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국내 최장수 아이스크림 해태 '부라보콘'이 핵심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 상표권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영문 상표 ‘BRAVO’가 현지 선행 상표들에 밀려 등록에 제동이 걸리자, 기존 상표 무효화를 위한 전면적인 법적 다툼에 나선 것이다.
20일 유통업계와 미국 특허상표청(USPTO)에 따르면, 해태아이스는 지난 1월 8일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유통업체 ‘베타 투 마케팅(Beta II Marketing Corp.)’을 상대로 상표 등록 취소 심판을 청구했다. 이 업체가 보유한 ‘브라보 슈퍼마켓’ 상표 중 ‘아이스크림’ 부문 권리를 박탈해 달라는 취지다.
베타 투 마케팅은 1908년 설립된 미 동부 중견 유통 기업 ‘크라스데일 푸즈(Krasdale Foods)’의 핵심 계열사다. 이들이 운영하는 브라보 슈퍼마켓은 미국 내 히스패닉 대상 2위 규모의 대형 체인으로, 다수의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 "서류 조작한 기망 행위" vs "적법한 사용"
핵심 쟁점은 상표의 실제 사용 여부다. 해태 측은 베타 투 마케팅이 해당 상표를 실제 아이스크림 상품에 사용하지 않으면서 부당하게 권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2018년과 2022년 상표 갱신 당시 완전히 동일한 그래픽 이미지를 사용 증거로 제출한 점을 파고들었다. 미국 상표법상 권리를 유지하려면 갱신 시점에도 해당 상표가 부착된 실물 제품을 판매한다는 증명 서류를 내야 한다. 2022년에도 실제로 아이스크림을 팔았다면 매대에 진열된 최신 사진을 제출해야 정상인데, 4년 전 디지털 그래픽 이미지를 그대로 ‘재탕’했다는 것이다.
해태 측은 이를 사실상 상표 사용을 포기했음에도 미 특허상표청을 속인 '기망 행위'로 판단했다. 문서 확인 없이 서명하는 것만으로도 상표가 전격 취소될 수 있는 미국 지식재산권의 법리를 찌른 것이다.
반면 베타 투 마케팅은 지난 2월 6일 답변서를 제출하고 전면 반박했다. 이들은 “아이스크림 상표 사용을 포기한 적이 없고, 상거래상 적법한 사용 증거를 제출했다”며 해태 측이 무리하게 심판을 제기했다고 맞섰다.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이번 분쟁은 장기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BRAVO’ 지각 출원…유사 상표 ‘장애물 치우기’
해태의 잇따른 무효 소송전은 2020년 뒤늦게 이뤄진 상표 출원 탓이다. 당시 특허상표청이 현지 유사 상표와의 혼동 우려를 이유로 등록을 거절하면서, 거대한 선행 상표 장벽을 직접 허물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앞서 해태는 지난 2022년에도 현지 업체인 ‘브라보 팜스 푸즈(Bravo Farms Foods)’를 상대로 상표권 무효 심판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사건은 수년간의 공방 끝에 작년 8월 당사자 간 합의로 간신히 종결됐다. 연달아 두 번째 소송전에 돌입하며 선행 상표 ‘장애물 치우기’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 내달 '통합 빙그레' 출범…55년 정통성 사수 특명
업계에서는 이번 상표권 분쟁이 내달 1일 출범하는 ‘통합 빙그레’의 글로벌 확장 전략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한다.
빙그레는 오는 4월 해태아이스를 완전 흡수합병한다. 통합 법인의 최우선 과제는 단연 해외 영토 확장이다. 이미 빙그레 간판 제품 ‘메로나’는 연간 1800만 개 이상 팔리며 미국 내 한국 아이스크림 판매량의 약 70%를 휩쓸고 있다.
부라보콘은 메로나의 성공 신화를 이을 핵심 브랜드로 꼽힌다. 그러나 월마트 등 미국 대형 마트들은 상표권 분쟁 소지가 있는 제품의 입점을 엄격히 제한한다. 그렇다고 미국 전용 브랜드를 따로 만들 경우 1970년 출시 이후 55년을 이어온 고유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과거 한인 타운 위주의 소규모 수출 탓에 별도의 상표 등록 없이 제품을 공급해 출원이 늦어졌다”며 “현재는 미국 주류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 관련 절차를 밟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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