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황준호 여행작가) 변산 등 빼어난 산과 수려한 바다가 함께 어우러진 부안 일대는 1988년 변산반도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내륙과 바다가 동시에 국가 공원으로 지정된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특히 부안에서 고창까지 이어지는 서해 연안 갯벌은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곳이다. 천연 미네랄과 영양분이 풍부하여 이곳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은 마그네슘이 적고 맛이 쓰지 않아 최상급 소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 천일염으로 담근 젓갈 역시 최상품으로 유명하다.
줄포만에 있는 곰소항과 곰소 염전은 우리나라 대표적 천일염 생산지로 소금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생산된 소금으로 담그는 젓갈시장이 성황이다. 팬데믹 이후 현재는 임시 폐쇄되었지만 불멸의 이순신을 촬영한 전라좌수영세트장과 이산, 왕의 남자 등 유명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인 부안영상테마파크도 재개장을 하면 둘러볼 만하다.
곰소염전_黃河
열병의 시간이
오래된 두통처럼 이어져
실핏줄에 남은
온기마저 사라져 버린 후
황량한 내 가슴에 별 하나가
내려앉았다
묻는다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빙긋 반짝일 뿐
별은 말이 없다
한 톨의 소금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장고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먼바다로부터 들어온 밀물을 저수지에 가두고, 그 물을 증발지로 흘러 보내 며칠 염도를 올린 후 결정지에 이르러 햇볕과 바람이 적당히 들면 마침내 바닷물은 송골송골 알갱이를 드러낸다.
곰소 염전이 있는 부안지역에서는 이미 조선시대 때부터 바닷물을 끓여 소금을 만들던 자염(煮鹽)식 소금을 생산해왔던 곳으로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에 그 기록이 남아있다. 지금의 곰소 염전은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졌다. 방조제 등 곰소만 일대가 간척사업으로 지형이 바뀌며 줄포항을 대신할 곰소항을 조성하며 인근에 염전도 조성하였는데 그 염전이 오늘날 국내 최고 품질의 소금을 생산하는 곰소 염전이다.
곰소 젓갈, 상서 된장, 계암 죽염 등 부안을 대표하는 특산물 역시 곰소 염전의 천일염을 주재료로 쓴다. 염전은 사시사철 둘러볼 수 있으며 특히 해질 무렵 염전으로 떨어지는 낙조는 바다 낙조 못지않게 웅장하며 아름답다.
전라좌수영세트장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촬영을 위해 격포 인근 바닷가에 조성한 세트장으로 촬영을 위한 단순 세트장이 아닌 사실적인 배경을 묘사해 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곳이다.
5000여 평의 터에 동헌, 내아, 군청 등 21개의 건물이 경사지를 따라 자연스럽게 조성되어 있으며 어느 곳에서든 서해를 조망할 수 있어 경관이 아름답다.
부안영상테마파크
국내 최대의 사극 세트장으로 경복궁, 창덕궁, 돈화문 등 한양도성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으며 초가집과 너와집, 그리고 전통 한옥 등은 고증을 거쳐 사실적으로 재현해 놓았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사극 드라마와 영화가 촬영되었다. 팬데믹 이후 현재는 전라좌수영 세트장과 함께 임시 폐쇄 중이나 곧 재개장을 앞두고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이밖에 다양한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누에타운과 청자박물관, 갯벌의 신비를 만끽할 수 있는 줄포자연생태공원, 그리고 세계 최장을 자랑하는 새만금 방조제에 대한 변천사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새만금 홍보관 등도 부안 여행에서 빠뜨리지 말아야 할 곳들이다.
겨울이 지척이다. 풍경소리 따라 고즈넉한 산사 숲길도 걷고, 수만 년 자연이 빗어낸 절경지에서 낙조도 감상하고 쌀쌀한 기운 들면 적당한 식당에 들어가 바지락죽이나 백합죽 한 그릇으로 언 몸을 녹일 수 있는 곳, 그곳이 부안이다. 올겨울, 산과 바다가 한데 어우러진 부안으로의 겨울 여행을 계획해 보기를 권한다.
[프로필] 황준호(필명: 黃河)
•여행작가
•(현)브런치 '황하와 떠나는 달팽이 여행' 작가
•(현)창작집단 '슈가 볼트 크리에이티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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