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청약 됐는데 잔금이 끊겼다…신혼부부 집 잃게 만든 대출규제

2026.02.03 16:51:40

6·27 대출 규제로 잔금대출 불가 사례 나와
대출 총량 관리가 실수요자에게 미친 영향은?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정부의 고강도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실수요자의 주거 선택지를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는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분양 잔금을 치르지 못하게 된 한 신혼 가장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가계부채 관리 정책의 의도와 실제 현장에서 나타난 효과 간 괴리가 쟁점으로 부상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신혼부부 가장 A씨가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에 국가와 이재명 대통령을 상대로 20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가 시행한 이른바 ‘6·27 대출 규제’로 인해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던 분양 계약이 파기될 위기에 처했고, 이 과정에서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6월 발표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이다.

 

정부는 당시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원 제한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 구입 목적 대출 금지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금지 등을 골자로 한 대출 규제를 전격 시행했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내로 억제하겠다는 것이 정책 목표였다.

 


문제는 분양대금을 집단대출로 충당하는 과정에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며 발생했다.

 

A씨 부부는 세 자녀를 둔 신혼부부로, 지난해 9월 신혼부부 특별공급 가운데 신생아 우선공급 청약에 당첨돼 18억6000만원 규모의 주택을 분양받았다. 부부는 집단대출을 활용해 계약금과 1·2차 중도금 등 분양대금의 80%를 납부했다.

 

그러나 입주를 앞둔 잔금 단계에서 상황이 급변했다. 통상적인 분양대금 납부 방식상 입주 시점에 중도금 대출 상환분과 잔금액을 합산해 최종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야 하지만, 주담대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면서 대출 실행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A씨의 입주지정일은 오는 26일이며, 이때까지 잔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계약은 무산된다. A씨는 계약이 해지될 경우 위약금 등으로 이미 납부한 자금 상당 부분을 잃게 되고, 향후 청약 자격에도 제한이 생겨 사실상 주택 마련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고 호소하고 있다. 현재 거주 중인 주택 역시 새 세입자가 들어올 예정이라 당장 거처를 잃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A씨는 소장에서 정부의 규제 방식 자체가 실수요자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규제를 전격 시행하면서 향후 실수요자, 서민·취약계층 등을 배려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갈 방침이라고 했지만 이후 더 강력한 규제 이외에 실수요자 등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혼 초기이거나 다자녀를 양육해 일시적으로 소득이 낮은 저소득 신혼 가정까지 대출이 제한되도록 설계된 규제가 주거권 박탈로 이어지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 의문”이라고 되물었다.

 

◇ 가계부채 관리 강화 속 커져가는 실수요자 부담

 

금융당국은 현재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들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감소세로 전환됐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765조8131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8000억원 이상 줄었다. 2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한 가계대출 증가율을 명목 GDP 성장률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권 관리 목표 수립 시 작년보다 한층 강화된 목표를 부여할 것”이라며 “작년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이 1.8%인데 이보다 (관리 목표를) 더 낮게 설정하려고 한다”면서 주담대에 별도의 관리 목표를 두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정책 기조가 유지될 경우 A씨와 유사한 사례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분양 계약 당시에는 가능했던 자금 조달 방식이 입주 시점에는 규제로 막히는 ‘시차 리스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소송은 가계부채 관리라는 정책 목표와 실수요자 주거권 보호 사이에서 국가의 책임 범위를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 가늠하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 효과는 수치로 확인되고 있지만, 규제 적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별 사례에 대한 점검 필요성도 함께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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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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