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칼럼] 단풍빛처럼 빨간 흑돼지 국밥 – 남원시 인월 시장식당

2024.07.27 12:35:27

 

(조세금융신문=황준호 여행작가) 내게는 성(姓)이 다른 형이 두 명 있다. 어림잡아 올해 칠순이 넘었을 첫째 형이란 사람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내가 태어나기도 전 이미 서울로 입양 보내졌다고 하니 얼굴 한번 본 적이 없다.

 

네 살 터울 또 다른 형은 면 소재지가 있는 남원시 인월이라는 곳에서 본인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태어나 천덕꾸러기 신세로 유년기를 보내야 했다.

 

외갓집이 인월에서 멀지 않은 산내면 백일리란 곳이다 보니 외갓집을 갈 때마다 인월을 지나야 했는데, 이곳을 지날 때마다 나는 네 살 터울 성(姓)이 다른 형이 저절로 떠올랐고,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형을 생각하면 늘 그의 삶을 안타까워하며 마음 아파했다.

 

술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전국의 유명한 국밥집을 찾아다니는 것이 하나의 취미가 되었다. 언젠가부터는 여행 다닐 때면 필수 코스처럼 국밥집을 일정에 넣고 있다. 인월 전통시장 안에 있는 시장 국밥집도 몇몇 해전 지리산 부근 여행을 계획하며 국밥집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여느 장터 국밥집처럼 순댓국이 기본 메뉴지만, 이 집만의 흑돼지 국밥이라는 시그니쳐 메뉴가 따로 있었다. 돼지국밥 하면 뽀얀 국물의 경상도식 돼지국밥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곳 돼지국밥은 비주얼로는 빨간 육개장에 가깝다.

 

숭덩숭덩 들어간 살코기는 지리산 인근에서 사육하는 흑돼지 앞다릿살을 쓰는데, 잡내 없고 그 맛이 쫄깃하며 깔끔하다. 토렴한 국밥에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고 거기에 곁들여 나오는 부추와 콩나물을 넣고 기호에 따라 청양고추나 고춧가루를 넣어 먹으면 된다.

 

 

빨간 국물은 보기에는 걸쭉하고 텁텁해 보이지만 입에 들어가면 깔끔하고 담백하다. 이곳에서 빨간 돼지국밥을 맛본 사람들 대부분이 국밥에 이끌려 다시 찾는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흑돼지 국밥이 시장식당의 대표메뉴가 된 듯하다.

 

얼마 전, 오랜 친구들과 남원, 함양, 거창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새벽에 출발해 인월까지 한달음에 달려와 일행들과 빨간 흑돼지 국밥 한 그릇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이렇듯 지리산 쪽으로 내려올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어김없이 이곳 인월에 들러 흑돼지 국밥 한 그릇 비워내며, 이곳에서 태어난 나와 성(姓)이 다른 네 살 터울 형을 생각한다.

 

태어난 고향을 지독히도 싫어하는 형, 하여 시장국밥 한 그릇 먹으러 가자는 말 건네기도 늘 조심스럽다. 선선한 갈바람이 불고 첫서리 소식 들리면, 단풍 구경을 핑계로 삼아 형에게 시장국밥 한 그릇 하러 가자고 슬쩍 운이나 띄워봐야겠다.

 

지리산 둘레길 인월구간

 

280여 km에 이르는 지리산 둘레길 가운데 인월 구간은 지리산 북쪽을 걷는 코스로, 지리산과 나란히 펼쳐지는 서룡산, 삼봉산, 법화산 줄기를 따라 걷는다. 인월시장에서 출발하여 중군마을, 배너미재, 수성대, 장항마을을 거쳐 경상남도 함양군 금계마을까지 약 20.5km에 이른다.

 

이 구간은 약 7~8시간이 소요되며, 인월시장에서 전통시장을 즐기고, 중군마을과 장항마을에서 전통 농촌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배너미재와 수성대에서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감상할 수 있으며, 금계마을에서는 다양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백장암

 

백장암(百丈庵)은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대정리에 위치한 실상사의 부속 암자로, 9세기 초 통일신라시대에 홍철 선사에 의해 창건되었다. 임진왜란 때 실상사가 폐허 된 후 약 200년 동안 실상사 승려들이 머물렀던 곳으로, 백장선사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백장암에는 현재 국보 제10호인 백장암 삼층 석탑과 보물 제40호인 백장암 석등이 있으며, 이들은 통일신라 후기의 석조미술을 잘 보여준다. 그동안 백장암은 여러 차례 화재를 겪었으며, 현존하는 건물들은 1679년과 1868년에 각각 재건되었다. 최근에는 대웅전과 산신각 등이 복원되었으며, 전북 유형문화유산 제166호인 백장암 보살좌상이 보존되어 있다.

 

실상사

 

실상사(實相寺)는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사찰로, 828년 신라 흥덕왕 때 증각대사 홍척이 창건했다. 구산선문 중 가장 먼저 세워진 선종 사찰로, 여러 국보와 보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백장암 삼층석탑과 실상사 석등이 유명하다.

 

 

 

사찰 입구에는 조선시대의 돌장승 3기가 서 있으며, 이는 국가민속문화재 제15호로 지정되어 있다. 실상사는 화재와 전란을 겪었지만, 조선시대에 다시 중건되었고, 현재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방문객이 찾고 있다. 실상사 회주인 도법스님은 생명 존중 사상의 실천을 통해 현대인들이 불교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뱀사골

 

 

지리산 뱀사골은 남원시 산내면에 위치한 계곡으로, 지리산 국립공원의 일부다. 이곳은 청정한 자연경관과 맑은 물, 울창한 숲으로 유명하며, 가을 단풍철에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다. 특히 선녀탕을 비롯해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는 오룡대와 뱀사골의 대표적인 간장소(沼) 등이 볼만하고, 반야봉까지 이르는 등산로를 비롯해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있어 자연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안성맞춤인 장소다.

 

[프로필] 황준호(필명: 黃河)

•여행작가

•(현)브런치 '황하와 떠나는 달팽이 여행' 작가

•(현)스튜디오 팝콘 대표

•(현)마실투어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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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호 여행작가 ceo@anitou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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