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오는 18일 열리는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를 두고 재계 및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주총에서는 이사 선임안 등 단순 안건 처리 외에도 개정 상법에 따른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 향후 주가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올해 사업전략, 주주 권리 확대에 따른 지배구조 방어 전략 등 첨예한 이슈들이 다뤄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18일 오전 9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7기 정기주총을 열고 ▲개정 상법 반영 등에 따른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재무상태표 등 재무제표 승인의 건 ▲김용관 사내이사 선임의 건 ▲허은녕 사외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 승인의 건 등을 처리할 예정이다.
◇ 삼성전자, 주총서 통큰 특별배당 8000원 결정하나
이번 삼성전자 정기주총에서 가장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회사가 주주환원 정책을 어느 규모까지 확대할 것인지 여부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전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3% 증가한 43조600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이어 삼성전자는 올해 1월 29일 2025년 4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을 통해 “2025년 실적 마무리 시점에서 잉여현금흐름(FCF)는 36조5000억원으로 이중 50%는 18조3000억원 수준”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정기배당·추가배당 1조3000억원, 작년 매입한 자사주 8조2000억원 가운데 임직원 매입금 6조6000억원을 소각해 약속한 주주환원 정책을 충실히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다 올해는 삼성전자가 앞서 발표했던 3개년 주주환원 정책(2024~2026년)이 마무리되는 해이기도 하다.
증권가 등에서는 올해 잉여현금흐름까지 더하면 삼성전자가 주주환원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92조원대 규모일 것으로 추산했다. 따라서 오는 18일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삼성전자가 깜짝 특별배당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실제 최근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현금·현금성 자산은 2025년말 125조8000억원에서 2026년말 229조원, 2027년말 297조원으로 각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처럼 매년 늘어나는 현금·현금성 자산은 주주환원 확대, 기존 사업 약점 보완 등 초과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또 “기존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의 종료시점이 도래한데다 회사의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도 지연된 만큼 신규 주주환원 정책이 등장할 시점이 됐다”며 “삼성전자가 선택할 전통적 주주환원 강화 정책은 ▲정규 배당금 상향 ▲특별배당 강화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 등 크게 3가지로 꼽힌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이번 정기주총에서 주당 8000원 이상의 특별배당을 단행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지난 13일 김록호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보고서에서 “2026년 잉여현금흐름을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주주환원에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은 전년 대비 389% 급증한 92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며 “해당 재원을 2025년 배당과 자기주식 취득 비율(배당 58%, 자기주식 42%)로 계산하면 배당금은 전년보다 381% 증가한 8029원, 배당수익률(이달 12일 종가기준)은 4.3%에 달한다. 아울러 앞서 발표한 사업보고서를 통해 알려진 올 상반기 자사주 소각까지 고려하면 배당금은 전년 대비 388% 증가한 8135원, 배당수익률은 4.3%로 동일하다”고 분석했다.
◇ 상법 개정 관련 정관 변경안 처리에 주주 시선 주목
국회가 최근 3차례에 걸쳐 추진한 상법 개정과 관련된 정관 변경안 처리 여부도 삼성전자 정기주총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삼성전자가 오는 18일 정기주총을 통해 처리할 제1호 의안(정관 일부 변경의 건)에는 ▲제1-1호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 ▲제1-2호 개정 상법 반영 ▲제1-3호 이사의 임기 조문 정비 ▲제1-4호 주식소각 조문 정비 등의 안건이 담겨 있다.
이중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에 따른 이사의 임기 조문 정비 안건이 주요 주주들의 논쟁거리가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그간 삼성전자는 정관에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두고 집중투표제 도입을 지연시켜왔다. 하지만 상법 개정으로 인해 자산총액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사에 대한 집중투표제 도입이 의무화되면서 삼성전자 역시 이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집중투표제는 주총에서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에 ‘선임할 이사의 수’를 곱한 만큼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주주는 해당 의결권을 1명의 후보에게 집중하거나 여러 후보에게 원하는 만큼 분산해서 투표할 수 있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그간 소외받던 소액주주들은 연합해 자신들이 지지하는 이사를 이사회에 투입한 뒤 대주주의 독단적인 경영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나 적대적 M&A 세력 또한 경영권 간섭을 위한 이사회 장악 통로로 집중투표제를 활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비하고자 이사의 임기 조문을 정비해 기존 3년 만기인 이사 임기를 ‘3년에서 3년을 초과하지 못하는 것’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법조계 등에서는 ‘이사의 임기 조문 정비안’에 대해 이사의 임기를 정관상 명확히 보장하지 않고 이사 선임시 상법·정관이 정한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정하도록 해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 등이 지지하는 이사가 한 번에 이사회를 장악하는 일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했다.
◇ ‘이사 임기 조문 정비안’ 뜨거운 감자되나…국민연금 및 일부 소액주주 반대 변수
특히 이번 삼성전자 정기주총에서 다뤄질 ‘이사 임기 조문 정비안’은 국민연금과 일부 소액주주 등의 반대가 거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오는 18일 정기주총에서 해당 안건이 처리될지 여부를 두고 재계·업계 내에서 핫이슈가 되고 있다.
우선 5% 이상 주요 주주에 속하는 국민연금이 ‘이사 임기 조문 정비안’에 반대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앞서 지난 12일 국민연금 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제4차 위원회를 열고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부터 상법 개정 취지에 반하는 안건에는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등 적극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시사했다.
그러면서 “상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이 올해 정기주총에 상정한 안건 중에는 정관 변경으로 이사 수 상한이나 감사 정원을 신설·축소하는 등 상법을 우회하는 내용이 담겼다”며 “아울러 지분 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경영상 목적으로 자기주식을 보유 처분하는 근거 규정을 정관에 마련하는 등 일반 주주의 권익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또 “주주가치 제고와 기금 수익성 증대를 위해 올해 정기주총에서는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며 “상법 개정 취지에 반하는 사례가 담긴 안건에는 원칙적으로 반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도 삼성전자의 ‘이사 임기 조문 정비안’에 반대를 권고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회사가 이사별 임기를 분산시켜 특정 주총에서 선임해야 할 이사의 수를 축소할 경우 소수주주가 주주제안과 집중투표제를 활용해 이사를 선임할 가능성이 제한될 수 있다”며 “이는 소수주주의 이사 선임 참여를 확대하고자 2조원 이상 회사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한 상법 개정의 효과를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전자의 ‘이사 임기 조문 정비안’은 이사의 임기 유연화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 효과보다 주주제안과 집중투표제의 실질적 기능을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 ‘반대’를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이사 임기 변경에 대한 정관 수정과 관련해 일부 소액주주들까지 반대표 행사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대 소액주주 연대 플랫폼 ‘액트’는 지난 12일 의결권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를 통해 해당 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액트측은 “삼성전자는 이번 주총에서 이사 임기를 기존 ‘3년’에서 ‘3년 이내’로 변경하는 안을 내놓았다”며 “이는 단어 한 끗 차이 같지만 여기엔 무서운 전략이 숨어 있다. 바로 이사의 임기를 엇갈리게 배치하는 ‘시차임기제’의 도입”이라고 문제삼았다.
뒤이어 “이사진의 임기를 각기 다르게 설정하면 주주들이 한꺼번에 이사진을 교체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이는 결국 소액주주가 자신들이 지지하는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 ‘집중투표제’를 무력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면서 “‘액트’는 주주의 권익을 훼손하는 이 독소조항에 대해 단호히 ‘반대’를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공시한 ‘2025 사업보고서’에 의하면 작년 12월말 기준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지분 7.7%(4억6000만여주)를, 소액주주는 66.04%(39억9148만여주)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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