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세무사고시회 "세법개정안, 세수 전망 타당성 검토 수반돼야"

2019.07.29 11:25:23

혁신성장 지원책 더욱 강화해야...조세제도 합리화는 '큰 진전'

(조세금융신문=이지한 기자) 한국세무사고시회(회장 곽장미)는 지난 25일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대한 논평을 내고 정부 세수 전망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음은 한국세무사고시회가 29일 발표한 2020 세법개정안 논평 전문>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25일 “함께 잘 사는 혁신적 포용국가 기반 구축을 위한 세제 개편”이라는 비전하에 경제활력회복·혁신성장지원,경제·사회의 포용성·공정성 강화, 조세제도합리화·세입기반확충을 기본방향으로 하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하였다.

 

주요 개정내역을 보면 현재 최대의 이슈인 일본의 수출규제를 중장기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첨단 소재 분야 연구에 대한 연구개발에 대한 의지를 볼 수 있고, 어려운 대·내외 경제 환경 극복과 영세민들에 대한 조세 지원 그리고 현 정부 출범시부터 공약했던 지방자치 확대를 위한 제도 등이 포함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법개정에 따른 정부의 세수 전망의 타당성, 촘촘하고 이해 가능한 검토가 수반되어야

 

정부는 금번 세법개정으로 2024년까지 향후 5년간 법인세가 5634억원 감소하며, 소득세는 1046억원 증가하고 부가가치세 및 기타제세가 419억원 감소하여 총 4680억원의 세수 감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 세법개정 당시 정부가 동일한 기준으로 제시한 2조 5343억원에 비해서 상당히 세수 감소 폭이 축소되었으나 그 효과는 누적적인 것이므로 결코 작지 않다.

 

추경도 80일 넘게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자 재정을 통하여 경기를 부양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도도 일면 타당하지만 국회의 예산안 검토 시 세수 전망의 타당성 역시 검토해 보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세 부담의 귀착을 보면 조금 흥미로운 면이 있다. 현 정부에 대해 국민들이 가지는 기대는 대기업에 세수의 증가가 귀착되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일 텐데, 금 번 세법개정안의 세 부담 귀착을 보면 중소기업 2802억원, 서민·중산층 1682억원은 물론 대기업도 2062억원의 세수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조금은 의아해 보인다.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하여 경제활력을 회복하고자 하는 현 정부의 고심이 엿보이는 대목이긴 하지만 공평의 관점에서 선뜻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고소득층에서만 3773억원의 세수 증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재산세제 등의 강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경제성장율 하락을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경제 회복 및 혁신성장 지원책 강화

 

정부는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율을 2020년 한해동안 대기업 2%, 중견기업 5%, 중소기업 10%로 상향하고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의 대상을 확대하였다.

 

또한 신성장·원천기술 R&D 세액공제 비용 대상에 시스템 반도체 및 바이오베터 임상기술을 추가하고 위탁연구기관에 내국법인이 직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외국기관도 추가하였으며 세액공제 이월기간도 10년으로 확대하였다.

 

많은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겠으나 우리는 이미 15년 전에 첨단소재산업에 대한 기술 종속을 우려하여 한일 FTA체결을 하지 않았던 점을 상기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15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물론 세계화의 경제질서 하에서 한국·일본·중국의 국제 분업을 통해 3국이 경제발전을 이루어 왔고, 정치적인 갈등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면에서 3국 간 신뢰관계가 있었다는 점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사드 사태를 통한 중국의 경제보복을 목격했고, 이제 일본의 경제 침략을 마주하고 있다. 이미 지나버린 15년은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의 15년이 이와 같아서야 되겠는가?

 

정치적인 해법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은 각자 갈릴 수 있으나 다른 국가에 의해 국익이 심대하게 침해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해당 분야에 대해서는 더욱 파격적인 조세지원과 다른 측면에서의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경제 활성화에 대한 여러조치들은 늦은 감이 있으나 적절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우선 군산, 거제 등 위기 지역 창업기업의 세액감면 기간을 2년간 확대하여 추가로 50% 세액을 감면하게 되었다.

 

가업상속공제와 관련하여서는 사후관리 기간을 7년으로 완화하면서 중견기업의 고용인원 기준을 100%로 낮추고, 중분류 내 업종변경을 허용하면서 자산 처분이 가능한 사유에 업종변경 등이 추가되었다.

 

상속세의 연부연납 특례 대상도 모든 중견기업까지 확대되고 사전 가업종사 요건이 삭제되는 등 요건이 완화되었다. 탁주 및 맥주에 대한 세율이 종량세로 전환되었는데 이에 따라 국산 맥주 등에 대한 역차별이 완화되면서 맥주 산업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소규모 양조장들의 창업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자금부담 완화를 위한 조치들도 보인다. 감가상각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즉시 비용 계상할 수 있는 소액 수선비의 기준이 6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되었고 수출 중소·중견기업의 수입부가가치세 납부유예도 신청기한이 법인세 신고기한 만료일로부터 3개월로 2개월 연장되는 등 요건이 완화되었다.

 

중소·중견 기업을 위해 물품 적발을 위한 컨테이너 화물 선별 검사에 따른 비용도 기존에 화주가 부담하던 것에서 국가 부담으로 바뀌었다. 또한 수출과정에서 필요한 물품 및 결함으로 1년 내 반품되는 수출물품도 재수입 관세가 면제된다.

 

일자리 지원 등 사회의 포용성 강화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은 포함

 

금번 개정안에는 일자리 지원 등 서민들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확실히 포함되어 있다. 감면이 확대된 조항만 해도 중소기업 청년 등 취업자 소득세 감면 대상업종에 여가 관련 서비스업 등이 추가되었다.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에 대한 세제지원도 경력단절 사유에 결혼 및 자녀교육을 추가하였고 경력단절 기간 후 15년으로 확대되었으며 재취업 요건도 동종업종으로 확대하였다. 청년 내일채움공제도 만기 후 연계 가입 시 중소기업은 소득세의 50%, 중견기업은 소득세의 30%를 감면하도록 개정되었다.

 

근로장려금 최소지급액도 3만원에서 10만원으로 인상되었다. 야간근로수당 등이 비과세되는 생산직 근로자의 총급여 기준도 3000만원으로 상향되었으며 체납액이 5000만원 이하인 영세개인사업자가 2022년까지 사업자등록을 하거나 취업을 하게 되면 가산금을 면제하고 최대 5년에 걸쳐 체납국세를 분할납부 하도록 하였다.

 

이외에도 신용카드소득공제적용기한을 3년 연장하고 제로페이 사용분에 대해 40%의 공제율을 적용하며 음식점 등 영세 사업자들의 의제매입세액공제 특례기한은 2년, 중고자동차 의제매입세액공제는 1년 연장되었다.

 

특히 대손세액공제 적용기한을 공급일로부터 10년으로 확대한 것은 전향적인 일이라고 평가한다. 영세자영업자들의 경우 세법을 잘 모르고 매출채권에 대한 관리도 잘 이뤄지지 않아 대손채권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금 번 개정으로 많은 영세자영업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익성 및 투명성 제고는 필요하나 명분과 실리의 균형점 찾아야

 

금번 개정안에서는 공익법인의 관리에 대해 큰 변화가 있다. 1년의 유예기간이 있기는 하나 전체적으로 지정기부금 단체의 추천 및 사후 관리를 국세청으로 일원화 한 것이다.

 

즉 기존에 비영리법인이 주무관청에 지정신청을 하고 주무관청이 기재부에 추천하던 것을 국세청이 신청을 받고 기재부에 추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의무이행보고서도 주무관청에 제출하던 것을 국세청에 제출하고 지정취소권 역시 국세청이 행사하게 되었다.

 

또한 지정기부금 단체의 지정기간도 이원화하여 신규지정법인은 3년 예비 지정 후 공익성 여부를 검토하여 6년간 재지정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기부금 사용내역 공시 내용이 부실한 기부금 단체에 대해서는 기부금 사용 세부 내역 요구 권한을 신설하고 허위영수증 발급에 대한 가산세를 허위발급금액의 5%로 상향 조정하였다.

 

공익법인의 의무지출도 대상이 자산 5억원 이상 또는 수입금액 3억원 이상인 일반공익법인으로까지 확대되고, 의무공시는 모든 공익법인으로 확대되며 외부감사는 수익금액 50억원 이상 또는 기부금 20억원 이상인 공익법인까지 확대하여 실시하게 되었다.

 

또한 자산규모가 1천억원 이상 또는 외부감사 대상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일정기간 감사인을 자유 선임 후 국세청장이 감사인을 지정하고 감리제도 역시 도입하게 된다.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는 1세대 1주택 비과세 적용대상 부수토지 범위를 수도권의 도시지역은 주택정착면적의 3배로 축소하고, 실거래가가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겸용주택은 주택과 상가를 구분하여 주택부분만 1세대 1주택 비과세하는 것으로 개정된다. 또한 소형주택 임대사업자의 소득세·법인세 감면율도 4년 임대는 20%, 8년임대는 50%로 축소한다.

 

공정과 형평이라는 말은 매우 긍정적으로 들리나 실제로는 매우 모호한 단어이다. 어떤 것이 공정과 형평이냐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매우 일률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개정사항들은 모두 1년에서 3년까지의 유예기간을 담고 있다. 그만큼 실제 적용하기 힘들다는 뜻일 것이다. 당장 공익법인의 공시만 해도 7400개에 달하는 공익법인들에게 신규로 적용되고 외부감사 역시 600개 이상의 법인들이 추가로 대상이 된다.

 

이는 실제 공익법인들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현실을 잘 모르는 조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공익법인들이 자산가들의 조세회피 수단으로 쓰이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많은 공익법인들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사회에 이미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 이러한 영세 공익법인들에게 과도한 협력의무를 지우는 세법의 개정은 옳지 않다고 사료된다.

 

양도소득세 비과세 특례의 개정 역시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겸용주택의 경우 많은 은퇴자들이 저층을 임대하고 2,3층에 거주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현실이고, 소형주택의 임대사업자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너무 명분에만 집착하여 현실을 무시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남은 유예기간 동안 더욱 전향적인 방안을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조세제도 합리화에 있어서는 많은 현실적인 진전 이루어져

 

금번 개정안에 대해서 가장 긍정적인 것은 조세제도 합리화에 있어 큰 진전이 있었다는 점이다.

 

우선 기한 후 신고에 대해서도 경정청구 및 수정신고를 허용하고, 분리과세되는 이자·배당·연금·기타소득에 대해서도 경정정구권을 부여한 것은 전향적인 평가를 할 만하다.

 

이에 따른 무신고가산세도 1개월 이내 50%, 3개월 이내 30%, 6개월 이내 20%로 세분화 되었다. 전자 계산서 지연 전송 기한도 과세기간 말일의 익월 25일까지로 기한이 연장되고, 일용근로소득자 지급명세서는 분기 익월 15일, 상용근로소득자 지급명세서는 반기의 익월 15일까지 확대되었고, 시행에 혼란이 있었던 간이지급명세서도 반기에 지급한 금액을 기준으로 제출하도록 변경되었다.

 

차량운행기록부 없이 손금인정 가능한 업무용 승용차 관련비용도 1500만원으로 확대되었고, 최대주주 보유주식의 상속·증여시 일반기업은 20%, 중소기업은 2%로 할증 평가하게 되었다. 또한 기부금 공제 시 과거 이월분부터 공제하게 하여 공제기간이 연장되게 되었다.

 

특기할 만한 것은 대법원이 특허권에 대해 속지주의를 적용하여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사용료 및 배상금에 대해 과세권을 부인한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하여 특허권 사용료는 사용료 소득으로, 배상금은 기타소득으로 분류함으로써 과세권을 확보할 수 있는 조치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는 마땅히 하였어야 할 일이다.

 

이러한 획기적인 진전에도 불구하고 기한 후 신고 등에 대해서도 공제 감면을 배제하지 않는 개정까지 이루어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현실적으로 확정신고를 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납세자는 대부분 영세 자영업자들임을 감안한다면 일정 규모 이하의 사업자들에 대해서는 기한 후 신고 시에도 공제·감면을 받을 수 있도록 개정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지난 7월 27일 뉴스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WTO에서 개발도상국 혜택을 남발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를 거론했다. 농산물 등에서 혜택을 받고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이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언론에서는 병자호란 때 조선이 명나라에 대한 사대라는 명분으로 다른 의견을 배척함으로써 국난을 자초했다는 예를 들면서 현재 일본에 대한 우리나라의 스탠스를 비판하는 취지의 기사를 읽은 바 있다. 전형적인 식자(識者)의 견강부회(牽强附會)일 것이다.

 

현재의 일본은 병자호란 당시의 청나라보다 국력이 강하지 않으며 우리나라도 당시의 조선과는 다르다. 그러한 비생산적인 논리로 국민의 마음을 우울하게 하기보다는 ‘마음에 들지 않는 정부라 해도 우리 정부이니 우리가 비판하고, 아무리 미운 자식이라고 해도 밖에 나가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온 가족이 함께 항의해야 한다.’라는 일반 국민들의 목소리와 일반적 정서에 관계당국은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방면으로 어려운 시절이다. 정부의 현명한 대처를 기대하면서 국민들의 단합된 힘으로 녹록지 않은 현실을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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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한 기자 lovetown@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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