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주가조작이나 지배주주의 변칙적인 자본거래, 불법적인 사익편취 행위 등에 대해 단호한 대응을 이어 나가겠다(7월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서민들의 절박한 상황을 이용하는 민생침해 탈세와 주가 조작과 같은 자본시장 교란행위, 그리고 국부를 유출하는 지능적 역외탈세 등에는 조세정의 구현을 위해 더욱 철저히 대응하겠다(7월 23일 임광현 국세청장 취임사).”
국세청(청장 임광현)이 소액주주를 먹잇감으로 삼은 ▲주가조작 목적의 허위공시 기업 ▲먹튀 전문 기업사냥꾼 ▲상장기업 사유화로 사익편취한 지배주주 등 총 27개 기업 및 관련 인에 대한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9일 밝혔다.
임광현 국세청장 취임 후 첫 세무조사 발표로 임 국세청장은 국회 청문회 과정 및 취임사에서 주가조작 세력에 대한 엄단을 공언한 바 있다.
◇ ‘무늬만 신사업’ 허위 공시로 시세조종
첫 번째 유형은 가짜 호재성 정보를 공시에 올려 주가를 띄운 후 주식을 대량 매도하여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린 시세조종 세력 9개 기업이다.
공시는 주가 시장의 신뢰를 형성하는 가장 기초적 정보지만, 이들은 신약 개발, 2차전지 등 사업에 진출하거나 대규모 수주 계약을 체결할 것처럼 허위로 공시하는 수법으로 평균 64일 만에 400% 가량 주가를 올렸다.
실체 없는 허위 공시라는 것이 밝혀진 후엔 이미 조작단은 주식을 팔고 떠난 후였으며, 고점에서 매집한 소액주주들은 주가폭락으로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떠안게 됐다.
주가조작단에는 대주주가 포함돼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국세청에 따르면, 이들 일당은 조합원 정보가 노출되지 않는 ‘투자조합’을 설립해 친인척이나 지인 명의로 주식을 분산 취득한 후, 취득한 주식을 팔아치우며 대주주 양도세도 회피했다.

◇ 흡혈 기업사냥꾼, 순자산 많은 회사 사서 이익 빼먹고 파산신청
사모펀드 등 기업 사냥꾼 세력은 인수 당시 인수회사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수법으로 자기 돈을 거의 안 들이고 회사를 인수한다.
이런 세력들이 먹잇감으로 삼는 기업은 매출 대비 순이익이 낮아 인수 대금(가치 평가)을 낮게 칠 수 있는 대신 부동산 등 순자산이 많아서 쉽게 현금화를 시킬 수 있는 곳이다.
인수 후에는 횡령으로 빼먹거나, 알짜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거나, 알짜 자산을 팔아치우고 배당받거나, 경영자문 대가를 지급한 것으로 위장하여 세금을 탈루하거나, 자신들이 차명으로 보유한 회사에 투자 명목으로 돈을 보내 빼돌린다.
또한, 일상다반사처럼 회삿돈으로 고가 수입차와 명품을 구매하고 특급호텔과 골프장을 마음껏 이용하며 호화 사치 생활을 누리기도 한다.
이렇게 자산이 빨린 기업은 빚으로 인해 주식거래가 정지 또는 상장폐지되거나, 거래가 재개돼도 주가가 인수 전 대비 86% 하락하는 등 치명타를 입는다.
기업사냥 세력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타인 명의로 회사를 인수하거나, 처벌받은 후에도 또다시 돌아와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다닌다.
한편, 한국 사법부는 사기나 이런 상대가 대형 법무법인, 고위 전관 판사나 전관 검사를 변호사로 쓰면 경제범죄의 경우 책임소재가 다소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 경영하다가 실패할 수도 있다는 등의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다는 인식이 있다.
2024년 7월 4일 한국경제 ‘"감옥 가도 남는 장사"…50억 횡령에 고작 징역 3년’ 보도에 따르면, 5년간 선고 평균 형량을 분석한 결과, 50억원을 횡령해도 평균 형량이 4년(3년 11개월)에도 못 미치고, 그마저도 형사공탁이나 처벌불원서 등 각종 수법을 통해 감형을 받으면 받았지, 고액 횡령으로 가중처벌 받은 사례는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급이 올라갈수록 감형이 이뤄지고, 감형이 이뤄질수록 전관 변호사들의 보수도 늘어나고, 이러한 전관 변호사들의 몸값은 올라간다.
현직 판검사가 은퇴하면 정당한 법적 권리행사 등을 명분으로 전관 변호사가 되는데, 용한 변호사의 몸값은 적지 않고, 비싼 사건만 수임받으며, 일반 사람들 사건은 아예 취급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 ‘주요국 같으면 감옥행…한국에선 코리안스타일’
미공개 정보 이용해 폭리 취한 대주주 일가
상장사 대주주들은 자신들이 지배하는 회사의 호실적 발표 전, 자녀회사가 주식을 사서 실적 발표 후 주가가 오르면 팔아버리는 수법을 사용하곤 한다.
이는 단순히 소액주주 이익 침해가 아니라 미공개 정보 이용 수법을 사용한 범죄이며, 주요국 같으면 대주주도 감옥살이해야 하는 자본주의 중대 범죄 중 하나다.
하지만 한국 사법부나 행정부는 모른 척 인지 무능인지 있으나 마나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대주주들은 이러한 빈틈을 이용해 불공정 합병, 일감몰아주기 등 탈법적 수법으로 세금 없이 자녀 경영권 승계를 획책하기도 한다.
자녀 회사(필수 용역‧재화를 공급하는 업무를 따가는 기생충 회사) 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리고, 부친 회사(주력 회사)의 가치를 저평가해 헐값에 주력 회사를 인수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번 조사 대상자들의 자녀들은 증여받은 재산가액의 약 92%를 축소 신고, 증여세를 탈루한 것으로 나타났다.

◇ 국세청, 주가조작 세무조사 공시 추진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에서 불공정거래 탈세 혐의자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계좌 추적, 문서복원·거짓문서 감정 등 디지털 포렌식을 철저히 하고, 외환 자료, FIU 및 수사기관 정보를 적극 활용해 자금 원천, 거래흐름 및 자금 유출 과정 전반을 꼼꼼히 확인하는 한편, 다른 사람 이름으로 재산을 숨겨 놓고 사치 생활을 누리며 납세의무를 회피한 최종 귀속자는 끝까지 찾아내어 세금을 추징하겠다고 밝혔다.
조사대상자가 고의로 재산을 처분할 우려가 있는 경우 가압류하고 조세포탈,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등 조세범칙 행위 적발 시 수사기관에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주식시장에서의 불공정 탈세행위 등을 모든 투자자들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도록 해당 내용을 공시하는 방안 등도 관계기관(금융위)과 협의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국세기본법 제81조의13에 따라 피조사자 정보를 내놓지 않는데, 몇몇 주요국의 경우는 납세자 정보를 일정 부분 공개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은 그런 법이 없고, 국회에서도 해당 조항을 개정할 움직임은 없지만,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1조 주요사항보고서 제출에 따른 공시규정이 있으니 이를 준용하면, 투자자 위험 정보에 대한 공시가 가능하긴 하다.
자본시장법 제161조 제1항 제10호에는 ‘그 밖에 그 법인의 경영·재산 등에 관하여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으로써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실이 발생한 때’가 명시돼 있고,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1조 제3항 제7호에서는 금융위원회 고시로 ‘그 밖에 그 법인의 경영ㆍ재산 등에 관하여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한 마디로 금융위가 특정 세무조사의 경우 주요사항보고서로 공시하라고 고시를 바꾸면, 어떤 기업들이 어떤 혐의로 조사받는지 알 수도 있다.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은 “국세청은 자체 정보수집을 강화하는 한편, 수사기관 및 금융당국과도 정보를 빈틈없이 공유하며, 향후 주가조작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추가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등 강력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