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축하연에서 ‘가자, 20년!’이 건배사로 선창-재창됐다.
이 전 대표가 주간한 자리인 만큼 그가 주장해온 ‘민주당 20년 집권론’이 축하 인사로 골라진 점이 크게 어색하진 않다.
그런데 건배사를 선창한 사람이 국책은행 수장이라는 점이 논란을 불렀다. 바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다.
이날 이 회장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서울 모처에서 열린 이 전 대표의 전기 만화 발간 축하연에 참석해 자신을 ‘비정치인’이라고 소개했다.
건배사를 맡은 이 회장은 “당 대표를 맡으시며 정말 많은 일을 하시고 씨앗을 뿌리시고 하셨는데 저한테 가장 절실하게 다가온 말 중 하나는 ‘우리가 20년을 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던 것 같다”며 “제가 ‘가자!’라고 말하면 모두가 ‘20년!’으로 답해달라”고 제안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이 전 대표에게 세 번 허리 숙여 인사하고 꽃다발을 건넸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의 은퇴식과도 같은 자리에 현역 금융공공기관장들이 참석한 것을 두고 ‘이 전 대표의 위세’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이 전 대표가 은퇴 후에도 차기 대선 등 주요 정치 현안에서 여권의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도 함께다.
‘정치 금융’이나 ‘관치 금융’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는 지금 국책은행 회장과 감독기관 수장의 나란한 행보를 지켜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당장 야당이 반발하고 있다. “국책은행이 민주당 20년 집권을 돕겠다는 의도인지 의심스럽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내달 국정감사에서 금융당국은 물론 은행권을 향한 ‘사모펀드 책임론’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는 말이다. 남의 잔칫날에 자칫 여권 줄서기로 보일 수 있는 발언으로 오해의 소지를 남기고 다닐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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