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MBC 세무조사를 두고 여권에서는 날선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MBC가 편향보도를 일삼더니 내부적으로는 부실처리, 방만경영까지 해갔다는 내용이다. 편향보도는 말과 주관의 영역이지만, 방만경영은 이성과 숫자로 비교할 수 있다. MBC 그리고 다른 방송사의 재무제표를 뜯어봤다.
◇ 광고비 수입 급감
최승호 전 MBC 사장 방만경영 관련 비난 보도의 1위는 광고비다.
2011년 감사보고서(개별기준)에 따르면, MBC 1년 매출은 8910억원이었다. 6633억원이 광고수익, 2227억원이 사업수익이었다. 영업이익은 740억원. 단기순이익은 1174억원으로 꽤 준수한 실적이었다.
MBC 경영실적은 광고비, 보유증권, 보유회사가치 등 경기변동에 따라 출렁이는 항목이 영향을 미치는 편이다.
그래도 2016년까지 연매출 8000억원선은 나름 잘 지켜왔다. 매년 4000~5000억원씩 들어오는 광고비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런데 2017년, MBC의 광고수익이 고꾸라졌다. 2016년 4611억원 들어오던 광고수익이 2017년에는 3445억원으로 1100억원 이상 주저앉았다. 2018년이라고 해서 더 나을 건 없었고, 2019년엔 2896억원, 2020년 2874억원으로 더 가라앉았다가 2021년 코로나가 좀 풀리면서 3366억원의 광고비를 받아 조금 만회했다.
다른 방송사들도 광고사정이 비슷했다.
SBS는 2015년 5260억원이었던 광고수익이 2016년 4610억원으로 가라앉았고, 2019년엔 3883억원까지 빠졌다가 2021년에는 전년대비 740억원 오른 4355억원으로 올라섰다. 그래봤자 2016년 수준이었다.
KBS는 2015년 5025억원이었던 광고수입이 2016년 4207억원, 2017년 3666억원, 2018년 3328억원, 2019년 2548억원, 2020년 2319억원으로 쭈욱 떨어져 나갔다. 다른 방송사들은 2021년 어느 정도 만회했지만, KBS 광고비는 2705억원으로 상대적으로 회복이 더디었다. 수신료가 아니었다면 KBS를 지탱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간한 ‘2021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TV방송광고는 2015년까지 전체 광고시장에서 안정적으로 34% 이상을 가져가는 시장이었지만, 스마트폰 등 다양한 광고플랫폼이 나오면서 방송광고 시장은 2016년 31.9%, 2017년엔 28.4%로 계속 고꾸라졌다.
새 시장은 새 플랫폼에 빼앗기고, 기존 방송광고시장의 파이는 줄어갔다. 시청자들 역시 지상파 방송을 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방송 3사 가운데 누구 하나 이 흐름을 이겨낸 곳은 없었다.
◇ 방만한 제작비
MBC 일각에서는 최승호 전 사장의 제작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다.
MBC 개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MBC 방송제작비는 2016년 5900억원에서 2017년 5107억원으로 줄였다.
최승호 전 사장은 2018년 5948억원으로 예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가 영 광고비 상황이 좋지 않자 2019년 5449억원으로 1년 만에 조정했다.
SBS의 제작비 흐름도 동일했다. SBS는 방송제작비를 2016년 6370억원에서 2017년 5470억원으로 줄였으나, 2018년 6987억원으로 바싹 끌어올렸으며, 2019년 5743억원으로 다시 내려잡았다.
KBS는 2016년 1조91억원이었던 방송제작비를 2017년 9434억원으로 줄였다가 2018년 다른 방송사들처럼 1조 28억원으로 끌어올렸다가 다시 2019년 9848억원으로 줄였다.
MBC가 판매비 및 관리비를 방만하게 썼느냐고 물어본다면 그렇게 답하기가 어려운 게 2018년~2019년 최승호 사장 체제 내내 판관비는 줄었다.
주 수입은 매년 다른 플랫폼에 먹혀가고 있고, 지출은 꾸준히 나가야 하는 방송사업을 하고 있었고 이는 다른 방송 2사도 매한가지였다. MBC는 다른 방송사들처럼 광고비 줄어들 때 제작비 투자를 했다가 다시 내렸다. 최승호 전 사장은 다른 회사들처럼 했으며 딱히 더 하진 않았다.
◇ 부실 늘자 사옥 팔아 막았다
“과거 최승호 전 사장의 방만 경영으로 인해 누적적자가 2000억원이 넘는 상황에서 여의도 사옥을 매각해 적자를 메운다는 비난 여론이 팽배하던 때 세금 탈루까지 자행한 것이다.”
(11월 14일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논평)
최승호 전 사장이 딱히 득책을 썼다고 하긴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심각한 실책을 저질렀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SBS는 2004년 목동, MBC는 2014년 상암동으로 이사갔다. 2014년 9월 1일 MBC 상암동 사옥 개막식에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찾아와 직접 축하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비게 될 MBC 여의도 사옥부지를 어디다 팔 지는 2011년부터 이야기가 나왔다. 최승호 전 사장 시절에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첫 번째로 2011년 홍콩계 사모펀드 젠투파트너스를 필두로 젠투컨소시엄이 붙었지만, 땅값 때문에 실패했고, 2014년 싱가포르계 투자자도 가격 문제로. 2015년 유진기업이 정부 면세점 정책에 편승해 나섰다가 그들 역시 땅값을 마련 못 해서 포기했다.
이와중에 2017년 MBC 대주주로 있는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은 백종문 MBC 본부장에게 사업가 하씨가 4800억원을 일시불로 주면 받고 팔으라고 말해 언론노조 MBC지부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17년 10월 13일 MBC지부는 고영주 이사장이 땅값을 4800억원 정도 낮춰서 사업가 하씨에 팔라고 종용했다며, 하씨는 수시로 상암동 사옥을 방문해 임원들을 압박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최승호 사장 취임 후 MBC는 여의도엠비씨부지복합개발PFV에 6010억원에 매매체결을 맺었다.
위 흐름을 볼 때 MBC 사옥 부지 매각은 최승호 사장이 갑자기 나와서 추진한 게 아니라 7년동안 지속된 유휴 자산 처분 문제였으며,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고영주 이사장 말대로 했다면 4800억원에 팔릴 수도 있었던 것을 6000억원에 팔았으니 손해보고 팔았다고 하기도 어렵다.
◇ 여의도 MBC사옥 부지매각 세무처리
14일 MBC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MBC는 520억원 세무조사 추징금 중 400억대 여의도 MBC사옥 매각 세무처리 건에 대해서는 반드시 불복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벼르고 있다.
금액도 크거니와 당시 법률관계를 신중히 따져서 들어갔다는 이유에서다.
MBC는 2018년 여의도 MBC사옥부지를 팔긴 했지만, 역시 땅값이 너무 비쌌다. 사는 측은 6010억원이나 되는 대금을 한 번에 낼 수 없었다.
MBC는 일단 땅을 팔 되 MBC가 개발사업에 땅을 대주는 지주가 되면, 당장 땅값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착안했다.
일단 계약금만 받고, 나머지 대금은 개발사업으로 짓는 빌딩을 넘겨받아 치르되 그래도 부족하면 잔금을 추가로 받기로 했다.
매매계약을 맺은 시점과 땅값 받은 시점이 다르다면 세금은 땅값 받은 시점에 내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에 대해 MBC 측은 국세청, 회계기준원 등에 질의를 넣어 돈이든 빌딩이든 땅값 받을 때 세금을 내라고 답변을 들었다.
MBC는 법무법인에도 의뢰한 결과 같은 답을 얻어서, 하라는 대로 세무처리를 했는데 거기에 400억원 세금을 물리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하고 있다.
MBC는 기존 해석을 뒤집으려면 여의도 사옥부지 매각건과 관련 새로운 사실이 있어야 하는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은 아무런 새로운 사실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령해석은 동일 사실에 대해서도 관점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는데 이러한 다툼의 경우 그 해석론이 얼마나 타당한지를 두고 다투게 된다.
입증책임을 과세관청에 조금 더 무겁게 물리는게 일반론적이나 상황에 따라서는 납세자에게 입증 책임을 물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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