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전! 세무조사] 진화하는 전환사채의 마법…국세청, 부당행위계산 부인해 세 추징

2022.07.27 07:16:32

— 경영권승계, 대주주 자본이득 분여 등 편법경영에 활용…삼성이 선보여 확산일로
— 국세청, ‘법인세법’상 부당행위로 계산한 거래로 봐 신고내용일체 부인, 세금 추징
— 콜옵션 부여한 CB, 주가하락 유도→주식전환→주가급등 유도→막대한 시세차익

(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법인 대주주가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인 전환사채(CB)를 이용해 수천억원대 차익을 얻거나 편법적으로 경영권을 강화‧승계하는 행위는 지난 2004년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사례 이후 중견기업, 심지어 중소기업들도 꾸준하게 활용하면서 더욱 정교하게 진화되고 있다.

 

법인이 CB를 발행, 자녀가 싼 값에 이를 구입토록 한 뒤 나중에 주식으로 전환될 때 막대한 차익을 얻게 하는 방식이 가장 고전적인 방식이다.

 

최근에는 ‘콜옵션’이 부여된 CB를 발행, 법인 특수관계자에게 무상 양도한 뒤 주가 하락 시점에 주식으로 전환, 법인이 신제품이나 유망한 투자계획 등을 발표해 주가가 급등할 시점에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는 모델로도 진화됐다.

 

주가 하락 때 CB의 주식 전환가액도 내려간다는 점을 노려 낮은 주가에서 콜옵션을 행사토록 하는 게 이 모델의 핵심이다. 

 


국세청은 빅데이터 기법을 동원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올라온 콜옵션부 CB 관련 공시를 전수조사, 대주주 등에게 주가 상승에 따른 콜옵션 전환이익을 무상으로 나눠준 사례를 선별해 세무조사를 벌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 당일 부활시킨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합동수사단에서 재수사를 검토하고 있는 ‘라임·옵티머스 사건’에서도 기업들의 CB를 편법 거래하며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한 정황이 포착됐다.

 

국세청은 특수관계법인이 발행한 CB를 액면가액으로 취득한 후, 다시 다른 특수관계법인에게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해당 CB를 양도하는 식으로 특수관계인에게 이익을 몰아준 법인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인 사례를 CB 관련 세무의 기본 모델로 여긴다.

 

CB를 발행한 A법인, 이 CB를 최초 인수한 B법인, B법인으로부터 이 CB를 다시 사들인 C법인은 모두 법인세법상 특수관계에 있는 자다.

 

B법인은 A법인이 2015년 3월 당시 CB 발행 때 액면가 2169억원에 인수, 2015년 5월에 C법인에게 3243억원에 되팔았다. 당시 정상적인 CB거래가액(시가)은 2690억원으로 추산됐었다. 2개월만에 시가는 521억원 올랐는데, C법인은 이보다도 무려 553억원이나 더 비싸게 CB를 매입한 것이다.

 

국세청은 C법인이 B법인으로부터 시가보다 비싸게 매입한 553억원에 대해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 적용 대상으로 봤다. 국세청은 실제로 세 법인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시가와의 차액에 대해 부당행위계산부인 조항을 적용, 법인세를 추징 과세했다.

 

현행 법인세법 제52조 ①항은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로 법인의 소득에 대한 조세의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키면 해당 법인의 행위 또는 소득금액의 계산(부당행위계산)과 관계없이 그 법인의 각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을 계산한다”고 ‘부당행위계산의 부인’을 정의하고 있다.

 

같은 조 ②항에서는 “건전한 사회 통념 및 상거래 관행과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 간의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가격(요율・이자율・임대료 및 교환비율 등의 시가)을 기준으로 한다”고 ‘부당행위계산의 부인’ 적용 대상과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부당행위계산의 부인’ 규정을 적용할 때 구체적인 부당행위계산의 유형과 시가 산정 등에 필요한 사항은 같은 법 시행령 88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부당행위계산의 유형 등을 정의한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에 따르면 “조세의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를 ▲시가보다 높은 가액으로 자산매입 또는 현물출자, 자산 과대상각 ▲무수익 자산을 매입(또는 현물출자 받기) 또는 해당 자산에 비용 부담 ▲자산을 무상 또는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양도 또는 현물출자 ▲불량자산 차환 또는 불량채권 양수 ▲출연금 대신 부담 등으로 열거하고 있다.

 

같은 조항에서는 특히 자본거래로 소액주주를 제외한 주주인 법인 특수관계인에게 이익을 나눠준 경우 명백히 부당행위계산부인 법리를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특수관계인인 법인간의 합병(분할합병 포함) 때 주식 등을 시가보다 높거나 낮게 평가, 불공정한 비율로 합병한 경우 ▲법인의 자본을 증가시키는 거래 때 CB・신주인수권부사채(Bond with Warrant, BW) 또는 교환사채(Exchangable Bond, EB) 등을 배정・인수받을 수 있는 권리의 전부 또는 일부를 포기하거나 신주를 시가보다 높은 가액으로 인수하는 경우 등이 열거돼 있다. 다만 상장주식 거래에는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다.

 

시행령에는 이밖에도 “법인과 그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에 대해 시가와 거래가액의 차액이 3억원 이상이거나 시가의 5% 상당액 이상인 경우에 한해 ‘부당행위계산 부인’ 조항을 적용한다”고 구체적으로 방법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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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기자 dipsey@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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