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TF-해외르포] 말린 하수 슬러지로 수소 생산…도쿄 스나마치 물재생센터

2022.11.06 14:52:11

— 20년 집념으로 결실 맺은 강소기업 JBEC 나오키 도와키 사장, 본지와 현장 인터뷰
— 도쿄도, 도큐・치요다겐코 건설, 도쿄과학대와 컨소시엄…국내외서 방문, 상담 급증
— 국제유가급등에 한일 바이오수소 관심 고조…대기업은 현대로템 등 한국이 앞서

 

(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하수 부유물질이 침전돼 생긴 오니(汚泥, sludge, 슬러지)를 건조시켜 수소를 뽑아내는 기술이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슬러지에는 다량의 유기물이 함유돼 열량이 꽤 높지만 수분 함량 또한 높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는데, 소각해서 폐기처분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말려서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이 본격 개발돼 상용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지난 10월26일 오후 일본 도쿄만 근처 스나마치 물재생센터(砂町水再生センター)에 위치한 ‘하수 슬러지 가스 활용 수소 생산시설’에서 본지와 만난 나오키 도와키(堂脇 直城) 재팬블루에너지(Japan Blue Energy, JBEC) 사장은 “어제까지 시험가동을 마치고 오늘부터 안정적인 가동에 들어가는 날”이라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도와키 사장은 하수 슬러지를 태우지 않고 말려서 나오는 가스에서 추출한 수소를 재생수소라고 불렀고, “(재생수소는) 도쿄는 물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청정에너지 연료”라며 재생 수소 생산이 안정된 날의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본지 취재진에게 수소 생산 시설을 현장에서 직접 설명하는 방식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폐기물을 수소로 전환하기 위해 이 고급 공정을 개발하는 데 모두 20년 이상을 보냈다”면서 “최초 도쿄 수소생산시설을 완공한 이래 일본과 전 세계적으로 수소 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보니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시험가동 기간 스나마치 물재생센터에서 나오는 하루 1톤의 말린(dried) 슬러지를 처리, 하루에 40~50kg의 수소를 생산해냈다. 최근 2번째 모델을 선보인 도요타 수소자동차 미라이의 수소용량이 5kg이니, 하루 수소 승용차 10대를 완충할 수 있는 수소를 만드는 능력이다. 현대로템의 개질(reforming) 기술로 하루에 지역 수소자동차 200대를 충전할 수 있는 충주 음식물바이오에너지센터에 견주면 훨씬 작은 규모이지만, 하수 슬러지 시설로는 한국에 못지 않은 규모다.

 

이 시설은 일본이 재생가능한 수소에 대한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고 지속 가능한 폐기물 처리 시장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도쿄도청과 도큐 건설, 치요다 켄코, 도쿄과학대 연구원들과 협력해 개발, 건설됐다.

 

 

폐기물을 수소로 전환하기 위한 고급기술을 개발하는 데 10년 이상이 소요됐다. 폐수 슬러지 외에도 플라스틱과 종이, 도시 고형 폐기물 등 여러 폐기물이 이런 고등기술을 통해 처리돼 에너지로 전환될 전망이다.

 

1930년에 가동한 스나마치 물재생센터는 도쿄에서 2번째로 오래된 하수처리시설이다. 스미다구와 코토구 전역, 츄오구, 미나토구, 시나가와구, 오오타구, 아다치구, 에도가와구의 일부 등 광대한 구역(6153ha)에서 발생하는 하수를 처리한다.

 

처리한 물은 도쿄만에 방류한다. 일부를 모래로 여과, 센터 내 기계 세정과 냉각, 화장실 용수(중수도) 등에 사용한다. 발생한 찌꺼기는 센터내 동부슬러지플랜트에서 소각 처리해 왔다.

 

 

 

일본에서는 음식물쓰레기를 활용해 수소를 만드는 기술 보다는 각종 바이오 유기물에서 수소생산 전단계인 메탄(천연가스)을 추출, 곧바로 도시가스로 활용하는 데 더 관심이 기울여 온 것으로 나타났다.

 

도와키 사장은 “이윤동기로 움직이는 일본 대기업들도 싸게 조달할 수 있는 천연가스 개질(reforming) 수소에 관심이 집중돼 있었고, 바이오 유기물 가스화를 통한 수소생산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았다”고 밝혔다.

 

유럽이나 일본, 한국에서도 하수 슬러지나 음식 쓰레기, 가축분뇨 등에서 불순물을 정화한 메탄(CH4)을 곧바로 도시가스관에 연결, 가정용 도시가스로 사용하는 사례가 더 많다. 한국이 이 메탄에서 다시 탄소(C)를 떼어내 수소를 만들려는 유인이 강했던 것은 천연가스 차량보다 현대자동차 등의 수소 자동차 상용화 노력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서울물재생시설공단이 서울 강서구 서남물재생센터에서 하루 285톤, 경기도 탄천물재생센터에서 하루 200톤의 하수슬러지 건조시설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2023년 6월에는 규모를 약 2배로 각각 늘려 발생하는 하수슬러지 전량을 건조, 물재생에 필요한 에너지와 화력발전소 연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일본은 전체적으로 수소 에너지 전환이라는 목표를 확고히 하고 집중과 선택을 하는 한국과 달리 중단기 에너지 수급에도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중간단계 기술에도 폭넓게 관심을 기울여 온 것으로 관측된다. 가령 일본은 포집해 둔 이산화탄소에 이미 만들어둔 그린수소를 융합해 메탄을 만드는 기술(합성메탄) 개발도 도쿄가스, 오사카가스 등 가스회사에서 활발하다.

 

 

 

다음은 도와키 사장과의 현장 일문일답.

 

— 하수 슬러지는 원래 어떻게 처리해왔나.
▲ 하수도 당국에서 하수처리 과정에서 나온 슬러지를 도쿄만 바닷가 탑 설비에서 태운다. 당연히 탄소, 온실가스가 나온다. 그런데 슬러지에 열을 가해서 가스화 하면 온실가스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 슬러지 처리에도 열, 그러니까 탄소배출이 불가피한데. 건조시키면 열이 적게 필요하고 수소도 추출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라는 말인가.

▲ 그렇다. 하수 슬러지를 태워 재로 만들려면 석유를 계속 태워야 한다. 그런데 건조방식을 운용하면 에너지가 적게 들고 슬러지에 포함된 수소를 에너지로 뽑아내서 쓸 수 있는 이익도 있다. 수분이 함유된 슬러지를 건조시키는 공정에 들어가는 열은 태울 때보다 훨씬 적다. 태울 때 탄소 배출의 300분이 1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슬러지를 건조시킨 원재료에서 수소가 굉장히 많이 만들어진다. 최초 20~50% 정도 농도의 수소가 나오고 이를 고질화(Upgrading and Purification), 개질화(reforming) 한 뒤 99.9% 정제된 수소를 만들어 낸다. 3단 탱크형 설비에서 3개의 공정을 통해 이 과정이 이뤄진다.

 

— 고질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인가.

  ▲ 불순물을 정제하는 과정으로 보면 된다. 흡착제를 넣어 가스를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개념이다.

 

— 슬러지가 가능하면 다른 오염물질에서도 수소를 얻을 수 있는 것 아닐까.

▲ 맞다. 슬러지처럼 다른 폐기물질에서도 수소를 뽑아낼 수 있다. 특히 제조 공장에서 오염 물질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도료 칠하는 자동차 공장, 플라스틱 공장에서 나오는 물질들을 자동차공장 안에서 정화해 수소를 만들어 연료전지를 이용, 전기로 쓰기도 한다. 전기 동력원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제조사들이 도입하려고 지금 우리와 접촉 중이다.

 

— 한국에서는 건설회사들이 수소 생산 설비 기술을 직접 연구개발한 예는 별로 없는데.
  ▲ 일본도 흔한 것은 아니다. 건설업계는 계속 불황이고 경기가 안 좋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아야 한다. 친환경적 사업에 나선 126개 건설회사들이 있는데 우리도 그중 하나다. 수소 생산설비를 연구개발해 온 것은 일본에서도 우리가 거의 독보적이다.

 

— JBEC는 세계가 주목하는 기술을 얼마만에 완성시킨 것인가.

  ▲ 우리는 자본금도 적은 이른 바 ‘마이너’ 회사로 출발했다. 창업 이래 줄곧 하수도 슬러지 등 폐기물에서 수소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개발에 골몰해왔다. 20년 만의 결실이다. 지금은 일본은 물론 신재생에너지 선진국인 유럽 국가들도 자주 이 시설을 찾는다. 스미토모 상사 같은 대기업들이 우리 회사와의 관계 맺기에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 들어 14개 대기업들이 여기에 와서 견학을 하고 있다.

 

— 신재생에너지 강국인 유럽에서 관심이 높다고 했는데.

  ▲ 네덜란드를 포함해 유럽 쪽에서 굉장히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러시아에서 천연가스를 받아 써온 네덜란드 같은 나라에서는 천연가스 가격급등으로 각종 바이오 폐기물을 이용한 수소에 눈을 돌리고 있다. 네덜란드는 농업 선진국이고, 가축분뇨나 음식쓰레기를 이용한 바이오가스로 도시가스나 수소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 한국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하수도 슬러지 등을 이용한 수소생산에 관심이 많다. 일본에서도 같은 분야 수소 생산에 관심이 많다고 보는가.

▲ 관심이 생기는 시기이고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미 20여년 전부터 연구개발해 온 결과 우리는 지금 이 분야 특허를 가지고 있다. 그간 혁신의 노력으로 최신 버전의 플랜트로 진화시켰다. 오늘이 바로 안정화가 입증돼 안정적 운영에 들어간 첫 날이다.

 

  — 일본도 지금까지는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블루수소 기술에 가장 선도적으로 투자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 그렇다. 각국에서 수입한 천연가스 혹은 호주로부터 수입한 석탄에서 수소를 생산해왔다. 천연가스나 석유가스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연구와 정책은 많았지만, 바이오 유기물 가스화를 통한 수소 연구개발은 외면했다. 우리밖에 관심 갖는 기업이 없었다.

일본 대기업들은 보통 석유를 굉장히 많이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석유 화석 연료를 이용해서 뭔가 하고 싶어 하지 이런 방식으로 좋아하지 않았다. 이윤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쉽고 싸게 천연가스를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많이 만들었다. 이걸 쉽게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전혀 새로운 방식의 수소 생산방식은 채택하지 않으려고 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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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기자 dipsey@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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