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진주세무서, 천공스승과 영달을 위한 베팅(?)…국세청, 또다시 '道' 바람 부나

2022.08.18 18:20:52

-휴지조각된 공무원 중립 지침…대선정국 동안 법사 만났다
-新무속정국 우려 급증, 국세청 본부 12층의 경고
-건진 논란 뒤 윤석열 측근 암투 조짐…측근 수장들 건재
-공중부양 ‘국선도’ 열풍, 앞장 섰던 이현동 전 국세청장
-이현동-대구-영남대-보수정계-무속-다시 이현동, 기묘한 줄사다리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올해 초 대선정국 상황은 가파랐다. 문재인 대통령의 40%대 국정지지율 만큼 55%를 넘긴 정권교체 여론도 꿈쩍하지 않았다. 관가와 기업인들은 윤석열 후보 측근을 찾아 촉각을 바싹 곤두세웠다.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윤석열 후보 곁에는 늘 국민의힘 정치인‧검찰 그리고 도사‧법사‧스승 등 무속인들이 자리했다. 국세청 세무공무원들, 아니 정관계 인사들은 이미 십수년 전부터 또는 그 이전부터 권력자가 믿는 도심(道心)에 베팅한 적이 있다. 진주세무서 1층 민원인 화장실 천공스승 글귀는 그러한 베팅의 흔적이다.

 

 

◇ 징조

 

광복절을 이틀 앞둔 지난 8월 13일.

 

JTBC가 진주세무서 1층 민원인 남자화장실에 걸려있는 천공스승의 글귀를 보도했다. 천공스승은 윤석열 대통령의 과거 멘토 중 하나로 알려진 무속인 이 씨.

 


세무서 화장실에는 유명인의 명언‧어록을 싣는데 천공스승은 세계적 소설 ‘연금술사’의 저자 파울로 코엘류와 나란히 이름이 걸렸다.

 

역사적 위인, 철학가, 예술가도 아닌 무속인의 어구.

 

JTBC 보도 후 진주세무서는 하루 만에 철거 결정을 내렸다. ‘저작권 문제를 우려해 내렸다’는 알송달송한 이유를 댔지만, 그 이후에 답한 ‘더 논란이 될 거 같아서’가 본질적인 이유였다.

 

진주세무서의 상급기관인 부산지방국세청은 아예 외부의 모든 연락을 끊고 있고, 국세청 본부는 별 것 아닌 우연한 해프닝을 과장하고 있다고 반응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JTBC에 따르면 진주세무서에 천공스승 글귀가 실린 것은 올해 2월 대선정국의 일.

 

당시 국무총리실은 모든 공공조직에 정치적 중립의무를 지킬 것을 하달했다. 국세청도 이를 보도자료로 만들어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

 

이 지침은 휴지조각만큼의 가치도 없었다. 정권이 바뀌는 길목이야말로 관료들이 노를 저을 절대절호의 기회였다.

 

건진법사 전 씨의 경우 연민복지재단이란 이름과 함께 이현동 전 국세청장과 그와 함께 한 전직 국세청 직원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대통령실 청사 리모델링 설계·감리, 일각에선 모 대기업 감리도 담당한다는 추정)과 얽혀 있었다. 또한, 국민의힘 대선캠프 산하 네트워크 본부 고문을 꿰차기도 했다.

 

건진법사를 키웠다는 해우스님, 천공스승도 주목 받았다. 이들은 지리산 밑자락에 터를 잡은 영남계 무속인들이었다. 그리고 장제원, 윤한홍, 서일준 등 윤석열 정권을 관리하는 집사와 관리인들도 PK계 인사들이었다.

 

이들 인근의 부산지방국세청은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지난 2월엔 지방국세청장급 전현직 고위직 인사가 국세청장 승진을 위해 무속인 또는 PK계 윤핵관들과 접촉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고, 유력 국세청장 후보가 건진법사의 추천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인물은 최근 천공스승과 접촉한 일로 국세청 본부 12층의 경고를 받았다고도 알려진다. 부산지방국세청 소속 고위직 일부가 법사, 스승에 줄을 섰다는 의구심이 나왔다.

 

진주세무서 천공스승 글귀의 경우 부산지방국세청 성실납세지원국의 모 인사가 추천한 글귀로 알려졌다. 2월 당시 부산지방국세청에서는 정권교체로 지위가 흔들흔들한 고위 간부가 없지 않았었다. 해당 글귀는 진주세무서에 채택됐다.

 

과거의 전적도, 현재의 공적도, 관건이 아니었다. 내 이름 석자가 문고리를 통해 차기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것만이 최우선이었다.

 

“인생이 걸렸는데 안 만날 사람이 어딨나. 지금 내부하고, 기업들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 아는가. 윤핵관, 무속인, 코바나컨텐츠는 다 중간 정거장이다. 대통령 옆에 있는 XXX와 닿는 게 제일 중요하다.” (한 현직 공무원)

 

국세청 본부는 천공스승의 글귀가 지난해 6월 직원 추천을 받아 우연히 선정된 것이고, 글귀 내용 자체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해명하고 있다.

 

국세청은 별 내용이 아니라면서도 JTBC 보도 하루 만에, 그것도 연휴인 일요일에 긴급 철거했다.

 

 

◇ 의혹

 

대선 이후 최근까지 취재과정에서 듣고 정리한 윤석열 대통령 측근 세력의 각 성분은 다음과 같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황 모 동부전력회사 사장‧우모 전기설비업체 사장 등 강원계 세력, 한동훈 법부장관과 이상민 행안장관을 중심으로 한 강남8학군-서울대-검찰 특수통 등 법조계 세력, 장제원 등 PK계 지역 정치인 세력, 대통령실 관료 세력, 코바나컨텐츠 등 김건희 여사 세력. 무속은 김건희 여사 하부로 거론된다.

 

이를 윤석열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리하면 강원계는 오랜 후원자 세력, 검찰과 법조계는 직맥‧학맥 세력, PK계 국민의힘은 대선과정에서 결합한 정치 연합 세력, 대통령실 비서관실은 행정부 장악 과정에서 결성된 관료 세력.

 

마지막은 국적은 바꿔도 가족은 못 바꾼다는 배우자 세력이다.

 

 

그런데 8월 6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건진법사가 흔들리고 있다는 조짐이 포착된다.

 

윤석열 대통령 휴가와 맞물려 건진법사 세무조사 이권개입 의혹이 터지자 그를 밀어내려는 암투가 개시됐다는 것이다. 반대편에는 YS계 정치인사 노 씨가 거론된다.

 

여권에서는 건진법사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굳건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건진법사 세무조사 이권개입 의혹에 대한 대통령실의 대응은 피해자들에게 주의보만 전달하는 것에 그쳤다. 우범지역에 경찰관을 배치하지 않고, 위험 표지판만 달랑 세워둔 꼴이다.

 

윤석열 대통령 측근을 구성하는 각 수장들은 모두 건재했다. 건진법사 위기설에도 불구하고, ‘도(道)’에 대한 우려는 씻기지 않고 있다.

 

 

◇ 도(道)에 빠진 사람들

 

최서원에 이어 건진법사까지 무속 논란이 불거지긴 했지만, 정관계는 이미 도에 빠져 본 적이 있다.

 

상고시대 천기도인이 창시해 9700여년간 맥을 이었다는 국선도.

 

국선도는 대구에서 발원했다. 국선도 도맥(道脈)을 입증하는 사료는 없으며, 일부 국선도인들은 행공을 통한 공중부양 등 생리학‧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한 영역을 주장하기도 한다.

 

국선도는 도력(道力)과는 무관하게 호흡법과 스트레칭을 통한 건강관리 수단으로 인기가 있지만,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정관계에서 좀 더 특별한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

 

국선도의 최대 기여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알려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육영수 여사 별세 전후로 무속과 도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1990년대부터 국선도를 수련했으며, 2004년 한나라당 대표 당시에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국선도 수련 영상을 싣는 등 국선도의 장점을 몸소 설파했다. 그러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무속인 최태민 일가를 측근으로 두는 등 무속에 관심이 많았다.

 

그녀가 정계의 여왕이 되자, 검찰, 경찰, 국세청, 지자체, 군 사관학교와 국회까지 국선도 열풍이 불었다. 2007년에는 아예 법을 바꾸어 학원비 세금공제가 가능한 체육시설에 국선도장을 담기도 했다.

 

여야의 유력 정치인, 기재부 고위 관료, 검사, 고위 경찰간부까지.

 

어디서나 국선도 열풍이었지만, 국세청은 유독 열풍이 셌다. 지금은 인터넷에서 기록이 지워졌지만, 모 국선도 홈페이지에서는 과거 국세청장들과 고위 공무원들이 국선도 도장에 기부금을 냈다는 기록이 게재한 바 있다.

 

국세청에서 국선도 열풍을 주도한 것은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었다.

 

 

건진법사와 관계 있는 연민복지재단 후원자. 악질 정치 사변인 데이비슨-연어 작전의 실행자.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 영향권에 있는 대구 영남대 출신.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국선도를 다닌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한 바 없었지만, 국선도에 다닌 사람들은 국선도를 다녀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직 국세청 고위직 A씨) 우리는 국선도라고 안 불렀어요. 다들 줄선도라고 불렀죠.”

 

“(기자) 왜 줄선도라고 했나요.”

 

“(전직 국세청 고위직 A씨) 권력자한테 줄서기 위해 줄선도. 대통령이나 여당 당수가 국선도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 시간, 주변 시간까지 다 예약되죠. 얼굴 도장 한번 찍으려고.”

 

“(기자) 국회, 검찰, 경찰, 국세청까진 그렇다고 해도 지자체나 사관학교까지 국선도 예약이 차는 건 뭡니까. 거기까지는 너무 멀잖아요.”

 

“(전직 국세청 고위직 A씨)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힘 있는 사람이 국선도 한다는 말이 뭐냐면요. 권력자한테 말문 좀 트려면 같이 도장을 다니는게 최고고, 그게 안 되면 권력자하고 함께 국선도 다니는 사람한테 ‘저도 국선도 합니다’,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거죠. 장관, 차관이 국선도 한다고 하면 그 밑에 국장들도 따라하고, 그 국장한테 붙고 싶은 과장들도… 그렇게 다 하게 되는 거에요.”

또 다른 이는 당시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전직 국세청 고위직 B씨) 아침마다 지방청장들이 나오는 데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은 당연히 국선도장에 다녀야 하죠. 지방청장들이 오기 전에 미리 자리 잡고 있다가 오시면 인사를 해야 하기에 6시, 최소한 6시 반에는 도장에 가야 했죠.”

 

“(기자) 출근시간이 9시인데 힘들지 않았나요?”

 

“(전직 국세청 고위직 B씨) 솔직히 나가기 싫었죠. 더 자고 싶지. 그런데 나왔다, 안 나왔다 하면 청장님께서 뭐라고 생각하시겠어요. 요즘 XXX 안 나오네. 뭔 일 있나. 빈 자리는 다른 사람들이 채우죠. 무슨 잘못을 한 게 아니라 이게 몇 번 되면 점점 눈에서 잊혀지는 거에요. 한 번 나가면 계속하는 거죠.”

 

보수 정치계와 함께 번성했던 국선도도 영원하진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정부 출범이 국선도의 맥을 끊었다.

 

“(기자) 요즘은 국선도 안 하세요?”

 

“(현직 간부 공무원 C씨) 지금은 다들 안 해요. 아침마다 하는 프로그램들도 다 사라졌어요.”

 

“(기자) 그럼 국선도 하시는 분들이 이제 한 명도 없나요?”

 

“(현직 간부 공무원 C씨) 한 명도 없는 건 아니고, 나이 드신 분들 몇 분 남아계세요. 젊은 친구들은 아예 없고. 이 분들은 정말 순수하게 건강상 이유에서. 국선도가 일종의 스트레칭 같은 건데 아침에 하고 나면 몸이 개운해요. 그렇지만 저는 다시 할 생각 없어요.”

 

 

 

◇ 운명

 

“나는 영적인 사람이야. 그런 시간에 난 차라리 책을 읽고, 도사들하고 같이 이야기하면서 ‘삶은 무엇인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지. (중략) 신 받은 사람은 아니지만 난 그런 게 통찰력이 있어요.” (김건희 7시간 녹취록)

 

 

“과거사 문제 역시 제가 늘 강조했던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원칙으로 두고 해결해갈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8월 17일 취임 100일 회견)

 

“일본은 이제,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입니다. 한일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

 

“독립운동은 (중략) 공산 세력에 맞서 자유국가를 건국하는 과정, 자유민주주의의 토대인 경제성장과 산업화를 이루는 과정,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과정을 통해 계속되어왔고 현재도 진행 중인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

 

 

한국은 자유주의 국가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의 믿음 역시 개인의 영역이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오로지 민의에 의해서만 권력을 위임하며 위임받은 사람만이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과거 보수 정계-대구-무속으로 이어졌던 기묘한 줄사다리.

 

이 줄사다리에 있었던 이현동 전 국세청장과 되풀이 되는 정관계-무속 논란. 

 

특정 국선도 도리와 천공스승의 정법은 이런 메시지를 던진다.

 

‘내게 주어진 것을 감사하고, 남 탓하지 말고, 문제가 있다면 비판하되 비판에 빠지지 말아야 하며, 문제의 근원은 나 자신에 있고, 과도한 비판은 스스로를 해할 수 있다.’

 

이는 일반인의 마음가짐이지, 지도자의 마음가짐은 결단코 아니다.

 

지도자는 전인격적 존재가 아니라 오직 국익과 사회 공리를 위해 천사도, 악마도 될 수 있어야 한다. 수 천 가지 상황을 관통하는 하나의 필승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각 상황에 맞는 최적의 방책이 있을 뿐이다.

 

윤핵관-이준석, 역사관, 부익부 정책, 검찰, 인사, 방역, 학제 개편, 수해 대응, 무속, 심기권력, 배우자.

 

많은 논란을 거쳐 윤석열 정부에게 약속된 1825일 가운데 100일이 지났다.

 

앞으로 열 일곱 번의 백 일 동안 우리는 어떤 모습의 윤석열 정부를 마주하게 될 것인가.

 

도라 하는 것은 도가 아니다.

 

도교의 시조, 노자(老子)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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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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