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5년간 세수오차 100조원…기재부의 세금 롤러코스터

2022.01.14 15:15:02

2017~2020년 세수오차폭 46.8조, 2021년까지 합쳐면 100조
세금 과소추계 외에도 재정지출 최소화
코로나 19에도 정책동력‧자영업자 보상 ‘갑갑’
나라살림연구소, 예측 실패보다 대응 실패가 더 큰 난국
홍남기, 14조 원포인트 추경 신속 동의…진화 나서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정부의 지난해 세수오차 폭이 무려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가 13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2021년 11월 누적세수는 323.4조원에 달했다.

 

기획재정부가 최초 2021년 연간 예상세수로 전망했던 282.7조원보다 40.7조원이나 어긋난 수치다.

 

기재부는 2021년 연간 세수를 지난 7월 본 예산 대비 약 31조원으로 올려잡았고, 지난해 11월에는 19조원으로 재수정했다. 하지만 12월 예상 세수가 17조원으로 관측되는 만큼 2021년 연간세수는 본 예산에서 약 60조원 빗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2017~2020년까지 46.8조원이 오차가 났으므로 지난해 세수오차를 통으로 더하면 5년간 약 100조원의 세수오차가 난 셈이다.

 

 

◇ 정상범위를 넘어선 2021년 세수추계

 

한해 정부 예산은 기획재정부가 추산하는 예상 세금수입(본 예산) 범위 내에서 짠다.

 

때문에 기재부는 세수오차의 폭이 커지지 않도록 정밀한 모형을 동원해 내년도 예상 세금수입을 추정한다.

 

말 그대로 ‘예상’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가 하든 매년 오차 발생은 불가피하다. 이는 해외 주요국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근의 세수추계도 너무하고 최근의 여론동향도 심각하다.

 

연간 세수추계 오차율과 오차 규모는 아래의 표와 같다.

 

 

위 표의 예산액은 추가경정을 포함한 것으로 연초에 추계하는 본 예산액은 아니다.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경정한 금액이 올라간 것으로 예를 들어 2020년 본 예산은 292.0조원이었다.

 

코로나 상황을 감안해 정부와 국회는 세입예산을 279.7조원으로 고쳤고, 고쳤던 고치지 않았던 세수 오차율을 0%에서 플러스 마이너스 2.1~2.2% 폭에서 결정됐었을 것이다.

 

특별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결정이었고, 별다른 비난도 받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상황은 확연히 다르다.

 

올해 7월 2차 추경 당시 예산안은 314.3조원이었는데, 만일 예상대로 2021년도 연간 세수가 340조원 정도가 걷힌다면, 세수오차율은 8~9% 안팎에서 나오게 된다.

 

그럼에도 지난해 세수추계가 비판받는 것은 지난해 7월 31조원이나 고쳐잡았기 때문인데 연초 본 예산 대비 50~60조원의 오차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는 세수오차율에 10%p 정도의 가산요인이 되고, 결국 20%대 세수오차라는 계산마저 나오고 있다.

 

 

◇ 반복된 급제동, 급가속

 

위 표에서는 하나의 패턴을 발견할 수 있는데 2013~2014년 이후 2015년 동향과 2017~2018년 이후 2019년 동향이다.

 

2013~2014년은 정부가 실제 들어올 돈보다 너무 많이 추계한 상황이었다. 언론에서 연일 세수펑크라고 비판했고, 2012년까지 치면 3년 연속 과다 추계상황이었다.

 

이 시기 여당(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기재부에서 과다 추계된 돈으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을 하겠다고는 했지만, 실제 당시 경제성장률을 주도한건 부동상 대출완화로 인한 건설경기 부양이었다. 빛 내서 집사라는 구호가 정부에서 나왔다.

 

하지만 3년 연속 과다 추계에 대한 언론의 비판이 계속되자 여당에서조차 세수추계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외쳤고, 다음해인 2015년 기재부가 1% 대에서 세수오차를 관리했다. 그 다음에는 또 다시 4~5% 세수오차가 발생했지만, 최소한 1년간은 잘 맞춘 셈이다.

 

 

2017~2018년 이후 2019년 동향은 기재부가 과소 추계된 돈으로 돈을 써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정권 초기 가장 강력히 정책동력을 가동해야 했을 시기의 과소추계는 현 정부의 정책동력을 제한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오죽하면 여당 내 고위 인사가 ‘기재부가 집권 초기 정부를 레임덕 정부처럼 대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세수추계에 대해 따끔한 한 마디를 내놓자 기재부는 TF를 구성해가며 2019년 0%대의 세수오차율을 기록했다. 오죽하면 공무원들조차도 이렇게 잘 맞춘 적은 처음이라고 자평할 정도였다. 그러나 유효기간은 2013~2014년 때와 마찬가지로 딱 1년 뿐이었다.

 

 

◇ 의심받는 기재부의 의도

 

상황이 이러다 보니 민주당에서는 기재부의 고의성을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윤호중 원내대표가 국정조사감이라고 비판했고, 이번에는 노웅래 민주연구원장까지 가세해 무능론과 책임론을 같이 제기했다.

 

특히 코로나 19 상황에서 홍남기 부총리가 재정안정성을 말하며 재정소요를 최소한으로 억제하려 했기에 자영업자 손실보상에 뜨뜻미지근한 대증처방으로 버텨갈 수 밖에 없었다.

 

기재부의 오랜 장기이기도 한데 민간 지원 방식을 현금성 지원이 아닌 채무형 지원 즉 돈을 빌려줘서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다.

 

무조건 나쁜 방식은 아니고 잘 쓰면 민간도 살리고 정부 재원도 아끼는 방식이지만, 코로나 19 사태에는 맞지 않았다.

 

어느 나라 할 것없이 민간 대면 소비 자체를 억지로 억지로 누르지 않으면 확산세를 통제할 수 없었고, 이러한 방역 상황은 초유의 상황이었다. 뭐든 실효적 대책을 조기 실행해 700만 자영업자들의 붕괴를 막아야 했는데 홍남기 기재부는 적극적인 지원책보다는 여전히 과거 채무성 지원으로 버티려 했다. 그러면서 재정준칙을 만들어 돈줄을 묶겠다고 했다.

 

그러자 민주당 내에서도 목소리가 올라갔다. 내 재정 ‘장인’들이 고의로 오차를 냈다고 의도를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2021년도 세수오차는 기록상으로야 10% 내에서 관리되겠지만, 본예산 대비 20%란 흔적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기재부의 실력과 경험을 감안할 때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의 오차라는 점도 함께 말이다.

 

경제 부총리(기획‧책임)와 기재부 세제실장(실무‧총괄) 모두 책임론의 표적이 되고 있으며, 기재부에서는 ‘송구스럽다’는 말 외에 별달리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 韓 경제성장률 너무 올랐나 ‘우려’

 

기재부에 대해 이해 가는 영역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약 3% 후반~4% 정도로 관측되는데 좀 높은 감이 있다.

 

코로나 19로 각국의 공급망이 타격을 받은 가운데 방역체계로 정상가동되는 한국 기업들에 대한 신뢰성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쏠린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외국 바이어가 발주한 물건을 납기에 맞춰줄 수 있는 기업들이 주로 한국기업이었다는 뜻이며, 역대 최고 6400억불 수출 실적의 주요 원인이다.

 

한국은 코로나 19 상황에서 2020년 경제성장률의 하락폭이 그리 크지 않았기에 상승폭이 지나치게 크면 경제 실질보다 지표상 수치가 과도하게 잡히는 것은 지양해야 했고, 기재부와 유관 기관들이 중립-부정으로 경제전망을 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 정부 재정집행은 서비스…기업과는 정반대

 

다만, 정부 재정 편성에 있어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재정은 번 만큼 쓰는 것이 기본이지만, 실제로는 필요한 만큼 쓴다가 보다 ‘핵심’이다.

 

돈 버는 것이 목적이 기업과 달리 정부는 국민에 대한 헌신적인 서비스 기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헌법 만들고 납세를 하는 유일무이한 이유다.

 

기업은 어려울 때 긴축재정을 꾸리고, 경기가 좋을 때 돈을 풀어 투자를 하지만, 정부는 정반대로 움직인다.

 

정부는 국민이 어려울 때는 빚 내더라도 쓰고(확장재정), 국민이 잘 나갈 때는 세금을 아무리 많이 거둬도 세금을 축적한다(긴축재정).

 

정부재정의 잣대는 ‘내년 경제가 어떻고, 세수가 얼마냐’가 아니라 오직 하나 ‘국민들이 힘드나, 아니면 힘들지 않느냐’뿐이다.

 

그리고 지난해는 자동차, 치비 등 대형 내구재 소비들은 행복한 한해였지만, 700만 자영업자 상당수가 처한 대면업종 등은 강화된 방역조치로 우울하고 씁쓸한 한해였다.

 

민주당이 기재부를 지탄하는 것은 국민 경제가 위태로울 때 기재부가 소극적인 정책을 사용했기 때문이며, 세수오차는 그 중 하나에 불과하다.

 

정부 재정은 기업처럼 돈 벌고 축적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헌법에 따라 국민에게 헌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정부 재정은 기업과 정반대로 움직인다.

 

정부도 부채나 채무를 관리해야 하기는 하지만, 정권색과 무관하게 ‘언제 돈을 쓸 건가 말 것인가’에 대한 분석력과 실행력이 정책부서에 우선된다.

 

 

그나마 홍남기 부총리와 정부가 14일 직접적이며 즉각적인 자영업자 손실보상안으로 선회한 것은 긍정적이다. 이날 정부는 코로나 19 시기 매출이 감소한 자영업자에 대해 조건없이 300만원을 즉각 지급하기로 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예측보다 중요한 것은 대응이며, 예측 실패보다 더 큰 잘못은 대응 실패”라며 “예측 실패는 변화된 경제환경 등의 변명의 여지가 있으나, 대응 실패는 정책적,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다. 초과세수에 맞춰 정부의 지출규모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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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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