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윤석열 정부 법무부가 문재인 정부에서 폐지됐던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을 재출범한 가운데, 합수단에 속한 국세청도 대형 금융범죄 사건 조사를 통한 세금 추징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금융범죄에는 대체로 사채 이용, 차명계좌, 주가시세조종, 법인자금 횡령 등이 개별적 또는 복합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국세청은 법인세・소득세・양도세・증여세 등 각종 세금을 줄줄이 추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12일 “윤석열 대통령 계보로 공인회계사 자격을 갖춘 검사 출신 이복현 금융감독원이 지난 6월7일 초대 금융감독원장으로 취임,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합수단에서 주로 주식투자 사기와 주가조작 의혹 혐의자들에 대한 실력발휘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세청도 적잖은 세금 추징 실적이 예상된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합수단은 검사와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국세청 직원 등 총 48명으로 구성됐다.
재출범한 합수단의 ‘1호 사건’은 지난 5월20일 서울남부지검으로부터 배당받은 테라・루나 사건이다.
금융가에서는 또 쌍용차 인수전에 참여한 에디슨EV와 쌍방울 등 기업들의 주식 시세조정과 불공정거래 혐의가 드러나는대로 합수단이 수사를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5000명 이상의 투자자에게 2조원 이상의 피해를 안겼던 라임·옵티머스 재수사도 합수단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국세청은 이런 불공정 자본거래 과정이 대체로 경영권 인수 등을 위한 사채 이용, 부당이득을 목적으로 차명계좌를 통한 주가 시세조종, 법인자금 횡령 등이 복합적으로 등장하는 점에 착안, 과거 세무조사 사례 등을 면밀히 복기하며 합수단 조사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이 주목하는 가장 전형적인 금융범죄 세무조사 사례는 수년 전 사채업자로부터 돈을 꿔 경영권 인수에 나선 상장법인 대주주가 사채 상환과 부당이득 편취를 목적으로 명의대표를 내세워 차명계좌를 통해 주가 시세조종과 법인자금 횡령 등을 적발해 낸 경험이다.
사업가 P씨는 코스닥 등록 A법인을 돈 없이(무자본) 인수하려고 사채업자로부터 자금을 꿨다. 속칭 바지사장으로 부르는 명의대표를 구해 이 사람과 복수의 타인 명의로 주식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A법인 경영권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P씨는 이 과정에서 팀을 꾸려 전문적으로 주식시세를 조종하는 ‘꾼’들에게 사례금을 지급하고 주가를 조작, 장내매도 방식으로 대주주 양도소득세를 회피했다. 타인 명의 주식 거래 자체에서 발생한 명의신탁 증여세도 탈루한 혐의도 드러났다.
법인 대표인 P씨는 또 신규사업 추진 등 허위공시로 주가상승을 유도하고 유상증자를 실시, 유상증자 대금으로 사채자금을 상환했다.
P씨가 인수한 코스닥 법인 전 대표로부터 경영권을 넘겨 받는 과정부터 ▲사채자금이 주식 거래에 동원된 과정 ▲시세조종으로 주식시가 상승 후 장내매도한 과정 ▲법인돈을 빼 사채자금을 갚은 과정 ▲주가조작을 성사시킨 시세조종꾼들에게 사례금을 지급한 과정 등이 모두 과세의 계기가 된다.
국세청은 실제 대표자 P씨의 법인자금 부당 유출(횡령) 혐의에 따라 유출한 돈을 P씨가 법인으로부터 받은 보너스로 간주, 인정상여 소득세를 추징했다. 법인도 대표자 P씨에게 지급한 돈을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없게 돼 결과적으로 법인세도 추징 당했다.
국세청은 이밖에 대주주 양도소득세, 차명계좌 증여세 등 수백억원을 추징하고, 대표자 P씨를 검찰 고발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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