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쏟아붓던 해외자회사 기습 청산…회삿돈, 사주 비밀계좌에 은닉

2022.02.22 12:00:00

서류 몇 장으로 위장된 국제거래, 부의 세습창구로 전락
실질적 영업하면서 서류로만 단순지원…번 돈은 세금없이 본사송금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해외거래를 통한 탈세는 부자 중 부자들만 사용하는 수법이다.

 

벌어들이는 돈이 많으니 숨겨야 하는 돈의 규모도 크고, 굴리는 돈이 크다보니 사용되는 수법도 복잡하며, 여기에 들이는 전문가 수수료도 만만치 않다.

 

다국적기업들은 각국에서 돈도 벌고, 탈세도 하고 싶다는 이유로 위장사업체 운영, 고정사업장 회피 등이 횡행하고 있다.

 

이들의 목적은 영원한 탈세이지만, 전 세계 세무당국의 과세공조에 불을 당겼고, 국내 세무당국도 각종 과세인프라를 강화해 대응하고 있다.

 


국세청이 22일 공개한 역외탈세 수법을 들여다봤다.

 

 

사주ㅇㅇㅇ는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가진 대재산가로 국내 유명 소프트웨어 제작‧개발 기업인 甲법인의 지배주주다.

 

그는 해외비자금 조성을 위해 甲법인의 직원 명의로 조세회피처에 자신이 지배‧관리하는 꼭두각시 법인을 세웠고, 甲법인은 사주의 지시에 따라 컨설팅비용 등의 명목으로 현지법인에 고액을 송금하여 조세회피처에 비자금을 만들었다.

 

또한, 현지법인에 고액의 법인자금을 빌려준 후 현지법인을 임의 청산하여 甲법인에 손실을 발생시킨 후 자금은 해외에 은닉했다. 은닉한 비자금은 해외계좌에서 고액 해외주식 취득 등 사주 개인자산을 불리는 데 쓰였다.

 

 

ㅇㅇㅇ는 현지법인을 탈세통로로 하여 자녀에게 고가아파트 취득자금을 증여한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ㅇㅇㅇ는 국내 유수 식품기업 창업주의 2세로 국내외 다수의 부동산과 법인을 소유하고 있는 전형적인 금수저 사주다.

 

그는 해외 거주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현지에 아무런 사업기능 없는 명목상의 현지법인을 세우고 내부거래를 통해 현지법인에 이익을 유보시킨 후 이를 편취, 현지에서 다수의 부동산을 취득‧양도하여 거액의 양도차익을 남겼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은 현지에서 자녀에게 현금 증여했고, 이 증여된 돈은 비밀계좌로 관리했다.

 

자녀는 현지 유명학군의 고가 아파트를 자가로 구입해 살면서 고액의 교육비를 지출하는 등 교육대물림과 재산증식을 누렸다.

 

당연하게도 사주와 자녀는 해외부동산 양도 및 현금수증, 해외금융계좌 보유 등에 대해 아무런 세금신고를 하지 않았다.

 

 

ㅇㅇㅇ는 국내 지명도 있는 식음료기업의 사주로 서울 등지에 다수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자산가이며, 자녀 △△△은 해외 현지에서 식료품 기업을 운영 중이다.

 

ㅇㅇㅇ은 해외에 이름뿐인 현지법인을 설립한 후 설립‧운영비 명목으로 자금을 계속 보내고, △△△가 받아 현지 사업자금으로 운영했다.

 

자녀 △△△은 기업 운영비 등 사업자금으로 사용하고 남은 자금으로 현지에서 고가 자가주택을 사들였고, ㅇㅇㅇ은 배우자 및 친인척 명의로 해외 자녀에 개인 이전거래 등의 명목으로 수년에 걸쳐 사업자금을 송금하고 증여세 신고, 납부를 회피했다.

 

 

다국적기업들도 회사이익을 부풀리기 위해서 세법을 뭉개는 일은 서슴치 않았다.

 

글로벌 장비업체 D사는 형식적으로 국내 고객사와 제품(장비) 및 솔루션을 직접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자회사는 제품을 구매한 국내 고객사에 대해 단순 판매지원용역(사용설명, 통상적 A/S 등)만 제공하는 것으로 거래구조를 설계했다.

 

하지만 이는 서류상의 설계였을 뿐 내실은 훌륭한 고정사업장(단순지원이 아닌 온전히 영업, 사업활동을 하는 법인)이었다.

 

D사는 모회사 임원을 파견하여 자회사를 통해 고객관리, 판매, A/S, 리스크 관리 등 중요한 역할을 모두 수행했다. 그리고는 거래관련 대부분의 소득을 국외 모회사로 넘겨주어 한국 내 납세의무를 회피했다.

 

 

글로벌 건설기업 E사는 국내 고정사업장을 은폐하기 위해 계약 쪼개기(단계별 분할수주 계약)수법을 사용했다.

 

국내에서 6개월 이상 장기간 공사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하나의 건설 건을 업체 이름만 여러 개 동원해 공사계약을 쪼개는 수법으로 핵심기능을 은폐하고 고정사업장을 회피했다.

 

E사는 국내 고객사와 건설용역(제조공정시스템설치등)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에 다수의 임직원을 파견했다.

 

그리고 파견 임직원을 통하여 국내 건설사업(현장)을 관리‧통제하면서 실질적으로 국내에서 건설용역을 제공했다.

 

하지만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설계‧제작, 설치, 감독, A/S 등 거래단계별로 사업 활동을 쪼개어 계약을 맺었다. 당연히 국내 미등록 사업장에서 벌어들인 돈에 대한 법인세는 내지 않았다.

 

 

내국법인 乙은 반도체 집적회로 등을 설계‧제작하는 IT기업으로 해외에 다수의 현지공장을 두고 있다.

 

乙법인은 중국에 현지법인 F사를 설립하면서 조세회피처 법인을 끼워넣어 F사를 간접 지배하는 형식으로 투자구조를 복잡하게 설계했다. 이 회사에 거액의 회삿돈을 유출해 횡령, 탈세범죄를 통한 거액의 부를 착복하기 위해서다.

 

乙은 해외에 거액의 비자금을 만들기 위해 해외에 돈이 쌓여가는 현지법인을 위장 청산하고, 이 회사에 쏟아부은 투자액과 빌려준 돈을 각각 손실처리‧채권임의 포기했다. 한 마디로 해외 회사에 돈을 퍼붓다가 갑자기 해외 회사를 폐업해놓고는 그동안 퍼부은 돈은 회수를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乙법인은 현지법인 G사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채권채무 재조정을 실시하면서 임의로 채권을 포기했다. 공중분해된 회사의 돈은 사주일가의 비밀계좌로 숨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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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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