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황준호 여행작가) ‘가맥’이란 단어는 이제 전주를 대표하는 고유명사가 되었다. 전주는 전주비빔밥, 전주콩나물해장국 등으로 유명한 맛의 고장이다. ‘가맥’은 음식이라기보다는 음주 문화의 한 형태이다. 그래서 ‘전주 가맥’이라고 불러야 그 의미가 제대로 전달된다. 이는 전주가 다른 지역에 비해 독창적이고 다양한 음식 문화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맥은 ‘가게 맥주’의 줄임말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시절, 서민들이 동네 슈퍼에서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사서 가게 옆 평상이나 간이탁자에서 마시던 것이 오늘날의 가맥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러한 풍경은 현재도 슈퍼나 편의점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전주의 가맥집은 여느 지역과는 달리, 가게에서 직접 만든 다양한 안주가 곁들여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업종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는 변변찮은 안주에 술을 마시는 모습이 안쓰러워 간단한 안주를 조리하여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 시초가 되었다.
전주 가맥집의 원조는 전일 슈퍼(전일 갑오)다. 초기에는 슈퍼에서 연탄을 팔며, 갑오징어와 황태포 등을 연탄불에 구워 제공하였다고 한다. 이를 통해 전일 갑오는 오늘날의 황태포를 개발하였고, 그 명성을 얻게 되었다. 전일 슈퍼의 명성에는 독특한 소스도 한몫하였다. 이 양념 소스는 손님들로부터 ‘마약 소스’라 불리며 황태포와 절대적인 콤비를 이룬다. 황태포는 부드럽게 녹아내리며 청양고추가 들어간 양념 소스와 어우러져 사람들을 중독시키는 맛을 낸다.
현재 전주에는 약 300군데의 가맥집이 있다. 가맥집들은 간판에 ‘가맥’이라고 쓰여 있지 않고, 대부분 ‘ㅇㅇ슈퍼’라고 되어 있다. 특히 가맥집마다 특징적인 대표 메뉴를 가지고 있어, 애주가들은 다양한 안주를 골라 먹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영동 슈퍼는 치킨, 슬기 슈퍼는 참치전으로 유명하다. 전주 가맥집의 또 다른 특징은 저렴하다는 점이다. 맥줏값은 술집이나 일반 식당보다 저렴하고, 안주 역시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다. 가맥집은 2차로 들르는 곳이지만, 요즘에는 1차로 가맥집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는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여전히 넉넉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전주의 가맥집들은 애주가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2024년도에는 오는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전주 종합 경기장 일원에서 제10회 가맥 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에는 20여 곳의 대표 가맥집이 참여하고, 하이트 맥주 공장에서 당일 생산한 맥주도 제공한다.
전주의 대표적인 가맥집
전주는 다양한 가맥집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받는 대표적인 가맥집들은 다음과 같다.
▲전일 슈퍼(전일 갑오)
전일 슈퍼는 전주 가맥집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갑오징어와 황태포가 대표 메뉴다. 특히 연탄불에 구운 황태포는 부드럽고 맛있기로 유명하며, 특제 소스가 곁들여져 더욱 중독적인 맛을 자랑한다.
▲영동 슈퍼
영동 슈퍼는 치킨으로 유명한 가맥집이다. 바싹하게 튀겨낸 치킨과 시원한 맥주가 잘 어울리며, 현지인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장소이다. 전주 삼대 가맥집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슬기 슈퍼
슬기 슈퍼는 참치전으로 유명하다. 담백하고 고소한 참치전은 맥주와 함께 먹기에 딱 좋다. 이곳 역시 전주 삼대 가맥집 중 하나로 인기가 많다.
그 외 닭발로 유명한 진미집, 북어포로 널리 알려진 한양슈퍼 등이 있으며 이곳 외에도 전주에는 다양한 가맥집들이 있어 각각 자신만의 독특한 메뉴를 제공하며, 애주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전주를 방문하게 된다면, 여러 가맥집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안주와 맥주의 조합을 즐겨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둘러볼 만한 관광지
전주의 대표적 관광지는 한옥마을이다. 오래전부터 한옥이 밀집되어 있던 곳을 관광지로 개발하여 오늘날 전주를 대표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전주의 관광코스는 한옥마을을 기점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과 전주향교가 한옥마을과 인접해있으며,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전동성당과 먹거리가 풍성한 남부시장도 한옥마을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
이처럼 먹거리와 볼거리가 풍성한 전주를 제대로 여행하려면 최소 1박 2일 정도의 시간적 여유를 가지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전주를 봤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필] 황준호(필명: 黃河)
•여행작가
•(현)브런치 '황하와 떠나는 달팽이 여행' 작가
•(현)스튜디오 팝콘 대표
•(현)마실투어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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