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TF] ‘일목요연’ ‘일사분란’한 수소경제 이끌 사령탑이 시급하다

2022.09.06 05:45:03

‘에너지 자립’ 두마리 토끼, 한마리도 놓칠 수 없다…최근 성과주의 조급성 뚜렷
장단점 뚜렷한 기술, 산업별로 수소 생태계 추동력도 달라…산자부에 선장 맡기면 만사형통?
수소에너지 전환 근본 목적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자립’…주력 기술별 다른 시나리오 뚜렷
“충격 최소화 하며 목적 이룰 콘트롤타워 본격 논의할 시점…기간별, 다원다차방정식 풀어야”
역대 정부 수소통 정치인도 공감대 부족, 정부 수소경제위 역할, 민관역할분담 미비 등 지적

 

 

(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수소 관련 기술들이 색깔(그레이, 블루, 그린)별로 매우 다채롭게 연구개발 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연구개발과 상용화 지원을 위해 ‘선후경중’과 ‘완급’을 조절할 수소경제 지휘통제본부(Control Tower)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소 기술이 각각 장단점을 갖고, 기술개발이나 상용화 성과와 시점이 모두 다른데다 ‘에너지 완전 자립’과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이라는 2가지 전략적 목표에 대한 기여도도 각각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기술이 갖는 ‘자초지종’을 통찰하되 투자 우선순위를 조정, 통제할 수 있는 국가총괄지휘통제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한우 한국에너지공단 수소경제추진단장은 8월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태호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그린수소사회연구회가 공동 주최하고 연료전지산업발전협의회와 에너지산업진흥원이 주관한 수소 정책 세미나에서 “지금 추진되는 수소경제 상황을 보면 석유시대에 겪었던 ‘아시아 프리미엄’을 수소에 대해서도 또 겪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 단장은 “암모니아 수소가 굉장히 중요한 기술, 필수불가결한 기술로 참 좋은데 그것도 국내에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것마저 우리가 중동에 의존하는 상황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수소 경제 구축, 조급하면 ‘에너지 자립’ 목표 잃을 수도


이날 세미나의 첫 주제가 암모니아(NH3)에서 질소(NH)3를 떼어내는 개질(reforming) 과정을 거쳐 탄소배출이 없는 그린수소로 만드는 기술이었다. 이런 방식은 현재 기술 수준에서도 낮은 저장 및 운송비용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개질 과정에서 고열 등 추가 에너지가 필요한 데다 암모니아의 독성 등 환경적 단점도 있다.

 

태양광 에너지 자원이 좋은 사우디아라비아나 호주 등에서 얻은 태양광발전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 수소를 얻어 다시 질소와 합성해 암모니아를 만들어 국내로 수입, 이를 다시 비료용 질소와 수소로 분해하는 개념이다. 번거롭지만 현재 운송과 저장 기술 수준이 낮아 화학 분야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의 ‘그린암모니아’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다. 이한우 단장은 그러나 기술적 장점이 있다 하더라도 에너지 자립이라는 측면에서 이 방식이 갖는 취약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에너지는 국제정치의 핵심 기제이고, 모든 대규모 전쟁들의 원인이 됐다”면서 “수입에 의존하는 천연가스에 대한 국내 수요가 불안정해 여름철 수요 촉진을 위해 정부가 가스 사용에 대해 보증을 해줬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수입국으로서 절실한 에너지 자립 과제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완전 녹색 이룰 때까지 파랑과 회색 수소도 불가피

이날 두 번째 주제인 수소혼소 터빈 발전 기술은 그동안 정부가 집중해온 수소 연료전지 기술과 가장 극명하게 대립되는 기술이다. 가스발전 터빈에 수소를 섞어 완전연소를 꾀하는 개념의 기술인데, 현실적으로 하루아침에 이룰 수 없는 수소경제가 정착될 때까지 최소한의 투자만으로 현 설비를 개조, 탄소중립에 근접할 가성비 높은 대량 발전을 할 수 있는 정책으로 소개됐다.

 

문제는 이런 수소터빈 기술을 강조하는 기계연구원 등 기계산업계에서는 다른 수소 기술 연구개발보다 자신들이 수소경제의 우선순위가 높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이다.

 

게다가 환경 관련 정책부처 및 산업 분야에서는 하수 슬러지나 음식물쓰레기 가스 등을 활용해 지역거점별로 수소를 생산, 수소자동차나 트램 등 역내 이동수단에 우선적으로 에너지를 자급하는 것이 탄소중립과 에너지 자립적 수소경제를 일궈나가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수소 저장 및 운반 기술이 크게 덜 발달된 가운데 현행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하는 수소경제가 에너지자립에 대한 관점이 미비하다는 시각이다.

 

 

 

 

이처럼 화학산업계에서는 암모니아 수소, 기계산업계에서는 수소 혼소(전소)터빈 기술, 에너지업계에서는 수소 연료전지, 환경산업계에서는 바이오 수소 등을 각각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술별, 산업별 경쟁 과열 양상…승자독식 논리는 위험

수소를 활용하는 분야에서 나타나는 기술과 산업, 기업간 경쟁은 수소 ‘생산’ 방식과 저장, 운송 등 모든 분야를 역으로 규정하는 측면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연료전지 발전 분야의 기업들은 8월 현재 국가 수소경제 지원정책이 지나치게 자동차에 편중돼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연료전지 발전 분야 선도업체의 한 임원은 기자와 만나 “현재 바람직한 정부 수소경제 발전방향에도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하는 민관학 추진체에서 지나치게 수소 자동차 위주로 사고하는 것 같다”면서 “수소 생태계라는 목표로 멀리 보고 연구개발과 실증, 규제완화 및 세제지원 등 정부 지원 방향을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연료전지 발전을 하려면 대규모 수소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지금처럼 수소자동차라는 최종 소비자 중심의 수소 생태계 조성 전략이 아닌 대량의 수소로 발전(electricity generation)을 하는 전략적 변화가 필요하며, 그런 방향으로 연구개발 재원이 집중돼야 한다는 불만을 에둘러 비친 말이다.

 

그는 실제 “자동차 회사들이 돈이 많아 (민관학 수소경제 추진체에) 분담금도 많이 내니까 뭐…”라며 말을 아꼈다.

 

그런데 수소연료전지 발전을 수소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부여해 육성하자는 목소리가 반드시 옳은 방향이라고 볼 수도 없다.

 

정답도, 비약도 없다…여러 색 수소 개발로 2가지 목표 달성할 통찰 필요

연료전지 발전이 본격화 되면 대량의 수소가 필요한데, 한국에서 수소를 많이 만들려면 우선 제철이나 화학 제품 제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회색(Grey)의 부생수소 기술에 집중해야 한다.

 

먼저 국제사회가 각종 기술로 최대한 탄소 배출을 없앤 녹색(Green) 수소에 높은 값을 쳐주자는 움직임까지 있는 마당에, 한국이 이런 시나리오를 선택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산업용, 가정용 전기를 수소연료전지 발전 전기로 감당하려면 그레이 수소만으로도 부족하다. 당연히 천연가스를 수입해 개질한 블루 수소도 필요하다. 천연가스나 암모니아를 개질하는 방식은 탄소나 독성물질을 포집해서 처리해야 하는 문제와 추가적인 에너지가 든다는 점 등에서 약점이 있다.

 

수소 연료전지 발전에 우선순위를 두는 시나리오는 당연히 해외 그린수소를 수입해 오는 방향이 불가피하다. 호주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의 태양광 발전 또는 캐나다의 수력 발전으로 만든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 현지에서 생산한  그린수소를 수입해  연료전지 발전에 쓰자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이한우 한국에너지공단 수소경제추진단장이 “수소에너지마저 중동(여기서는 기존의 에너지 수출국들을 통칭)에 의존하는 상황이 될 것 같다”는 우려와 논리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성과 늦게 나타나더라도 에너지 자립 위한 정교한 시나리오 짜야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딱 하나. 한국이 수소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멀고 험한 여정에 나선 이유는 ‘에너지 자립’과 ‘탄소중립’ 2가지라는 점이다. 둘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목표다.

 

현실적으로 지구에 살면서 100% 완전한 에너지 자립이 불가능할 수 있지만, 여기서 에너지 자립이란 최근 유럽에서처럼 갑자기 액화천연가스(LNG)선이나 파이프라인을 통한 가스 공급이 멈추더라도 에너지 가격 변동이나 전력적 안보이익을 희생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에너지를 자급자족 할 수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그런 점에서 수소경제의 전 주기를 관통하는 생산·저장·운송·활용 등에 적용되는 다양한 기술과 다양한 산업분야, 연관된 산업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 최적의 해(solution)를 구하는 다중다차 방정식을 짜는 것은 슈퍼컴퓨터로도 쉽지 않다.

 

게다가 외교안보나 기업의 장단기 이윤동기가 공정하지 않게 이 방정식에 개입하게 되면, 수소경제를 통해 이루려던 두 마리 투끼를 잡기는 커녕 영악한 다른 나라들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호갱님'이나 '들러리'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런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국가가 적절한 출발 지점에서 좌표를 제시하고 추진 과정에서 균형추 역할을 해줘야 한다. 수소경제를 바람직하게 이끌어갈 국가 거버넌스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산업부 주도 수소경제 거버넌스 문제 없나?

산업통상자원부가 사실상 주도해온 수소에너지 생태계라는 점에서, 당연히 지금은 “이미 다 갖춰져 있는데 새삼스럽게 무슨 수소경제 국가 거버넌스 얘기가 필요하냐?”는 반문이 나온다.

 

한국 산업계가 개최하는 지구촌 수소 전시회 H2 MEET 2022가 8월말부터 9월초까지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다.

대회 조직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정만기 조직위원장은 24일 기자들과 만나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은 정부 수소경제위원회가 구성돼 있고, 국회에도 수소 관련 위원회가 있는 점을 봤을 때 (수소경제 국가) 거버넌스는 정점에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부 수소경제위원회에는 여러 장관들이 참여하고 있고, 수소 전담 조직을 둔 산업통상자원부가 전적으로 실무 지원을 하고 있으니 거버넌스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지적이다. 정 위원장은 “거버넌스는 문제될 게 없고 어떤 정책일 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만기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산업통상자원비서관과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을 지낸 관료출신 인사다. 공직을 떠나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회장을 맡아 작년까지 ‘수소 모빌리티’라는 제목으로 수소산업 국제전시회를 이끌어 왔다. 정 위원장의 이력이나 능력은 의심할 여지 없이 훌륭하다. 다만 ‘망치를 든 사람은 못 박을 곳만 찾는다’는 서양 속담은 의미심장하다.

 

국가는 지도자 한명보다 집단지성으로 이끌어 가는 시스템

공사장에서 망치를 잘 다뤄 항상 망치를 지니고 다니는 사람은 망치로 해결해야 하는 작업은 물론 자잘한 작업도 그냥 망치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스패너, 드라이버를 지닌 사람도 마찬가지다.

 

지도자는 물론 누구나 자신이 걸어온 경력과 일의 맥락에서 미래를 설계하고 추진하려는 게 당연하다. 잘, 잘못을 따지기는 어렵다. 실제 공동체의 성과를 놓고 지도자의 잘, 잘못을 따지는 것은 지도자 개인에게 책임을 온전히 전가하려는 게 아니다. 지도자가 목수 출신이든 석공 출신이든, 그 지도자 한 명의 독단에 휘둘리지 않게 집단지성으로 공동체를 꾸려가는 시스템을 문제 삼는 것이다.

 

공동체가 돌이킬 수 없는 잘못된 길, 낭비적인 길로 접어들지 않도록 지배구조와 협치의 근간을 갖추는 것을 의미하는 거버넌스(governance)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여러 수소 관련 기술과 관련 연구개발, 실증, 사업화 등을 국가 재원으로 적절히 배분해야 할 책임을 갖고 있는 정치인들 중에도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

 

21대 국회 전반기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으로 일했고, 노무현 정부 때부터 수소에 꽂혀 여전히 수소 경제의 비약을 모색하는 정태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19일 국회 수소 정책 세미나에서 “수소경제 기본계획을 만들려고 했는데 수소와 관련해 의외로 정부 내에 정책 내용이 충분하지 않아 광범위한 의견들을 수렴하고 현실성 있는 기획으로 만들지 못했다”고 아쉬워 했다.

 

“지금껏 수소 경제 구축 위한 국가거버넌스 고민 부족했다”

 

정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수소경제에 대한 기본적인, 전체적인 공감대가 부족했고,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수소경제위원회가 있었지만, 산업계와 정부 역할 분담이 제대로 안 돼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특히 “수소경제 국가거버넌스 구축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생각에 공감하며, 석유공사처럼 수소수소의 모든 분야를 전담하는 조직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나름의 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여러 기술의 경합과 재정지원 우선 순위들이 논의돼 거버넌스 재정립 필요성 얘기까지 나온 이날 세미나를 마치면서 “정리가 된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머리가 복잡해졌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도 기술발달로 기존에 중점을 둬 지원해왔던 과제가 다른 기술에 우선순위가 밀리는 문제, 해외로부터 들여오는 수소의 잠재적 위험 등 굉장히 복잡한 문제를 정리할 거버넌스 재정립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이 공익을 사익화 하려는 일체의 시도를 뿌리치고 ‘탄소중립’과 ‘에너지자립’을 위한 수소 경제로의 전환을 끝내 이룰 지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회와 행정부에 현존하는 각종 수소 관련 조직들이 이런 수소경제 국가거버넌스를 명확히 정의해 구심으로 삼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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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기자 dipsey@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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