개선에 기여했다. 반면 반도체(11.8%)와 반도체 제조장비(12.0%) 수입은 늘어 국내 IT 설비 투자는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최근 "지난 11월 26일 국회에 대미 투자를 위한 특별법이 발의되면서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기업에 대한 관세 인하 요건이 충족돼 대미 수출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며 "수출이 12월에도 성장 모멘텀을 이어가 경제 회복과 성장의 핵심적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통계는 조업일수(16.5일)가 지난해보다 0.5일 많았던 점을 고려하더라도, 일평균 수출액이 3.6% 증가하는 등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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